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시청앞에서 기자회견 모습 ⓒ2008 welfarenews
▲ 지난 4월시청앞에서 기자회견 모습 ⓒ2008 welfarenews
대전시가 활동보조서비스 이용 중증장애인 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예산부족을 이유로 서비스 시간을 일괄 삭감하게 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사태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장연은 지난 2일 대전시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확대실시를 놓고 시와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9월부터 시 자체 예산으로 100명에게 기본 시간외 평균 40시간을 추가 지원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이용 장애인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 초 예산 증액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지난 4월 시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에서 시는 초과 인원수가 20여 명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이용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활동보조지원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약속한 상태에서 23명분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6월말 현재 추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수는 230여 명으로 시가 밝힌 두 배가 넘었다, 이로 인해 예산부족을 초래 서비스 제공시간이 대폭 삭감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시가 관리감독의 잘못으로 예산 계획과 집행에 오류를 저질러 놓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장애인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또 시가 예산 편성 확대는 뒷전인 채 삭감에만 매달리는 것은 실제로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사회 진출의 꿈을 키워온 당사자에게는 벼랑 끝과 같은 처사라고 비난하고, 특히 장애어린이를 둔 부모들도 등·하교를 대신해 줘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는데 삭감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총 9개 단체로 결성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전시는 복지정책에 대한 소신과 철학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당초 목표치 보다 불어난 것은 사실이나 각 구에 내려 보낸 예산 지침을 고려치 않고 접수를 받아서 생긴 일이라고 발뺌하고 현재로선 인원삭감이나 시간삭감 가운데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신문 오픈웰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2일 박성효 대전시장에게 전달한 성명서 전문을 싣기로 했다.

[성명]
주먹구구식 장애인복지, 장애인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 대전시의 활동보조서비스 삭감 방침에 대해

작년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 서비스로 그동안 집에서 갇혀 지내던 장애인들이 조금씩 밖으로 나와 사회활동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이 활동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 제공되었고, 그로 인해 애초의 취지가 무색하게 제한적 수준의 가사지원 밖에는 되지 않았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9월부터는 대전시 예산을 추가 편성하여 최중증장애인에 한해 추가시간을 제공하여 왔다.
하지만 당초 100명에게 한 달 평균 40시간 정도를 추가제공 하겠다는 계획은 실제 이용자의 필요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올해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수가 끊임없이 증가하여 당초 편성한 예산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 4월 말 대전시와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협의를 갖고 해결책을 함께 강구하였다. 이 자리에서 대전시는 현재의 문제점으로 첫째, 예상 이용자 수가 초과하여 120여명 정도가 되었고, 둘째는 이용시간이 평균 60시간 정도로 당초 계획했던 평균 40시간을 초과한 것을 짚었다. 대전시의 이런 보고 내용을 토대로 양자는 머리를 맞댄 끝에 올해 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대전시에서는 23명분의 예산을 상반기 추경에서 확보하도록 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은 현재 이용하고 있는 평균 60시간을 40시간 수준으로 삭감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올해는 더 이상 신청을 받지 말고, 정확한 이용 욕구를 파악하여 내년에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 협의 이후에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용시간에 대한 삭감조치가 단행되었고, 신청 접수는 중단되었다. 동시에 약속한 대로 대전시는 23명분의 예산(평균 40시간 이용)을 추경에서 확보하였다.
하지만 6월 들어 대전시정의 심각한 오류가 드러났다. 실제 추가 시간을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수는 대전시가 보고한 120여명이 아니라 230여명이었다. 120여명은 2월 통계였고, 협의할 당시인 4월에는 이미 200명이 넘어서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우리에게 23명분의 예산만 더 확보하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확언한 것이다. 가계부를 쓸 때도 이렇게 주먹구구로 하지는 않는데, 150만 대전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대전시가 이런 식의 행정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대전시가 더 이상의 예산은 없다면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용 시간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힌 데 있다. 10시간 미만으로 삭감하겠다는 대전시의 조치는 활동보조서비스의 시행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다. 대전시가 잘못하여 예산 계획과 집행의 오류를 만들어놓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장애인들에게 전가하는 이러한 행위를 우리는 납득할 수가 없다.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장애인들은 조금씩 사회로 발을 내딛고 있다. 정기적인 활동공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직장을 잡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는 그동안 학교로, 치료센터로 정신없이 오가는 일을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해결하고, 직장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대전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모두 뒤틀리고 있다. 이제 겨우 밖으로 발을 내민 장애인들은 다시 집에 갇혀 지내야하고,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활동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전시는 무슨 권리로 이처럼 장애인의 삶을 앞으로 감았다 뒤로 돌렸다 하는가. 또, 장애인들은 무슨 죄로 이처럼 쓰라린 좌절을 연속해서 맛보아야 하는가.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것이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요구인가. 대전시 예산의 0.03%도 안 되는 활동보조서비스의 중단으로 장애인의 삶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전시의 명백한 시정 오류로 발생한 이번 일에 대해 그 피해를 장애인들에게 전가하려 하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자기의 생존을 지키고, 삶을 진전시키려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진지한 노력을 무시하지 말고, 귀 기울여야 한다. 대전시의 단순한 행정실수가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낭떠러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기를 바라며 지금의 사태에 대한 분명한 대책을 세우기를 요구한다.

2008년 7월 2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대전여성장애인연대, 대전장애인부모연대, 대전충남 양심수후원회,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재가장애인자조모임 인동초, 한국사회당 대전시당,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대전충청지회, (법률자문)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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