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안마사 자격요건을 시각장애인으로 한정한 현행 ‘의료법’ 제82조 제1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합헌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지난 20일 “헌법소원심판사건은 현행 의료법 규정이 비시각장애인들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사안은 시각장애인의 ‘인권보호와 인권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전하며 제출 의사를 밝혔다.

인권위는 이 사건을 시각장애인의 인권보호와 향상 차원에서 주목하고, ‘안마사 자격요건을 시각장애인으로 한정한 의료법 조항은 헌법에서 국가에게 부여한 적극적조치 의무를 입법화 한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부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헌법 제34조 제5항은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 차별시정총괄팀 김경희 조사관은 “이 사건과 관련한 의료법의 조항은 이러한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한 것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실질적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김 조사관은 이어 “의료법 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비시각장애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또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보다는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이 더 절실한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사건은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이 충돌하는 사안으로 볼 수 있는데, 시각장애인들은 다른 대체 직업을 갖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비시각장애인들은 다른 직업을 선택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사지 등 물리요법을 행하는 업무를 선택하고자 할 경우에도 물리치료사 자격을 취득해 그 분야에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측은 “공동체 정신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는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위해 일정 범위에서 제한될 수 있는 것”이라며 “최소한 유보직종에 대한 독점권을 주는 것은 우리사회가 수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선례나 장애인 인권에 대한 국제기준과 선언에 비춰볼 때도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업에 대한 독점권을 주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 인권위의 의견이다. 전 세계적으로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직종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 또한 안마 직종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안마업에 대한 완전한 독점권을 시각장애인에게 부여하고 있으며, 일본은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업의 70%를 할당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 각국은 일정한 직종에서의 독점권과 우선권을 시각장애인에게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안마업을 통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아 온 시각장애인들에게 별도의 대체수단도 마련해 주는 않은 채 형식적인 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장애인의 인권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인권위가 제출한 이번 의견서에 대해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 강윤택 대표는 “경제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보다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적인 입장에서 바라봐 준 인권위의 의견서는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이번 의견은 단지 인권위의 의견만이 아닌, 인간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인권위의 의견 제출에 대해 “이번 사건을 매우 협소하게 바라보고 있는 스포츠마사지협회의 공식적인 반발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본래 지난달 초에 이뤄졌어야 할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연기돼 있는 상태. 다음달에 공판 일정이 정해져있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내용이 다뤄질지는 아직 의문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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