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가고 비석만 남았다
바보는 가고 비석만 남았다
  • 김호중
  • 승인 2009.06.0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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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3일 오전 6시 40분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았
던 바보는 부엉이바위 아래로 몸을 날렸다. 무엇 때문에, 누
구를 위하여 바보는 차가운 바위 아래로 몸을 던져야했는가.
그가 진짜 던지고자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봉하마을을 비롯해 서울·광주·부산·수원 등 전국의
주요 도심과 사찰 등에 설치된 분향소마다 추모 행렬이 꼬
리를 물었다. 조문객들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고하며, 위
대한 바보의 황망한 죽음에 한없이 슬퍼하고 있다.

그는 참으로 바보같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헌정사상 최
초 탄핵심판으로 직무를 정지당했던 유일한 대통령, 헌정사
상 자살로서 삶을 마감한 첫 번째 대통령이었다. 또 과거 지
역주의를 타파를 외치며 3당합당을 반대하고, 낙선될 줄 뻔
히 알면서 3번씩이나 그 길을 걸었던 그는 분명 바보였다.

승부사의 삶을 살아온 그는 그렇게 우리곁을 떠나갔다. 전
국의 분향소마다 목발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그들은“장애인차별금지법, 교통약자편의증진법 등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 써준 분이 노
무현 대통령이었다”며 바보가 남겨준 선물을 회상했다.

그러나 바보가 남겨준 선물은 또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
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더 늘었
다. 그래서 서민들에게 깊은 그림자를 남겨준 바보에 대한
시각은 아직도 차갑다.

도덕성에 대한 치명타를 입고 괴로워했던 그는 스스로 역
사가 되었다. 기득권이라는 산을 옮기려 했던 그에게 아직
비석은 없다. 바보는 취임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반칙과 특
권이 용남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반드시 청산되어야합
니다. 원칙을 바로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

그가 옮겨야할 산은 반칙과 특권 그리고 기회주의가 아닌
가 싶다. 그러나 스스로의 반칙에 부끄러워하며 스스로를 비
우려했던 그에게 남겨질 비문은 무엇일까? 우공이산(愚公移
山)이 아닌 노공이산지묘(盧公移山之墓)가 아닐른지. 바보는
그 비석을 바라보는 우리사회가 옮겨야 할 산이 무엇인지
되새김하길 바랄 것 같다.

편집장 김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