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동구 용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7년째 어르신들께 점심상을 차려낸 경복수 사장 ⓒ2009 welfarenews
▲ 대전광역시 동구 용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7년째 어르신들께 점심상을 차려낸 경복수 사장 ⓒ2009 welfarenews
대전광역시 동구 용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경복수 사장은 7년째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 대접을 매월 실시하는 등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버스 터미널 뒤편에 자리잡은 진고개 식당은 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특별한 메뉴를 갖춘 것도 또한 특별한 솜씨를 자랑할 만한 식당도 아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옛날 임금임 12첩 반상보다 훨씬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에선 7년째 매월 25일이면 동네 어른들에게 정성껏 점심을 대접하는 경복수(59세)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경복수 사장은 매월 중순이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번 달에는 어르신들게 어떤 음식을 대접할까, 메뉴 선정부터 고민이다. 평소 자주 드시지 못한 음식 중에서도 드시기 좋은 부드럽고 영양가가 풍부한 것을 고르다 보니 음식 선정이 쉽지 않다. 게다가 적은 금액으로 좋은 식재료를 구하려니 이리저리 발품을 팔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불리 드시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시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보면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말한다. 이렇게 한번 대접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50만원 그러나 준비 하다보면 욕심이 생겨 예상 비용을 초과하기 가 다반사라며 멋쩍게 웃는다.

7년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상을 차려내기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요즘 같이 불황에도 빼놓지 않는 어떤 비결이라도 있느냐는 물음에 당장 여유가 없어도 어르신들의 점심상을 거를 수 없어 외상으로 가져다 대접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벌어서 갚을 수 있게 된다는 경 사장의 모습에서 천상 이웃에 대한 남다른 정이 묻어난다. 이웃사랑을 실천하게 된 동기는 30년 전 젊은 시절 다니던 절의 스님의 권유로 우연히 교도소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주변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단다. 그때 맺은 의남매 연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사람만도 열댓 명에 달한다.

당시 경 사장 자신도 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영세민으로 힘겹게 살고 있었지만 봉사를 통해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작지만 정성껏 잔치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경 사장은 지금의 용전동으로 살림집을 옮기고 식당을 운영하여 돈을 벌면서도 정작 용전동을 위해서는 한 일이 없다는 생각에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 점심 대접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점심상 차리기가 엊그제 같은데 10년을 바라보는 세월이 흘렀다고 말하는 경 사장은 요즘 용전동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봉사지만 늘상 바쁜 핑계로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이 식구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경 사장은 “애들이 어렸을 때 할머니·할아버지께만 비싼 과일 드리지 말고 우리도 달라고 투정도 곧잘 부렸지만 지금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웃는 아내를 지켜보든 남편 김용태씨는 “이 사람이 태생이 퍼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제 욕심 차릴 생각을 했으면 애초에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마디 거든다.

동네 어르신들이 점심 한 끼지만 기분좋게 배불리 드시고 돌아가는 모습이 한 없이 좋다는 경 사장은 “기관에서 주는 표창장보다 내 식구들이 믿어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가장 든든하고 흐뭇하다며, 언제까지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힘이 닿을 때까지는 어르신들의 점심을 차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충남 황 기 연 기자, 기사제보 hky23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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