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고령화되어 가면서, 우리 주변에서 노인성 질환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 중에서 흔히 ‘노망(망령)’이라 불리는 질병으로 고생하는 노인과 그 가족들을 볼 수 있다.

이 질환의 정확한 의학용어는 치매이다. 치매의 한자를 알기 쉽게 풀어보면, 치(痴)'자는 알지(知)자에 병부(疒)가 붙어 있어 지능, 지성이 병들었다는 뜻이며, '매(呆)'자는 사람이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상형문자에서 나왔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치매란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피해갈 수 없는 병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사실 치매는 질병이 아니라 하나의 증후군이며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치매 중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혈관성 치매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동맥 경화증 및 기타 뇌혈관 장애가 원인이 되어 혈관의 다발성 경색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보다 급성으로 시작되고 단계적으로 악화되는 경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며, 흔히 국소적 신경학적 증상으로 무릎반사의 이상,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 사지의 무력감등을 보이기도 한다.

치매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증상의 하나가 바로 기억력의 저하이다. 오래된 일들에 대해서 회상을 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아주 친숙한 가족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언어 장애도 나타난다. 처음에는 증상이 경미해 알기 어려우나, 점점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게 되고,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앵무새처럼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또한 자기 집에서 안방이나 화장실을 찾아가지 못하는 현상도 일어나는 등 방향감각의 장애가 나타난다. 운동화 끈을 묶는 다든지, 담뱃불을 붙인다든지 하는 동작의 수행에 문제가 생기는 실행능력의 장애도 나타나고, 일상생활의 관리뿐만 아니라,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끝으로, 남을 의심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친한 가족에게 욕을 하는 등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노인들은 신체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 중에 합병증이나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흔히 나타나고, 흔히 치매 이외의 다양한 신체적 질병을 지니고 있으며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해지면 동통에 대한 지각이 떨어지고 또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여 신체적 질병이 간과되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상실된 기능을 보상하여 주고 남아있는 기능을 지지해주는 방향으로 주거환경도 조절해주어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기억력을 도울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이 환자의 일상생활이나 자존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매일 신문을 읽게 하고 TV를 시청하게 하며 달력도 큰 글자로 된 것으로 바꾸어주고 비망록을 이용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울증, 수면장애, 환각이나 망상 등이 흔히 나타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여 환자의 증상을 조정해 줄 수 있고 인지 기능을 증가시켜주는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위와 같은 방법들이 행해지지만, 치매환자의 치료는 의사 혼자서만 행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치매 환자 가족의 질환에 대한 이해와 희생, 관리방법의 습득도 중요하고 사회 환경적 치료도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치매를 매병(呆病), 건망(健忘) 등으로 표현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가 허약하고 정기가 부족하며 기혈이 허하여서 점차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치매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하는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 혈압을 체크하는 등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좋으므로 하루 소금 섭취량이 10g을 넘지 않도록 하고, 금연, 금주를 하고, 일상생활에서 머리를 자주 쓰며,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는 우유, 유제품, 뼈째 먹는 식품, 어류나 콩제품을 많이 섭취하도록 한다. 채소도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은 식품이다. 특히 토마토나 포도, 브로콜리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치매는 비단 질병을 가진 노인의 삶뿐만 아니라, 한 가족의 화목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평소에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예방하는 생활 습관을 갖고, 만약 치매의 조짐이 보이면, 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익산성원한의원 원장 강병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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