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모처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과 산행을 하게 되었다. 가을을 물씬 느끼게 하는 맑은 날씨와 파란 하늘이 어울려 우리의 산행에 신바람과 절로 가벼운 발걸음을 느끼게 했다.
한참 올라가다보니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들과 밤송이에서 밤을 꺼내고 또 가시에 찔리면서 한주먹이나 되는 밤을 캤다. 난생처음 캐보는 밤 때문에 아들 녀석은 너무나 좋아했고 본인도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자부하며 산에서 내려왔다.
오늘은 밤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밤은 달고 짭짤한 맛에 따뜻한 성질로서 신장과 비장, 위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원기를 더해주고 위와 장을 건실하게 하여 설사를 멎게 한다. 밤은 기름기가 없으며 영양소가 균형 있게 들어 있어서 병후 회복에 좋다.
옛날에는 밤도 고구마나 감자처럼 구황식품에 들어갔다.

혈을 잘 통하게 하고 출혈을 막아주는 효능도 있으므로 코피가 나거나 피를 토하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에도 효과가 이는데 이때는 생밤을 먹으면 된다.

밤이 신장의 기를 보충하는데 허리와 뼈가 신장계통에 속하여 기를 받는다. 따라서 신장을 강하게 하는 것은 허리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므로 허리와 다리가 약한 사람들이 먹으면 좋다. 이 경우에는 밤을 말려서 물기를 없애고 매일 공복에 먹는 것이 좋다.

한의서에 보면 밤은 ‘율자(栗子)’라고 하는데, 기운을 돋우고 위장을 따뜻하게 하며 소화기의 전반적인 운행(運行)을 관장하는 장기인 비장을 튼튼하게 해 입맛을 좋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한다. 또 설사나 출혈을 멎게 하고, 신장의 기운을 도와 정력을 보강하고, 하체(下體)를 튼튼하게 한다. 소변의 배출을 좋게 하는 효능도 있다.

동의보감에는 “밤은 기(氣)를 도와주고 배가 고프지 않게 하는 효능을 가진 과일 가운데서 가장 좋은 과일로 생밤(生栗)은 뜨거운 잿불에 묻어 진이 나게 구워 먹어야 좋다. 그러나 속까지 익히지 말아야 하는데, 속까지 익히면 기(氣)가 막히게 되며, 날밤은 기(氣)를 동(動)하게 하므로 잿불에 묻어 약간 구워 그 나무의 기(氣)를 없애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의학 의서에서는 “밤의 껍질을 꿀에 개어 바르면 피부가 수축되어 노인의 얼굴에 생긴 주름을 펴는데 효과가 있으며, 밤송이는 ‘율모각(栗毛殼)’이라 하여 현대의 위암(胃癌)에 해당하는 ‘반위(反胃)’와 당뇨에 해당되는 소갈(消渴)’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밤은 과일 중에서 영양가가 제일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밤에 함유된 당분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비타민C는 피부미용·피로회복·감기예방·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B2는 비만의 예방과 치료 및 인체를 견고하게 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밤 속껍질의 탄닌산은 수렴(收斂) 작용과 함께 위장기능을 강화시켜 주어 소화 장애 및 설사나 배탈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밤이 인체의 면역증강 효과를 높이고, 혈관건강 및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성인병 예방 및 여성의 미용과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건강식품으로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변비가 심한 경우나 감기 환자, 산후조리 중에는 밤을 먹지 않거나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익산성원한의원 원장 강병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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