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파키스탄의 무자파라바드를 진원지로 진도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45초간 땅을 흔들었다고 한다. 이 지진으로 3만명이 죽고, 4만명이 넘는 사람이 부상을 당했으며, 300만명 가까이 이재민이 발생한 초대형 재앙이었다. 이 재앙은 우리의 마음에 지진을 일으켰다. 2006년 2월초 우리 90여명은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홍콩, 방콕을 경유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하여 난민촌에 다음날 새벽 5시 도착, 거의 20시간이나 걸렸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우리는 파키스탄 발라코트 지역을 둘러보았다. 가리하브빌라와 비시안 텐트촌 무료 급식센터에서 줄을 서서 급식을 기다리는 지진 피해 이재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하루 아침에 당한 재난으로부터 가족과 재산을 잃은 사람들의 황망한 표정속에 아이들의 웃음만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두 텐트촌에서는 매일 2만명을 먹을 로띠를 구어냈다. 이 일은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에게 오랫동안 급식사업을 해오던 김범곤 목사의 헌신적인 봉사로 진행되었다. 김목사에 대한 급식소의 현지인부들과 난민들의 존경심은 이상하게 대단했다. 왜냐면 파키스탄은 무슬림국가였기 때문이다. 텐트촌에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많은 프랭카드가 걸려 있었고, 기도회도 매일 개최되었음에도 그들의 종교적 갈등은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사랑이 가져온 종교간 평화를 보는 순간이었다.

무슬림 테러조직으로부터 김선일씨와 분당 샘물교회 봉사단원들이 피살되었다. 그리고 최근 예맨으로 의료봉사를 떠난 엄영선씨가 또 희생되었다. 예맨에서만 두 번째다. 여성을 보호한다는 코란에 반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진정한 무슬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코란은 이미 상실되고 정치보복과 증오만 남겼다.

우리는 국경넘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례를 무수히 알고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언더우드가 없었다면 오늘날 연세대학교가 있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전세계에는 수많은 봉사단체 단원들이 풍토병과 테러의 위험에 노출된 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비록 종교, 피부색 그리고 문화가 다르지만 인류애의 교감만이 내가 보았던 발라코트의 초승달이 아닐까.

테러와 종교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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