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측, 인권의식 저조 시범보인 꼴
청와대측, 인권의식 저조 시범보인 꼴
  • 최지희
  • 승인 2008.09.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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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하필 이런 상황을...'이란 제목으로 방송된 YTN 돌발영상.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험인물로 설정, 경호원들이 진압에 나서고 있다. ⓒ2008 welfarenews
▲ 지난 8일 '하필 이런 상황을...'이란 제목으로 방송된 YTN 돌발영상.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험인물로 설정, 경호원들이 진압에 나서고 있다. ⓒ2008 welfarenews

지난 6일 대통령 경호관들이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경호시범 행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장애인을 대통령을 위협하는 존재로 설정했다는 것. 경호관들은 ‘장애인 생존권을 보장하라’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휠체어 장애인을 제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장애인 제압 장면은 YTN 돌발영상을 통해 보도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9일 성명을 발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지키고 감독해야할 정부가 앞장서서 장애인을 차별하고 폭력을 자행하는 집단으로 선전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이명박 대통령님, 장애인 생존권 요구가 테러로 보입니까?’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냈다.

전장연은 성명서를 통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그 장애인이 들고 있는 것은 생존의 요구가 적힌 펼침막”이라며 “이미 경찰은 장애인의 생존권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장애인과 휠체어를 분리시키면서 진압했다”고 분노를 표했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또한 각각 지난 9일과 10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과 정부를 질타했다.

진보신당측은 “대통령 연설에 접근하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설정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장애인 불임시술을 언급했던 경력이 있다. 이와 같은 대통령의 장애인에 대한 저열한 인권의식이 청와대 경호실의 장애인 제압시연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휠체어 장애인을 제압하는 방식도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펼침막이 대통령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휠체어 장애인이 대통령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우악스럽게 펼침막을 빼앗고, 제압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또한 논평을 통해 “우리는 이 동영상에서 현 정부의 장애인과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저급한가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백배 사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와대측은 장애인단체를 방문해 유감을 표명하고, 이번 시범 상황은 장애인과 관련해 최근 몇 년 동안 청와대 및 외부 행사장에서 발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연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휠체어 상황조치 장면은 장애인 또는 장애인으로 위장한 비장애인이 소란을 야기했을 때 장애인임을 확인한 경호관이 밖으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과정이 생략되고 조치 장면만 부각돼 오해를 유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청와대 경호처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