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로는 장애복지 유공자 포상, 장애인 가요제전 및 전국 곳곳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행사들이 있다.

장애인의 날도 어린이 날처럼 ‘진짜로’ 즐거웠으면 좋겠다.
가고 싶은 공원으로 산책을 가고, 보고 싶은 영화를 친구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감상하고, 음식이 맛있는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등.

기업 및 단체에서 형식적으로 열리는 장애인의 날 행사, 걷기대회와 페이스페인팅이 빠지지 않는 매번 똑같은 행사내용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재미도 없다.

백화점의 내부는 전체적으로 이동통로가 넓어 휠체어 이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시를 통한 홍보효과 및 공간의 활용 때문에 전 매장을 자유롭게 진입할 수는 없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안내 표지판이나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활동보조인이 꼭 함께해야 한다. ⓒ2008 welfarenews
▲ 백화점의 내부는 전체적으로 이동통로가 넓어 휠체어 이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시를 통한 홍보효과 및 공간의 활용 때문에 전 매장을 자유롭게 진입할 수는 없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안내 표지판이나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활동보조인이 꼭 함께해야 한다. ⓒ2008 welfarenews

'장애인은 소수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그동안 장애인 관련단체와 언론사는 장애인의 이동·편의시설 및 문화향유권과 관련해 극장, 공중화장실을 주로 다뤘다. 하지만 아직도 극장과 공중화장실은 장애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거리에 나가봐도 장애인이 눈에 잘 띄지 않아, 장애인이 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이것은 장애인의 이동과 편의를 생각하지 않은 시설 때문이지, 장애인이 소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장애인은 외출하고 싶다. 하지만 몇 분마다 마주치는 계단과 한참을 헤매야 찾을 수 있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점자블록) 등 때문에 애초에 외출은 꿈도 못 꾼다.

장애인의 날, 이날만큼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장애인들이 집안 혹은 관련 단체 행사 및 복지관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하다못해 간단하게 쇼핑을 하고, 케이크를 비롯한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집에서 기분을 낼 여건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생활용품이 모여 있는 곳이자, 친절한 직원과 고급시설로 이미지를 매김하고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 앞 횡단보도에 위치표시용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으나 백화점 출입문까지 점자블록이 이어지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경우 백화점을 코앞에 두고도 찾기 어렵다. ⓒ2008 welfarenews
▲ 백화점 앞 횡단보도에 위치표시용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으나 백화점 출입문까지 점자블록이 이어지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경우 백화점을 코앞에 두고도 찾기 어렵다. ⓒ2008 welfarenews

시각장애인은 특성상 인터넷쇼핑몰처럼 시각만을 이용한 쇼핑은 무리다.
옆에서 누군가가 옷의 형태 및 소재를 설명해준다고 해도, 촉각과 청각이 예민한 시각장애인에게 직접 제품을 만져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백화점은 시각장애인에게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주차장 및 버스정류장에서 백화점 출입문까지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백화점 진입조차 어렵다.
또한 백화점 내부는 전시를 통한 홍보효과와 공간 활용의 문제로 점자안내 표지판이나 점자블록 동선이 일정하게 설치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경우 그를 안내해줄 사람 또는 활동보조인이 꼭 함께해야 한다.

지체장애 1, 2급은 의사 전달이 잘 되지 않거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지체장애 3급 이하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동·편의시설만 잘 돼 있다면 혼자서 쇼핑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백화점이다. 고객을 귀하게 모실 것 같은 백화점이, 정작 장애인을 고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고객카드 상담실이 위치한 곳.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으나 또 계단을 이용해야만 고객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2008 welfarenews
▲ 고객카드 상담실이 위치한 곳.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으나 또 계단을 이용해야만 고객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2008 welfarenews

'깨끗함은 최상위급, 그러나 수준은 일반 공중화장실'

현재는 엘리베이터에 안내원이 없지만, 예전에는 엘리베이터에 안내원이 고객에게 층수를 안내해줬다.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높이에 층수 버튼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휠체어 장애인은 남의 손을 빌려야만 이동할 층을 선택할 수 있다.

