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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장애인 8명 외 장애계단체가 지난 4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노숙’을 시작한 데 이어, 5일 오후 2시 ‘노숙밖에’ 할 수 없는 시설장애인의 상황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석암비대위) 등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립을 위해 공공주거 신청 등을 할 수 없는 조건(무주택 세대주로 인정되지 않음) 속에 있으며 ▲시설에서 나와도 이러한 조건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지원되는 주거대책이 전무해 이전할 주거지가 없으며(중증장애인 자립주택지원 등 전무) ▲이전할 주거지가 없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없고 ▲이전할 주거지가 없기 때문에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은 했으나 실제로 이용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고 알렸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시설장 밑으로 시설장애인은 동거인으로 돼 있다. 무주택세대주여야만 부을 수 있는 청약저축은 가입할 수도 없다. 시설장애인 보고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서 살 집을 구하고 자립하라는 말은 결국 ‘너는 평생 시설에서 살아라’는 말과 똑같다. 이것이 장애인차별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시설에서 활동보조서비스와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할 수 있다. 시설에서 나오면, 집이 없다는 이유로 이 권리를 누릴 수 없다. 긴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애계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또한 장애계단체 대표단은 인권위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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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

“우리는 시설에서 나왔지만
주거지가 없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활동보조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 길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지금 당장 주거지가 필요합니다.“

석암베데스다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8명은 김동림, 김용남, 김진수, 주기옥, 방상연, 하상윤, 홍성호, 황정용은 어제 6월 4일 시설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8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시설에서 살았습니다. 석암베데스다 요양원은 시설 비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석암비대위라는 이름으로 시설내부에서 시설비리 척결을 위해 투쟁해왔고, 이사진 교체라는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설이라는 곳은 비리가 없다고 해서 장애인이 있어야 할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십 년을 시설에서 살다가 시설비리척결 투쟁을 통해 바깥세상을 접하게 되고 일반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면서 ‘왜 우리는 시설에서만 살아야 하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대소변처리 힘들다고 먹을 것을 조금만 주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하고, 매일매일 하는 것이라고는 티비 보는 것 밖에 없고, 일 년에 한 번 외출이 될까 말까하고 내 자유로 뭐든 하는 게 없고 다 시설이 하라는 것만 해야 하는 삶이 억울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없고 다만 ‘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이라는 딱지만 붙어있는 그런 삶이 더 이상 싫어 시설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우리가 사는 곳은 ‘마로니에 공원’입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시설에서 나왔으나 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대책 없이 시설을 나왔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수 십 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일분일초 더 이상 시설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면 자신의 의지로 시설에 들어간 사람은 한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나라에서 지원이 있었다면 시설에 들어갈 이유도 없는 것이 아닐까요?

도대체 시설에서 나오려면 어디에 뭘 물어봐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나가려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어디에다 문의를 해야는지 모릅니다. 시설에 사는 수 십 년 동안 한 번도 서울시나 양천구청 직원과 상담한 적이 없습니다. 정부에서는 시설에서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지원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시설에서는 자립 준비를 할 수 없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그 수급액은 다 시설이용료로 사용됩니다. 쥐꼬리만큼 주는 장애수당은 시설에서 가로채기도 하고, 그것을 모아봤자 1년에 몇 푼 되지도 않습니다. 나가서 살려면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모을 수가 있습니까? 돈이 있어야 살 집도 구하자나요? 시설장 밑으로 생활인은 동거인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무주택세대주여만 부을 수 있는 청약저축은 가입할 수도 없습니다. 시설 장애인 보고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서 살 집을 구하고 자립하라는 말은 결국 ‘너는 평생 시설에서 살아라’라는 말과 똑같습니다. 이것이 장애인차별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현재 우리는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하고 있습니다. 살집이 없기 때문에 주소를 이전 할 곳이 현재 없기 때문입니다. 시설에서는 퇴소를 했기 때문에 기존에 시설을 통해 받아왔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제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다시는 시설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 하루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하고 있지만 이대로 방치되어 죽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소이전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거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들은 기초생활수급자지만 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 위해 바우처 카드를 정부로부터 받았지만 이용할 수 없습니다. 주거지가 마련되지 않으면 당장에 활동보조 신청도 어렵고,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어렵습니다. 현재 길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보조도 제공받고, 수급권도 받을 수 있게 서울시가 긴급하게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인권위가 긴급하게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랍니다.

2009년 6월 5일

김동림, 김용남, 김진수, 주기옥, 방상연, 하상윤, 홍성호, 황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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