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와 지체장애인대전시협회는 지난 22일 충남대학교 국제문화회관 정심화홀에서 조정례 대전시 복지여성국장을 비롯해 염홍철 전 시장과 심대평 자유선진당 당대표 및 행사도우미, 결혼식 하객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가정 중 경제적 생활이 여의치 못해 혼례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동거부부 9쌍을 대상으로 합동결혼식을 성대히 치렀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두 인격체를 성숙시키기 위해 마련된 이날 합동결혼식은 지체·시각·청각장애인 신랑들로 이들 부부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관계로 그동안 동거하면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서로의 모자람을 따뜻한 사랑으로 메우며 모범적인 가정을 꾸려온 관내 장애인 세대를 선정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이번 합동결혼식과 한마음대축제 자활실천대회를 주관한 지체장애인대전시협회 정용성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우리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며 더욱 단결됨은 물론 서로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향상시키고 성공적인 자립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육체적 장애가 기회의 장애, 능력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힘써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결혼식은 한남대학교 이상윤 전 총장이 주례를 섰고, 박성효 대전시장은 조정례 복지여성국장이 대신한 격려사에서“이 행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며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더불어 조금은 늦었지만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오늘 하객여러분과 함께 가슴속 깊이 축하 드린다”고 말하고“경제적으로 잘사는 사람들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지는 모르지만 낮은 가운데서도 서로를 인정하고 보듬으면서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 있게 출발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한 뜻에서 오늘의 한마음대축제와 합동결혼식의 의미가 배가 되어 아름답게 보여지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 뿐만 아니라 여러분 개개인에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행사라 생각 되며 우리시는 여러분들의 경제적 자립지원을 위해 복지공장이 금년 하반기 착공되고, 재활치료 지원을 위한 재활병원 건립 및 사회활동 지원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 및 특별교통수단 확대에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로 시 청사가 전국 최초로 장애물 없는 청사로 정식 인증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장애인 복지·인권수준 평가에서 광역시 중 1위에 선정되었고, 앞으로도 시의 이런 노력과 여러분의 자기계발 및 자립 재활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여러분과 제가 바라고 꿈꾸는 복지사회가 좀 더 빨리 실현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9쌍의 신랑은 한결같이 혼인신고를 하고 동거하면서 어려울 때 곁에서 지켜준 아내에게 예쁜 드레스를 입혀주지 못해 늘 미안했다면서 동거 28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이 모씨는 금전적으로 풍요롭진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30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결혼식을 못 올려줘 항상 아내에게 죄인 같았는데 신혼여행까지 마련해 줘서 이제 여한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9쌍의 신랑신부는 이날 대전시로부터 받은 사업보조금 3,800여만 원과 자부담 가운데 주최 측에서 마련해준 세탁기, 전자렌지, 주방셋트, 이불, 수저셋트 등 푸짐한 생활용품을 선물로 받았다.
또한 신혼부부들은 가족과 하객의 축복을 받으며 2박 3일의 일정으로 신혼의 꿈을 키울 이국적 명소인 천혜의 땅 제주도 한라산, 민속촌, 자연사박물관, 천지연폭포 등 관람을 위해 청주공항을 통해 신혼여행 길에 올랐다.

한편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이날 한마음대축제 자활실천대회에서 축사 제의를 받고 자작시“함께 웃었다”장애인의 날에, 휠체어에 몸 싣고 가파른 비탈 오른다/ 땀이 팥죽이 되어 흐른다/ 턱이 틀리고 팔이 휘어 뒤뚱 뒤뚱 몸을 움직인다/ 걷고 걸어도 그 자리 맴돈다/ 눈꺼풀 닫혀 하늘 못 보면서/ 더듬이 지팡이 의지해 한 발짝씩 발을 뗀다/ 손끝이 눈이 되어 여기저기 살피지만/ 꽃도 하늘도 까맣기만 하다/ 입을 열어도 한마디 말 나오지 않으니/ 수화와 필담으로 겨우 얼굴 편다/ 기슴 치며 토로한 심장의 소리가/ 허공을 떠 다닌다/ 눈과 귀와 사지 온전한 사람 보면/ 부러워 눈물 쏟지만/ 그들과 견주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는 포기한다/ 그리고 용서한다/ 장애인 곁에서 천사동무 지켜주고/ 김밥 할머니 주머니에서 나온/ 청화(淸貨)가 새옷 되어 다가온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도 울고/ 천사동무도 울고/ 김밥 할머니도 울었지만/그들은 이내 환하게 웃었다/ 라는 시를 축사로 대신해 낭송하는 색다른 이벤트를 연출하여 침묵속에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대전·충남 황 기 연 기자, 기사제보 hky23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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