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재 교수 ⓒ2008 welfarenews
▲ 이상재 교수 ⓒ2008 welfarenews

미국에는 스티비 원더, 이탈리아에 안드레아 보첼리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이상재’ 이름 석 자를 가진 음악가가 있다. 천재적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이 세 사람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수화기 건너로 들리는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이상재 교수의 목소리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힘이 넘쳤다.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감독이자 나사렛대학교 음악목회학과 교수를 맡고 있는 이상재 교수(41)는 어릴 시절부터 ‘나는 음악가가 될거야’, ‘음악만이 전부다’라는 생각으로 많은 음악과 악기들을 접해왔다.

이 교수는 월남전 해군이었던 아버지를 통해 어린 나이부터 고급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당시 음악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도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유명한 음악가들의 곡은 조용히 앉아 감상하곤 했었다고 한다. “월남전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부잣집에나 있을 법한 전축과 함께 LP판을 꽤 많이 사 오셨어요. 항상 존경해왔던 아버지가 사 오셨던 만큼 저는 마냥 좋아 음악을 듣기 시작했죠. 그렇게 저는 음악이 좋아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교수는 7살 때 교통사고로 시력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10살이 되던 해 완전히 실명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기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현악합주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늘 이씨의 마음속에는 클라리넷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차 있었고, 중학교 1학년부터 그토록 바라던 클라리넷을 손에 잡을 수 있었다. 이 씨는 “클라리넷을 연주하기까지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반대의 목소리를 들어야했다. 3일 동안 단식으로 투쟁도 했고 음악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약속까지 한 후 음악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정원 외 특례입학전형이 없던 그 시절, 이 씨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학교 원서 접수조차 할 수 없었다. 여러 대학에서 원서 접수를 실패했고 ‘합격은 못하겠지만 일단 원서는 접수해보라’고 말한 중앙대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입학 원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중앙대에 보란 듯이 입학했고, 입학금을 제외하고는 졸업까지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또 140년의 전통을 지닌 미국 피바디대학에서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하지만 남들은 쉽게 보는 악보를 이 교수는 일일이 점자로 기록해야 했고, 연주를 할 때는 지휘자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악보를 머릿속에 기억해야 했다. 이 교수처럼 고생을 감수해야하기는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따로 없다. 때문에 이 교수와 17명의 단원들은 오로지 귀를 열고 서로의 마음을 읽어가며 합주를 해야 한다.

이 교수는 “나는 연습을 할 때 지휘봉이 아닌 마이크를 들고 단원들에게 소리친다. 그럼 단원들은 자신이 내야 할 음을 모두 외워 화음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누구든 직접 우리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지휘자가 없는데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구성할 수 있는 우리의 연주에 가장 놀라는 사람들은 음악 전공자들”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음악가이기에 행복하다. 그러나 슬하에 있는 딸들에게는 음악을 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음악은 끝이 없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도 가장 후회하는 것이 이렇게 끝없이 노력하고 힘들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며 “늘 부족하고 늘 마음이 불안하고 늘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이 마음을 딸들은 느끼지 못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가 방해를 하고 말려고 자신의 의지만 있다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오케스트라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하기위해 연주를 활성화하려고 한다. 또 자신의 클라리넷으로 예쁜 소리만을 담아 제작하게 될 새 음반 작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4년 만에 새 음반이 나온답니다. 이번 음반은 나와 같은 시절 대학생활을 했던 친구들을 위해 추억의 음악들만 선별해 담을 예정입니다. 내 음반으로 옛 기억들을 불러일으킬 수 추억과 사랑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는 클라리넷이 소박하고도 아름답기에 좋아한다. 시끄럽거나 요란하지는 않아도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울리는 클라리넷의 편안함을 사랑한다. 이상재 교수도 클라리넷과 같기에 모든 이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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