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3개월간 최모(남·49·지적장애 2급)씨의 왼쪽 발목을 묶어뒀던 쇠사슬. ⓒ2009 welfarenews
▲ ‘밖으로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3개월간 최모(남·49·지적장애 2급)씨의 왼쪽 발목을 묶어뒀던 쇠사슬. ⓒ2009 welfarenews

시설장애인을 ‘밖에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3개월간 쇠사슬로 묶어두고, 기초생활수급비를 횡령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시설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선원면에 위치한 J 선교원. 이 시설은 경기도 안양에서 교회와 시설 형태로 운영되다 지난 1991년경 강화군 선원면으로 옮겨졌다.
노인시설로 인가받아 운영됐으나 2005년 8월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에 의해 복권기금 8,000만원을 지원받았고, 장애인 2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됐다.

현재 총 10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으며, 1명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

사건이 드러나게 된 계기는 시설내 운영권과 토지문제로 인한 분열이다.
시설 교회 강도사를 맡고 있던 김모(남·47·지체장애 3급)씨는 시설장 정모 목사 및 그의 첫째아들과 마찰이 빚어지자, 시설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 기초생활·장애수당 횡령 등의 사실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소에 제보한 것.

김씨가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시설에서 10년째 생활하고 있는 최모(남·49·지적장애 2급)씨는 ‘밖으로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3개월간 왼쪽 발목이 쇠사슬로 운동기구에 묶여있었고, 서모(남·44·지적장애 1급)씨는 시설장에 의해 강제노동을 하던 중 사고로 눈을 다쳤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실명하게 됐다.
또한 이모(남·43·지적장애 3급)씨는 한쪽 눈에서 진물이 흘러내리는 등 심각한 건강상태를 보였다.

시설내 인권침해 현장에 노출돼 있던 7명의 시설장애인은 지난 10일 시설장으로부터 긴급분리조치됐다. 이들은 현재 한 시설에 ‘보호차원’으로 머무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곧 다른 시설로 옮겨야 된다. 이들 중 부부, 형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각 시설마다 입소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더욱 큰 문제는 법인 운영시설의 경우 정원이 다 찼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개인운영신고시설로 갈 수도 있다는 것.

당초 13일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소 등 인권단체가 반발, 인천시와 면담한 결과 함께 옮길 시설을 찾은 후 결정하기로 했다.

J 선교원은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되면서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8,000만원으로 건물을 새로 지었다. 시설장애인이 생활하는 방은 5평정도, 그 좁은 공간마저 세탁실로 나뉘어져 실제 생활하는 공간은 매우 비좁았다.
 ⓒ2009 welfarenews
▲ J 선교원은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되면서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8,000만원으로 건물을 새로 지었다. 시설장애인이 생활하는 방은 5평정도, 그 좁은 공간마저 세탁실로 나뉘어져 실제 생활하는 공간은 매우 비좁았다. ⓒ2009 welfarenews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소 관계자가 최씨가 묶여있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2009 welfarenews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소 관계자가 최씨가 묶여있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2009 welfarenews
푸드뱅크에서 받은 음식들이 냉장 보관돼 있는 모습. ⓒ2009 welfarenews
▲ 푸드뱅크에서 받은 음식들이 냉장 보관돼 있는 모습. ⓒ2009 welfarenews
주방에서 발견된 식재료의 유통기한이 2008년 7월로 표기돼 있다. ⓒ2009 welfarenews
▲ 주방에서 발견된 식재료의 유통기한이 2008년 7월로 표기돼 있다. ⓒ2009 welfarenews

돈은 장애인 통장에서 나가고, 포식은 시설이 한다?

J 선교원은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되면서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8,000만원으로 건물을 새로 지었다.
건물은 4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1곳은 시설장의 사무실이자 손님이 오면 접대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물리치료실이라고 안내판이 붙어있는 공간은 옷방으로 쓰이고 있었으며, 나머지 2곳은 각각 시설장애인이 생활하는 방과 화장실이었다.

