그러나 박씨는 애초에 약속한 월급을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장씨 부부의 기초생활보장수급비와 장애수당 등을 포함한 6,900여 만 원을 횡령했다.
이에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은 지난해 9월 열린 형사재판을 통해 가해자 박씨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8년간의 범죄, 고작 징역 1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이에 대해 “공소시효가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며 “지적장애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소는 장씨 부부의 상황을 제보 받고, 지난 2006년 7월 박씨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과 횡령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구소의 개입 후에 박씨는 장씨 부부에게 임금과 횡령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기간의 횡령액 1,800여 만원만 돌려줬다.

장씨 부부의 피해는 임금뿐만이 아니었다. 부부는 비위생적인 좁은 공간에서 생활해 건강이 악화됐다. 남편 장씨는 위종양과 탈모 증세를 보여 위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부인 박씨(지적장애3급)는 협심증과 고혈압 등으로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태다.

연구소는 장씨 부부가 입은 피해에 대해 금전적으로나마 보상을 받도록 하고자, 지난해 11월에는 박씨에게 4억8,000여 만 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우선 연구소는 가해자 박씨를 상대로 지난 2006년 7월 근로기준법 위반과 횡령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대구지방법원은 2007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한 바 있다. 가해자 박씨가 항소를 했지만 지난 1월 10일 항소가 기각돼 결국 박씨는 유죄판결을 받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년 동안 지적장애인 부부의 인권을 유린한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부부의 피해와 비교해 너무 미약한 판결이다.

'지적장애 악용한 만큼 엄벌해야'

장씨 부부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생활보호대상자였으며 이후에는 기초생활수급권자였다. 하지만 생계비는 가해자가 임의로 사용했으며, 부부는 생계비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법원은 2001년 이후의 생계비 횡령에 대해서만 유죄를 판결했다.

또한 부부가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었던 18년의 세월 중에서 법원은 고작 3년간의 임금 체불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 같은 판결은 관련법 상의 공소시효가 적용된 탓인데, 이는 지적장애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연구소 법률위원 서영현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상 임금채권의 시효는 3년이어서 장씨 부부가 청구금액 중 상당액을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비장애인과 똑같이 이 시효기간을 장애인에게 적용해야 하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적장애인인권침해와 관련된 소송에서 가해자 대부분은 지적장애인을 보호하고 먹여주고 재워줬다고 항변한다.
지적장애 특성상 인지능력과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적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 발각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다 하더라도 지적장애인은 피해사실에 대한 자기진술이 어려워 증거확보 등이 불충분하며, 법률적인 구제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머물거나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없다.

연구소는 “지적장애인이 당한 인권유린을 법으로도 구제받을 수 없다면, 장애특성과 법의 한계를 악용해 부를 축적한 가해자들에게 결국 면죄부만 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지적장애 특성을 감안한 지원제도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25일 부산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정신지체 2급 장애청소년 A양을(피해당시 13세)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력하고 임신과 낙태를 시킨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 B씨(54)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징역3년 집행유예5년 사회봉사 120시간 선고는 ‘가해자의 범행에 비해 너무 가볍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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