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의정기념관과 국회도서관을 연결하는 구름다리의 경사로가 급해 수동휠체어장애인이 힘겹게 올라가고 있다. ⓒ2008 welfarenews
▲ 국회 내 의정기념관과 국회도서관을 연결하는 구름다리의 경사로가 급해 수동휠체어장애인이 힘겹게 올라가고 있다. ⓒ2008 welfarenews

방문자를 반갑게 맞이하며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는 접수대에서 방문자와 접수대 직원은 서로 눈조차 마주치기가 힘이 든다. 접수대의 높이가 높고 하부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이곳에서 휠체어장애인을 맞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용 접수대를 별도로 마련하거나 모두가 이용하기 쉽도록 접수대 전체를 낮게 설치해도 좋으련만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장애인에게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사당이다.

18대 국회가 개원함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제법 분주해졌다. 특히 이번 18대 국회에는 많은 장애인국회의원들이 입성한 만큼 장애당사자들에게 보다 나은 신문고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활발한 의정활동과 함께 장애당사자들의 국회 방문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국회 내 편의시설의 개선도 시급히 요구돼야 하지 않을까. 무장벽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 아직도 부족한 국회의 이 곳 저 곳을 둘러봤다.

그러나 문제는 국회 내 신축건물인 의정기념관에서부터 시작됐다. 건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의정기념관은 국회도서관과 구름다리로 연결돼있다. 구름다리에는 휠체어장애인들을 위한 경사로도 꽤 길게 설치돼있었다. 하지만 경사로 기울기는 7도를 나타내고 있었고, 이는 신축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7도나 되는 가파른 이곳의 경사는 전동휠체어장애인도 겨우 오르내릴 수 있고, 수동휠체어장애인의 경우에는 자력으로는 거의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지적하며 “새로 지어진 건물이 법적 기준에도 맞지 않은 위험한 경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장애인주차구역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인도로 통하는 간이경사로는 높이조차 다르게 설치돼 있다. ⓒ2008 welfarenews
▲ 장애인주차구역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인도로 통하는 간이경사로는 높이조차 다르게 설치돼 있다. ⓒ2008 welfarenews

<화장실 칸막이 없애 공간만 넓혀놓고 휠체어장애인 위했다?>
청각장애인은 말 안 통해, 점자는 제멋대로...

국회를 방문하는 장애인들은 제일 먼저 주차장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주차면수가 부족해 장애인의 접근에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주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주차구역이 건물의 입구와 가장 근접하게 설치돼있기는 했지만, 본관의 경우 주차장과 인도 사이의 턱이 높아 결국 멀리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 고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라는 표지판을 세워놓고 바로 눈앞에는 인도와 높이가 맞지 않는 간이 경사로가 버젓이 배치돼있었다.

이로 인해 국회 내에 있는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과 직원들조차도 주차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방문을 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장애당사자들의 접근은 어떻게 해결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장애인국회의원만 이곳에 9명이 있다. 그런데 의원회관 건물에 장애인이 주차할 수 있는 면적은 4곳 뿐”이라며 “게다가 항상 장애인주차구역의 앞에는 일반 차량이 가로질러 있어 장애인 차량도 쉽사리 주차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윤 의원은 이어 “장애인 민원이 폭주함에 따라 국회의원을 찾아오는 장애인 내방객도 그만큼 증가할 텐데 주차면적이 지금 이대로라면 문제가 있다”며 “한 건물 당 장애인주차구역을 최하 30대 이상으로 넓히고, 장애인주차구역과 주출입구 사이에 안전보행로를 확보해 접근이 어렵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회관 접수대의 높이가 높아 장애인 방문객이 용무를 볼 수 없다. ⓒ2008 welfarenews
▲ 의원회관 접수대의 높이가 높아 장애인 방문객이 용무를 볼 수 없다. ⓒ2008 welfarenews

한편 의원회관 장애인용화장실 부재에 대한 건의사항을 조치해놓았다는 공간은 화장실 두 칸을 한 칸으로 합친 상태였지만, 장애인을 위한 보조손잡이와 비상벨 등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의원회관 방문객들을 위한 지하 1층 안내데스크 앞 장애인용화장실도 눈살이 찌푸리게 했다. 고작 한 칸인 화장실은 남녀공용인데다가 대변기 전면 면적이 충분하지 못해 휠체어장애인이 화장실에 들어간 후 회전해서 문을 닫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일반화장실로 유도돼야하는 점자블록은 장애인용화장실을 향하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벽걸이형으로 설치된 일반화장실 내부의 소변기는 하부 높이가 높아 어린이나 지체장애인이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랐고, 의정기념관의 경우 여성이 이용하는 일반화장실 입구에 남성장애인용화장실이 위치해있어 화장실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조성하기도 했다.

