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한 대학 취업 담당 직원이 조사한 것을 지인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보게 되었다. 각 직업별 술 먹는 특성을 조사한 것이었는데, 군인은 저녁 식사 반주에서 5차~6차를 넘나드는데, 후방보다 전방의 실력이 강하다고 한다.

축구 선수는 소주와 고기를 선택하는데, 전날 술자리에서 하는 행동에 따라 다음날 출장이 결정될 정도로 군기가 세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은 가루에는 돼지비계가 최고라는 술버릇이 있다고 하며, 화가들은 혼자서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대학교수들은 역사학과 교수들이 입담이 가장 세고 의대 교수들이 가장 시끄럽게 술을 마신다고 한다. 어부들은 반드시 신고를 한 뒤 통성명을 해야 술자리에 끼워준다고 한다.

이 글을 보며 참 많이 웃었다. 정확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내원하는 환자의 직업과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이 내용을 조사할 때 분명히 ‘한 술’ 한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것이다.

술을 잘 못하는 선생님도 있을 것이고, 체력 조절 때문에 절주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또 술자리에서 입담이 세고 말이 많은 교수님들은 술을 안 마실 때 꼭 이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호기롭게 술을 마시게 되면 다음날 어떻게 되었을까? 말짱하게 출근해 쾌활하게 일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전문의로서의 생각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애주가가 사랑하는 술. 술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다. 소주를 기준으로 삼아보면 에탄올 1g담 7.1kcal의 열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영양소는 거의 없다. 술을 마실 때 몸으로 흡수되는 에탄올의 2~10%는 신장과 폐를 통해 소변 또는 내쉬는 호흡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남은 에탄올의 90%이상은 빠른 속도로 간으로 이동한 뒤 대사작용을 거치게 된다. 이 때 간에서 분해되는 에탄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만들게 되고, 다시 한 번 더 아세트산으로 변화되어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된다.

이때 생기는 중간생성물질 아세트알데히드가 심한 두통과 속쓰림을 동반하는 숙취의 원인 물질이다.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얼굴을 붉게 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며 두통과 위통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우리를 숙취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한 술 한다’는 주당들도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두통과 속쓰림 증상이 따라오게 된다. 특히나 심하게 달린 날은 이 증상들이 훨씬 심해져 하루 종일 누워 지내게 되는데, 심할 경우 응급실로 실려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잘못된 상식이 있다. 우리가 ‘주량’이라고 말하는 것은 ‘술 먹고 취하는 양’으로 생각한다. 음주 후 취하는 것도 그 강도가 다르다. 술자리에서 ‘주사(酒邪)’를 부리는 사람들에게는 ‘주량(酒凉)’으로 설명해야 한다. 술 먹는 양이 아니라 ‘술 먹고 슬퍼지는’ 말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주량은 어떤가? 술자리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셔야 하는 ‘만취(滿醉)’ 상태로 알고 있다. 주량은 술 마신 후 약간 ‘알딸딸’한 정도가 진정한 의미의 주량이다. 이 정도면 숙취 때문에 고생하는 일도 없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상상을 해 봤다. 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탐닉’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결론은 ‘해체’다. 언제나 청춘이 없듯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고, 언제나 알코올을 제대로 분해해주는 간의 기능이 영원할 수 없듯이 말이다.

술을 사랑한다면 주사파(酒邪派)의 모습보다 애주가의 모습을 보이자. 고통 받을 때는 힘들지만 돌아서면 금새 또 한잔하러 가는 사람들. 하지만 평생 술과 같이 하려면 두통과 속쓰림 속에 담겨 있는 숙취의 경고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시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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