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투쟁단이 사회복지투명성협의회 구성을 염원하며 ‘시설비리척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적힌 종이비행기를 복지부 앞마당에 날리고 있다. ⓒ2008 welfarenews
▲ 공동투쟁단이 사회복지투명성협의회 구성을 염원하며 ‘시설비리척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적힌 종이비행기를 복지부 앞마당에 날리고 있다. ⓒ2008 welfarenews

“이 땅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시설장애인은 시설에 산다는 이유로 시설운영자의 권력 하에 생활해야하는 겁니까!”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은 석암재단과 성람재단 등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시설장애인들의 인권확보 및 탈시설권리 쟁취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공동투쟁단은 지난 25일 오후 2시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 정문 앞에서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보건복지가족부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시설비리와 인권침해를 멈추기 위해 공동투쟁단은 지난 4월 복지부를 상대로 비리법인에 대한 처벌강화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복지부는 6월 중으로 ‘사회복지법인 시설운영의 투명성 제고 추진계획안’ 마련을 약속했다.

약속에 따르면 복지부는 법·제도 개선사항 논의를 통해 이른바 ‘사회복지투명성협의회’와 ‘중앙점검단’을 구성해 수시로 법인에 대한 비리와 인권침해 사항에 대해 점검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겠다는 것. 그러나 복지부는 현재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공동투쟁단은 “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눈치를 보면서 약속을 연기하고 있다”며 복지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 주도 하에 이뤄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오히려 처벌규정 약화를 불러왔으며, 이로써 정부는 시설운영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비리를 비호하고 있는 셈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진보신당 박김영희 공동대표는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성폭력 및 폭력 등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시설장애인들을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라고 비통함을 표했다. 또한 “우리는 시설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정부는 하루 속히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투쟁단 대표로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박김영희 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복지부 장관 면담 및 ▲사회복지법인 시설비리 척결을 위한 대책마련 촉구 ▲사회복지법인 투명성 제고를 위한 추진계획 마련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비리법인에 대한 처벌강화 등을 골자로 한 요구서 전달에 나섰다.

면담 결과,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복지투명성협의회를 구성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동투쟁단 대표는 사회복지법인의 의견이 수렴된다면, 시설비리 척결과 사회복지법인의 투명성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복지법인 구성 참여를 반대했다. 마지막으로 공동투쟁단 대표는 이번 달까지 사회복지투명성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복지부는 확답 대신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한편 공동투쟁단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정치계를 풍자한 문화공연과 ‘시설비리척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적힌 종이비행기를 복지부를 향해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08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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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비리는 ‘플라나리아’와 같아...
그러나 대책은 ‘단 한 번의 메스 질’이 고작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소재한 A장애인복지시설 전 시설장인 손씨는 시설장애인에게 자신의 성기를 만지도록 강요하고, ‘자신의 방에서 같이 생활하자’며 성희롱 했다. 또한 예배시간에 참석하지 않고 밤에 잠을 안자고 떠든다는 이유로 시설 내 시각장애인을 빗자루, 몽둥이 등을 이용해 폭행했다. 시설장애인들에게 인근 초등학교 등에서 남은 음식물 및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 등을 제공하는가 하면, 장애수급비를 횡령하기 위해 시설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월 27일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의 날’을 맞아 사회복지시설 비리와 인권침해에 투쟁하는 장애인들이 모여 전국 투쟁단을 구성, 서울시청 앞에서 집중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 투쟁단은 각각 서울지역 성람재단과 석암재단 비리사건, 부산·울산지역 동향원 사건, 전북지역 김제 영광의집 사건, 마산 소망의집 사건 등 사회복지시설 비리와 인권침해를 알리고 이를 척결하고자 뜻을 모았다.

사회복지시설들의 비리 유형은 폭력과 그에 의한 살인, 강제노역, 성폭력, 횡령 등 모두 비슷하다. 폭력, 살인, 성폭력 등 ‘기사화될만한 일’을 제외하고도, 시설장애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설운영진들 마음대로 시설을 운영 및 이전하는 등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태.

