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부모가 자폐·지적장애 자녀와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차량 폭발 사건이 일어났다.
운전석에 타고 있던 30대 남자는 시민들에 의해 구조됐지만, 조수석과 뒷좌석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사건은 놀랍게도 숨진 두 아이의 아빠, 바로 운전석에 타고 있던 박모씨의 범행이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휘발유를 차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고 자백했다.

박씨의 두 아들은 각각 11살과 12살이었지만, 지능은 1~2살 수준밖에 미치지 않는 발달장애 1급이었다. 박씨와 그의 아내 강씨는 이웃주민들에게 소문이 자자할 만큼 정성스럽게 아이들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순식간에 몸에 힘이 풀리는 특이한 간질증세가 두 아이에게 차례로 찾아왔다.
두 아이는 하루에 10번 이상 발작을 했고, 그 때문에 맨땅에 얼굴을 박는 등의 사고로 한 달에 2~3번 응급실을 찾았다.
강씨는 아이들의 머리에 권투선수처럼 헤드기어를 씌우기도 했다. 두 아이는 점점 걷는 것조차 힘들어질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돼갔다.

이렇다보니 박씨부부는 각종 치료비와 약값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박씨는 자신이 하는 일 외에도 잔업을 하며 열심히 노력했지만, 마이너스통장 개설 및 카드빚을 안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사건이 발생하기 3달 전 박씨는 직장을 잃었지만, 부인 강씨는 사건발생 이틀 전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경찰은 박씨가 부인을 ‘절망감’에 빠뜨리기 싫었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가정을 유지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결국 박씨는 지난 2월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6일 SBS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아버지는 왜 두 아들을 죽였나?’라는 주제로 이와 같은 내용을 방송했다.

위 사건과 관련해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이 ‘이해가 간다’ 혹은 ‘나도 한 번쯤 동반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대답했다.

 ⓒ2008 welfarenews
▲ ⓒ2008 welfarenews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그런데 왜?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가정의 자녀 대부분이 밥 먹기, 잠자기, 옷 벗기와 입기, 양치질, 세수 등을 혼자서 하지 못한다. 장애 특성상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등 돌발행동 및 자해를 하기도 한다.
장애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히 돌봐야 하는 부모들은, 자신의 생활을 포기함에 따라 우울증에 더 쉽게 노출된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 대부분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죄책감, 아이의 양육과정에서 오는 어려움을 수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노력만큼 아이의 건강상태가 좋아지지 않을 경우, 그 불안함과 두려움은 더 커진다.

게다가 현재 장애자녀를 대상으로 한 정부지원은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저소득가정층에만 이뤄지고 있다. 즉, 부모가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정부지원은 멀어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아이를 방임하거나 시설에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계에 다다르면 동반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보건복지부(현재 보건복지가족부)의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에 따르면 현존하는 각종 장애인 복지정책과 서비스 등에 대한 평균 인지도가 28.1%로 매우 낮고, 장애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정보 부족 8.2%, 교사·학교와의 관계에 대한 애로 66.5%, 자녀와의 의사소통 어려움 12.7%로 보고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건강가정기본법 제30조에 따르면 ‘간강한 가정의 유지를 위한 지원’은 국민 모두에게 적용돼야 마땅한데, 장애인 가족의 특정한 상황이 고려된 지원체계가 없어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 가족의 문제가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장애인 가족체계 또는 장애인 재활에 대한 연구나 제도 개발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의 심리상담 및 치료를 지원하는 장애인가족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원대상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국한될 것이 아니라, ‘건강한 가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는 것.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달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제안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여성가족부에 제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설치와 운영 ▲장애인가족 역량강화 ▲장애아동 양육지원 ▲장애사례 관리 사업 등을 주장했다.

그들은 장애인 가정도 가족해체 없이 안정적이어야 하며, 장애인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한 사회참여가 이뤄지도록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1994년 ‘장애아동가족지원법’을 제정해 장애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부모와 형제 등 가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도울 수 있도록 인적·물적·자원을 지원하고 있다.

뉴스추적에 따르면 6살 미만의 장애어린이를 돌보는 시설은 전국에 7곳뿐이다. 부모와 격리되거나 버려진 장애어린이들 대부분은 이러한 시설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인 가정의 가족해체와 장애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어려움에 있다.

정부는 시설을 확충하기 보다는 장애어린이들이 버려지거나,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지원정책 및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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