시설장애인이 생활하는 방은 5평정도, 그 좁은 공간마저 세탁실로 나뉘어져 실제 생활하는 공간은 매우 비좁았다.
옛날 건물은 훼손돼 있었지만, 온전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설장애인의 식사를 해결하는 주방의 청결 상태도 의심스러웠다. 식재료 보관함을 열자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이 눈에 띄었고, 푸드뱅크에서 지원받은 음식들만 있었다.

시설장의 한 측근은 “강도사 김씨와 집사 이씨가 시설을 관리하고 있었다. 나는 지난 10일 밥을 해주러 왔기 때문에 그 전에 누가 사용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조리를 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부 김호일 교육팀장은 “시설측이 공개한 장부에는 떡볶이 먹은 것까지 적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재료나 음식을 만드는 데 지출한 내역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왼쪽 신축 건물, 그 뒤 오른편은 옛날 건물. ⓒ2009 welfarenews
▲ 왼쪽 신축 건물, 그 뒤 오른편은 옛날 건물. ⓒ2009 welfarenews

그러나 시설측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시설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월 총 500여만원. 시설측은 장부를 공개했지만 영수증이 없는 지출내역이 많았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영수증의 출처가 대부분 시설장인 정 목사 부부의 병원비와 약값이었으며, 정 목사 부인 수고비, 카드연체 대금, 교회 운영비, 보험료, 대출이자 등이었다.

정 목사가 시설장애인의 통장과 도장을 모두 관리하고 있었고, 정 목사 부부가 별도의 수입이 없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생활수급비·장애수당을 유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J 선교원은 선원면사무소로부터 시설장애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경 급여관리 위탁 확인서를 받았다. 게다가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없는 지체장애인의 급여관리 불능사유에 ‘정신불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선원면사무소 사회복지담당공무원에게 묻자, ‘애초에 그렇게 기록돼 있었다’고 답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 J 선교원은 기초생활수급비를 2달 정도 유용, 선원면사무소 사회복지담당공무원에게 적발돼 한수조치 당한 바 있다.

물리치료실 내부. 물리치료실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 옷방으로 쓰이고 있다. ⓒ2009 welfarenews
▲ 물리치료실 내부. 물리치료실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 옷방으로 쓰이고 있다. ⓒ2009 welfarenews
시설장의 사무실로 쓰인 신축 건물 4개의 공간 중 하나. 시설장은 손님이 왔을 때 접대용으로 개방했다고 한다. ⓒ2009 welfarenews
▲ 시설장의 사무실로 쓰인 신축 건물 4개의 공간 중 하나. 시설장은 손님이 왔을 때 접대용으로 개방했다고 한다. ⓒ2009 welfarenews
옛 건물 내부 공간 중 하나. 시설측 관계자는 원래 방이었으나 훼손되는 과정에서 변기가 설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훼손 전이라고 해도 쾌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9 welfarenews
▲ 옛 건물 내부 공간 중 하나. 시설측 관계자는 원래 방이었으나 훼손되는 과정에서 변기가 설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훼손 전이라고 해도 쾌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9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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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청 ‘4대 요구안 받아들이겠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부,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등 인권단체는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방치한 선원면사무소, 강화군청, 인천시청 직무유기 고발 기자회견’을 13일 인천시청 앞에서 열었다.

이들 단체는 “공무원들은 본인들의 직무유기 때문에 피해받은 장애인들의 고통을 헤아려 백배 사죄는커녕, 본인에게 돌아올 불이익만 계산해 기만적인 전원조치로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하고 있다”며 “인권유린에 노출되게 한 시설장애인들을 방치하고,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태도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선원면사무소, 강화군청, 인천시청을 고발할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권단체는 ▲J 선교원 즉각 폐쇄 및 시설장 형사고발 ▲기초생활수급비 및 장애수당을 당사자에게 돌려주고 보조금을 환수할 것 ▲전원조치 중단과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시설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대책 마련 및 시행 ▲올해 민관합동으로 개인운영신고시설 전수조사 시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인천시 장애인정책 담당자 및 관계자와 면담한 결과, 인천시는 4대 요구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달 말까지 J 선교원 폐쇄 및 시설장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요구안은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시행, 올해 하반기에 개인운영신고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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