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시설장애인들의 역습’
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시설장애인들의 역습’
  • 최지희
  • 승인 2009.06.0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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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welfarenews
▲ ⓒ2009 welfarenews

석암재단 산하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 8명이 시설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장애인이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체계와 구조를 변화시키고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시설장애인들의 역습’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장연),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비상대책위원회 등은 4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마로니에공원 노숙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장연 최용기 공동대표는 “장애인이 시설에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시설이다. 시설이 대안이 될 것으로 알았지만, 시설에서 생활하고 보니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며 “하지만 지역사회에 나온다고 해서 자립생활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주거권, 장애인연금, 이동권, 교육권 등 필요한 것이 많다. 정부는 자립생활 인프라 구축이 돼 있지 않다. 자립생활 인프라를 구축과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먼저 석암재단 산하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8명을 환영한다”고 인사말을 띄웠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시설장애인들의 역습은 정부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시설이 개·돼지처럼 야만적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두렵다. 지역사회에 함께 살려고 나왔는데 아무것도 없다. 서울시는 ‘너무 무모하다. 왜 아무 대책 없이 나오느냐’, ‘나오면 노숙인이 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한다. 거주지로 옮길 주소가 없기 때문에,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할 수도 없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몸밖에 없다. 그래서 마로니에공원에서 거주하면서 지역사회에 함께 살 권리를 말하고자 한다. 하루빨리 서울시가 시설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박 상임공동대표는 “시설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보장 문제는 오늘 나온 8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설에서 살고 있는 모든 장애인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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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장애인의 사회통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서울시가 관리·감독하는 38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2008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7개월간 조사한 결과, 시설장애인 70.3%가 주거 및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이 이뤄진다면 자립생활을 하고 싶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에 장애계단체는 지난 5월 20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보장 촉구 결의대회’를 덕수궁 앞에서 개최했다.
장애계단체는 “지난해 12월 24일 동천의 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용역의 결과를 보고 중앙부처와 협의 후 다시 면담하자’고 말했다. 이제 그 결과가 나타났으니, 오 서울시장과의 면담할 차례”라고 주장하며, 서울시측에 탈시설 및 주거권, 활동보조서비스 권리 보장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측은 요구안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없는 상태다.

장애계단체는 ▲자립주택(시설장애인이나 자가 주택을 갖지 못한 재가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이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주택) 제공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거복지 대책 마련 ▲주거 안정을 위한 주거비 지원 ▲체험홈 제도적 지원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초기정착금 1,000만원 제공 ▲주택 개조 사업 전면 확대 ▲그룹홈 확대 ▲활동보조서비스 제공 시간 확대 및 보장 ▲활동보조서비스 2·3급 장애인에게도 제공 ▲활동보조서비스 자부담 문제 해결 ▲특례지원 확대와 긴급지원 대책 마련 ▲활동보조서비스 개선을 위한 협의기구 구성 등을 요구안으로 발표했다.

함께가는서울부모회 최석윤 대표는 “탈시설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게 직접 피부로 와 닿는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자립생활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시설에 가게 되기 때문에 앞서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장애계단체와 경찰간의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기자회견 준비 중이던 활동가 1명이 연행됐으며, 기자회견 도중 경찰측의 3차례 해산명령이 있었다. 경찰측은 ‘현수막을 치고, 구호를 외쳤으므로 불법집회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장애계단체는 기자회견 후 천막을 치고 노숙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장애계단체와 경찰은 대치 끝에 현수막을 내리고, 천막을 치지 않는 조건으로 노숙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장애계단체는 5일 서울시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장애계단체는 “시설장애인이 계속해서 지역사회로 나오고 있고, 자립생활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서울시에게 정책 권고가 내려지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진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