분당의 S백화점은 휠체어 장애인이 할인혜택이 있는 고객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게 돼 있다.
고객카드 상담실은 백화점의 위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계단을 올라가야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백화점 내부와 외부가 연결된 야외 휴게실은 계단을 올라가야만 나갈 수 있게 돼 있다.

휠체어 장애인이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한데, 식품매장에는 ‘고객도우미’가 있지만 일반 매장에는 경호원과 판매원만 있을 뿐 도우미가 없다.

백화점 내 장애인 전용 화장실. 좌변기 외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 사실상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2008 welfarenews
▲ 백화점 내 장애인 전용 화장실. 좌변기 외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 사실상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2008 welfarenews

S백화점 화장실 역시 장애인 단체 및 언론사에서 비판했던 공중화장실과 다를 바 없었다.
위생 상태나 물품비치 등은 양호하지만, 장애인 전용 화장실의 상태는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음’이 역력했다.

먼저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 안에 각각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고, 문은 자동문으로 버튼만 누르면 열고 닫기 쉬웠다.
그러나 화장실 안은 바깥과 다른 모습이었다.

휠체어에서 변기로 옮겨 앉을 때 잡아야하는 안전장치도, 휠체어 장애인의 키 높이에 맞는 세면대도 없이 변기와 휴지걸이만 있었다.

또한 물을 내리는 레버가 버튼이 아닌 일반 레버로, 손에 힘이 없는 휠체어 장애인은 물을 내리기 쉽지 않게 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구매장 층의 화장실에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 자체가 없었다.

백화점의 중앙홀에서 만난 윤모(54·여)씨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있었다.
윤씨는 “백화점에서 전동스쿠터를 타고 쇼핑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보통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들이나 며느리에게 부탁한다”며 “백화점이 물건을 구입하기에 가장 편하고 적합한 곳인데,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없어 정작 우리는 소외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화점 내 식당가. 음식을 받는 테이블이 비장애인의 가슴높이여서 휠체어 장애인은 혼자서 음식을 받을 수 없다. ⓒ2008 welfarenews
▲ 백화점 내 식당가. 음식을 받는 테이블이 비장애인의 가슴높이여서 휠체어 장애인은 혼자서 음식을 받을 수 없다. ⓒ2008 welfarenews

현재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다.
장애인의 날은 단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날이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의 날이니까 호의를 베푼다’ 식의 행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장애인의 날도 여느 기념일처럼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가 돼야 한다.

비장애인 몇몇은 ‘장애인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키가 작은 사람에게 농구선수 키 높이에 매단 과자를 아무것도 이용하지 않고 먹어보라고 하는 것과 같다.
키가 작은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을 비아냥거릴 수는 없다. 문제는 장애인을 자립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에 있다.

장애인의 날이 진정한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장애인, 노약자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도록 바꿔야 한다.

(왼쪽)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안의 층수 버튼이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 장애인은 자신이 가고자하는 층의 버튼을 직접 누를 수 없어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른쪽)탈의실은 비장애인 한 명이 들어가기도 비좁아, 휠체어 진입은 물론 휠체어 장애인은 옷을 입어볼 엄두를 낼 수 없다. ⓒ2008 welfarenews
▲ (왼쪽)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안의 층수 버튼이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 장애인은 자신이 가고자하는 층의 버튼을 직접 누를 수 없어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른쪽)탈의실은 비장애인 한 명이 들어가기도 비좁아, 휠체어 진입은 물론 휠체어 장애인은 옷을 입어볼 엄두를 낼 수 없다. ⓒ2008 welfarenews
백화점 내부와 외부가 연결된 야외 휴게실. 계단을 올라가야만 나갈 수 있다. 휠체어 장애인이 바깥바람을 쐬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입문이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2008 welfarenews
▲ 백화점 내부와 외부가 연결된 야외 휴게실. 계단을 올라가야만 나갈 수 있다. 휠체어 장애인이 바깥바람을 쐬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입문이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2008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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