전국 투쟁단은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자는 것만 해결되면 시설이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설장의 권력에 지배돼 인간으로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산다면 그것이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람재단은 자신들이 운영하던 철원지역의 장애인시설 3곳을 서울시에 기부채납 하겠다며 반성의 기미를 보였지만, 결국 부당한 요구를 앞세워 기부채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성람재단 비리사건은 노동부의 국정감사를 거쳤으며, 지난 2005년 8월 인권침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2006년 7월 말에는 종로구청, 보건복지부(현재 보건복지가족부, 이하 복지부), 서울시가 열흘간 성람재단 산하 요양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 3개의 기관은 10여명의 감사요원을 투입해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문혜장애인요양원, 은혜장애인요양원, 경기도 양주소재 서울정신요양원 등 산하 기관과 성람재단 본부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종로구청은 문혜·은혜장애인요양원 및 서울정신요양원을 불시 점검했다.

그러나 결과는 허탈했다. 종로구청은 인권침해 등 별다른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관리자 및 종사자들에게 시설관리와 원생관리를 당부하고 재단에는 투명한 행정관리를 주문한 게 고작이었다.

또한 지난해 8월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성람재단 비리사건 2심 선고공판에서 전 이사장 조모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서울정신요양원 구매과장 하모씨와 서울정신요양원 원장 유모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서울정신요양원 원장 박모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는 등 1심에서 받은 형량이 낮춰졌다. 이유는 ‘그동안 복지시설을 운영해 온 공’이었다.

그 후 성람재단 비리사건은 복지부 국정 감사에도 올랐지만, 사회복지사업법일부개정법률안 및 공익이사제는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은 성람재단 비리사건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사회복지분야투명사회협약을 체결했고, 정화원 한나라당 전 국회의원은 “시설비리척결은 자정노력을 통해 가능하며 공익이사제 도입은 시설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장애인단체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2006년 11월 27일 세종로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설비리사슬을 끊기 위한 삼보일배 행렬이 이뤄졌다. 장애인신문DB ⓒ2008 welfarenews
▲ 지난 2006년 11월 27일 세종로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설비리사슬을 끊기 위한 삼보일배 행렬이 이뤄졌다. 장애인신문DB ⓒ2008 welfarenews

맞았다, 성폭행 당했다, 썩은 라면도 먹었다
제보, 민원, 진정, 고발, 기자회견, 탄원, 집회, 농성까지 해봤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는가?

장애인단체들은 합법적으로 공문을 보내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1주일에 한 번씩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심지어는 성람재단 이사진 전원해임을 촉구하는 횃불문화제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공익이사제를 요구하는 삼보일배 행진도 열었지만, 매번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이었다.

한편,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은 지난 3월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다. 서울시청 앞에 13동의 텐트를 설치해 ‘탈시설 마을’을 만들었다. 이는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의 하나로 세워진 화려한 ‘5월의 궁’과 대조되는 모습을 이뤘다.

탈시설 마을은 서울시가 일회성 행사에는 100억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하면서,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에 대해서는 얼마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지를 보여줬다. 서울시가 이들에게 보낸 관심은 농성을 중지하라는 계고장이 전부였다.

수십 년이 지나도 사회복지시설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가 장애인을 지역사회와 격리된 시설로 내몰고 있다는 점에 있다.
국가는 시설에 장애수급비 등을 지원하지만 관리·감독에는 소홀하다. 때문에 사회복지시설 및 시설재단은 이사진을 친인척으로 구성, 각종 비리를 저질러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

성람재단과 석암재단의 이사장은 물러났지만, 그와 친인척 관계인 이들이 계속해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비리사건 당사자 몇 명만 처벌을 받고, 그들이 풀려나면 다시 법인으로 돌아간다.
비리사건과 인권침해를 고발한 시설장애인들을 강제퇴소 시키고, 전보다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비리를 저지른다. 실제로 석암재단측은 시설장애인이 석암재단 생활인 인권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탈퇴하지 않을 경우 강제퇴소 시키겠다며 위협했다.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이 아니다. 장애인이 가장 소망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사는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국가복지정책 패러다임이 ‘시설 지원’에서 ‘자립 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한다. 시설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 등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화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 4월 11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공익이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은 100%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및 기관은 사회복지법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악순환을 끊고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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