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환자들의 배를 만져보면 복진이라고 하는데 의외로 배가 차서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마치 냉장고처럼 써늘한 경우가 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알고 보면 배가 찬 사람이 매우 흔하다. 본디는 연세 드신 분들이 무릎이 시리다, 등에 찬바람이 난다, 배가 차갑다 하는 게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이나 심지어 아이들도 배가 차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가 냉장고에 있는 찬 음식을 좋아하고 밀가루처럼 성질이 찬 걸 자주 먹으면 이렇게 된다. 특히 여름철에 잘 때 배를 드러내놓거나 선풍기?에어컨의 찬바람에 노출을 자주 하는 사람이 배가 차게 되기 쉽다. 또한 요즘 같은 추운 겨울철에도 옷을 가볍게 입고 차가운 냉면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먹는 사람들이 결국은 배가 차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사람이 배가 차가우면 대체로 힘을 쓰지 못한다. 우리 몸이 머리, 가슴, 배, 팔다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배에서 심장 피가 잘 내려오지 못하면 위로 역류하여 감정은 더 불안정해지고 팔다리, 특히 다리 쪽으로 가는 순환에 지장이 많게 되어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기운이 없다. 또한 배가 얼음장같이 차면서 얼굴은 달아오르고 가슴이 답답해 죽겠다는 사람이 있다. 따뜻한 이불 밑에서 자고 있는데도 다리는 여전히 시려서 잠이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각종 소화불량이나 대변 장애는 말할 것도 없다. 배를 차게 하는 원인을 또 살펴보면 술을 자주 마시든지 식사가 불규칙이어서 위와 장이 약해져서 배가 차진다. 자연유산이나 소파수술을 자주하여 자궁이 약해진 경우 배가 냉해질만하다. 또한 긴장, 초조불안, 짜증은 열이 뜨게 하는데 이때 아래가 식어진다. 한방에서는 상열하한증이라고 하는데 위쪽은 열이 있고 아래쪽은 냉한 경우이다. 생각과 걱정은 위장활동을 억압하여 윗배를 차게 한다. 실망, 낙심, 공포 역시 장기적으로 아랫배를 차갑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배가 차갑다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여 예전부터 배를 따뜻하게 하는 처방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처방은 후박온중탕이나 이중탕 오적산등을 들 수 있다. 그때그때 원인과 증상에 따라 처방을 사용하면 좋아질 수 있다. 또한 약물로는 사인, 초두구, 백두구, 계피, 계지, 건강, 소회향, 부자 등을 활용하여 치료해오고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쑥뜸을 관원(배꼽아래 네손가락 밑) 에다 오랫동안 뜸을 뜨면 배도 따뜻해지고 여러 신진대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일 중요한건 먹는 것과 입는 거라 생각된다. 찬성질의 음식을 먹지 말고 몸을 항시 따뜻하게 하는 의복을 입어야 할 것이다.
익산성원한의원 원장 강병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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