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종 차별 사건을 첫 공론화한 보노짓 후세인(왼쪽)씨와 한모(오른쪽)씨. ⓒ2009 welfarenews
▲ 성·인종 차별 사건을 첫 공론화한 보노짓 후세인(왼쪽)씨와 한모(오른쪽)씨. ⓒ2009 welfarenews

성·인종 차별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보노짓 후세인(Banajit Hussain·남·인도)씨와 한모(여·한국)씨.

둘은 지난달 10일 오후 9시경 온수역에서 52번 버스를 타고 부천시청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40대 초반의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

가해자 박모씨는 후세인씨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더러워, 이 개○○야!”, “냄새나, ○○야!”라고 외쳤다. 이어 박씨는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었고, 후세인씨가 이에 대답하지 않자 “You Arab!”이라고 반복적으로 소리쳤다.

옆에 있던 한씨가 박씨에게 항의하자 “넌 정체가 뭐야? 조선○ 맞아?”라고 한 뒤, “Fuck You!” 등의 욕을 계속했다.

한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씨에게 경찰서로 함께 갈 것을 요구, 박씨에게서 “조선○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는 말을 들었다.

후세인씨와 한씨는 버스 운전사와 주변사람의 도움으로 박씨를 인근 부천중부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그 와중에도 박씨는 후세인씨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보이며 계속해서 욕을 했다.

이들 셋은 경찰서로 자리를 옮겼지만, 후세인씨와 한씨는 ‘더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계남지구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서로 화해할 것을 제안, 후세인씨와 한씨가 화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음에도 “보통 화해하고 끝내 법적 절차를 밟는 번거로움을 피한다”, “한국에는 그런 인종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계남지구대에서도 황당한 일은 계속됐다. 셋의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후세인씨의 외국인등록증과 교수신분증을 보고도 “82년생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교수가 됐느냐”며, 어떠한 설명도 없이 후세인씨의 외국인등록증을 다시 가져갔다. 후세인씨의 신분증은 약 40분 뒤에야 반환됐다.
한 경찰은 한씨에게 존댓말을 쓰는 반면 후세인씨에게는 “아저씨, 한국에 몇 년 있었어?”라고 반말했다.

경찰은 후세인씨와 한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박씨와의 격리 조치도 행하지 않았다. 박씨는 한씨를 따라다니며 “한국인끼리 왜 이러느냐”며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계남지구대에서 다시 부천중부경찰서에 도착한 것은 오후 11시경,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서 조사가 끝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성·인종차별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대책 활동할 것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민원접수와 함께 해당 경찰관 징계 조치 및 관할 경찰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다.
더불어 인종 차별 문제를 대중화하는 캠페인과 외국인·이주민을 상대하는 모든 기관에 성·인종 차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현재 사건은 검찰로 옮겨져 조사 중에 있다.

후세인씨·한씨측 변호사는 “후세인씨와 한씨는 박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인종 차별에 관한 처벌이 입법돼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행법상 형사상으로 걸 수 있는 게 모욕죄밖에 없다. 공공장소에서 심하게 욕했고, 전형적인 인종 차별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한다. 이후 민사상 손해배상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경우 말고도 이주민 폭행사건이 있을 때 쌍방 고소되는 경우와, 말이 잘 안 통해 한국인을 통해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에는 쉽지 않다. 다만 내부적 제도개선과 같이 검찰 내 감찰·감사 절차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는 후세인씨가 경찰서로 데리고 가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며, 후세인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경찰의 행동을 공론화하는 것이 더 중요”

보노짓 후세인씨는 현재 성공회대학교 DaSMI(Democracy and Social Movements Institute, 민주주의 연구소) 소속 연구교수 자격으로 머물고 있다. 지난 2007년 2월 성공회대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유학생으로 왔다가, 한국역사·노동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던 그에게 마침 일자리가 생겨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

후세인씨는 평소에도 다양한 모습과 정도로 인종 차별과 부딪혔다. 그는 “적극적이라기보다 은근슬쩍, 정형화하기 힘든 형태로 나타난다. 지하철에서 내가 옆에 앉으면 갑자기 일어서서 1시간 동안 서서 가거나, 툭 치고 지나가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후세인씨는 “내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기분 나쁜 말을 하거나, 언성을 높여 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나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그 사람은 욕을 하고 지나가고, 무마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정도까지 심했던 적은 없었다. 이 일을 겪고 난 뒤 누군가 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불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후세인씨는 “이 사건에서 박씨의 태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찰의 행동이 공론화 되는 것”이라며 공론화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강조했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사고나 가치관에 따른 행동보다, 공적 의무와 책임을 갖고 있는 경찰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것.

후세인씨는 이러한 것들을 미뤄봤을 때 한국은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는 인도인이지만 이슬람교도는 나쁘다거나 열등하다는 말과 태도는 인종 차별 그 이상이다. 점점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다. 이런 인종 차별 문제나 태도는 장차 한국인에게 더 큰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한테 ‘조센징’ 소리 들을 줄은...”

후세인씨의 친구 한모씨는 박씨의 발언에 대해 “순혈주의, 인종 차별, 가부장적인, 삼박자를 고루 갖춘 말”이라고 꼬집었다.

한씨는 “일제 강점기 때의, 수치심을 주는 단어로 민족성을 분리했다. 그래놓고 합의하자고 할 때는 ‘한국인끼리’라며 민족성을 들먹였다”며 황당함을 표했다.

한씨는 일본에 머무를 당시 처음 보는 일본인에게서 욕을 들은 적이 있다. 일본어가 서툴러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조센징’이라는 단어는 그의 귀에 또렷이 들어왔다. 한씨는 한국에서 조센징이라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씨는 “색으로 구별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이른바 ‘백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웃고 떠든다 하더라도 아무렇지 않다. 심지어는 어디서 왔냐고 관심을 보이며 사진도 찍는다. 보노짓 후세인과 나는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만약 보노짓 후세인이 백인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행동했을까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씨는 외국인이나 이주민을 고용하는 회사에서 자격 요건이 충분히 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봤다. 한씨는 박씨와 같은 태도를 ‘강대국이라 불리는 미국,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 차별적인 태도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비주류인 사람들에게 행하는 인종 차별적인 태도나 발언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열등감이 내재돼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열등감을 상대방에게도 갖게 해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만족감을 얻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어느 나라 출신 사람과 결혼하든 그 선택은 당사자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을 ‘양공주’로 불렀던 것처럼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차별을 가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