게다가 본관 정문에 위치한 경사로는 호출벨도 설치돼있지 않고 기울기가 6도로 나타난데다가 굴절부분에 수평부분이 없어 휠체어가 올라갈 시 바퀴가 공중에 뜨는 현상이 발생해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

본관 정문 경사로가 심하게 꺾여있어 휠체어장애인의 이동에 위험이 따른다. ⓒ2008 welfarenews
▲ 본관 정문 경사로가 심하게 꺾여있어 휠체어장애인의 이동에 위험이 따른다. ⓒ2008 welfarenews

<17대보다 발전된 편의시설, 그러나 고칠 것은 고쳐야>

아직도 갈 길이 먼 국회 장애인편의시설의 현 주소. 그러나 순식간에 편의시설을 갖출 수 없는 만큼 국회는 꾸준한 노력을 거쳐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회 내 편의시설의 미비점들은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 지적받아 왔고, 현재 다양한 편의시설이 새롭게 설치되면서 개선조치 또한 이뤄지고 있다. 휠체어장애인들에게 쥐약일 수밖에 없는 단차도 점차적으로 제거되고 있고, 각 건물 출입구에 설치돼야 하는 경사로도 이제는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편의시설의 개선 조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조치가 되고 있지 않은 부분이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중요한 위치임에도 부재했고, 점자표지판의 사이즈가 전체적으로 너무 작은 것도 문제였다. 이와 같은 문제는 점자만 설치하고 보완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시설과측에서는 검토만 해보겠다는 입장을 일관했다.

의정기념관과 국회도서관을 연결하는 구름다리의 경사로가 법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휠체어장애인들의 이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2008 welfarenews
▲ 의정기념관과 국회도서관을 연결하는 구름다리의 경사로가 법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휠체어장애인들의 이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2008 welfarenews

윤 의원은 “전동휠체어로 장애인들이 본관을 올라가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 분명 수리를 통한 보완이 가능함에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비장애인들이 식당이나 회의실 등에서 느끼는 사소한 부분도 장애인들에게는 큰 불편인 동시에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물이기 때문에 보여 지는 아름다움도 중요하겠지만, 더 많은 장애인들이 국회를 방문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배융호 총장도 “장애인에게 편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법을 제정하는 곳도 국회이고, 이동을 위한 법을 제정하는 곳도 국회다. 그런데 이러한 법을 만드는 국회가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며 “상징적인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장애인들에게 편리한 공간으로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장실 두 칸을 합친 장애인용화장실에는 보조손잡이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2008 welfarenews
▲ 화장실 두 칸을 합친 장애인용화장실에는 보조손잡이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2008 welfarenews

<윤 의원, “무장벽 국회를 향한 모두의 적극적인 의지 필요”>

얼마 전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국회편의시설에 대한 개선을 50여 가지 요구했고, 국회사무처가(이하 사무처) ‘국회편의시설 등 건의사항에 대한 조치계획(이하 조치계획)’을 작성해 회신했다. 사무처가 마련한 이번 조치계획에는 윤 의원이 당초 요구했던 제도개선분야, 인적서비스지원분야, 편의시설개선분야에 대한 조치여부가 담겼다.

사무처는 제도개선분야의 조치계획으로 ‘국회의원 활동보조인 지원에 관한 내규’ 마련과 국회편의안내책자의 발간을 밝혀왔다. 단, 인적지원서비스지원 분야의 중증장애인 방문객을 위한 안내 인력과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사 배치는 수요를 파악한 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해왔다.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세면대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하부공간 확보가 요구된다. ⓒ2008 welfarenews
▲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세면대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하부공간 확보가 요구된다. ⓒ2008 welfarenews

편의시설개선 조치계획에서도 의원회관 주차장에 대한 문제는 불법주차 및 안정보행로를 확보하는 것으로 조치하겠다고 답변했고, 장애인주차면수의 확대는 제2의원회관 건립 시 반영해 개선할 것이라고 밝혀 추후 별도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윤석용 의원실 이문희 정책보좌관은 “사무처가 이번 대선조치를 마련했다고 해서 국회가 장애인들에게 ‘무장벽 국회’로 변화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이번 개선조치 계획을 통해 무장벽 국회를 향한 힘찬 의지를 가지고 국민 앞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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