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1시 43분 서거했다. 향년 85.
지난달 13일 폐렴으로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5분경 심박동이 정지했다가 40분경 다시 돌아왔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18일 오전 혈압 등 산소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긴급 약물치료 등이 이뤄졌으나, 수치악화와 심박 정지 과정이 반복되다 심박동이 정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폐렴으로 신촌세브란스에 입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증세가 호전돼 22일 일반병실로 옮겼으나 하루 뒤 폐색전증이 발병하면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25년 전남 신안에서 가난한 농부였던 아버지 김운식씨와 어머니 장수금씨의 4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전라남도 목포 북교초등학교와 5년제인 목포상고를 졸업한 뒤 목포일보 사장으로 지냈으며,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1963년 목포에서 6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뒤 7·8·13·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전 대통령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신민당 후보로 나섰으나 당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석패했다.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전남 무안에서 지원유세를 하던 중 1971년 5월 24일 의문의 교통사고로 고관절에 이상이 생겼다.
1987년, 1992년 대선에서 연거푸 낙선했으나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72년 유신체제 등장 후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잇따라 투옥, 수감되고 해외 망명생활을 하는 등 숱한 고초를 겪었다.
1980년에는 5월 17일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 때 학생 소요사태의 배후조종 혐의로 구속된 뒤 광주민주화운동을 사전 지시했다는 내란음모 혐의로 그해 7월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듬해 1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으나 국제사회의 압력 덕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그는,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돼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85년 12대 총선을 앞두고 귀국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으로서 민주화 항쟁을 이끌었다.
1987년 직선제로 치러진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단일화에 실패, 평화민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했으나 민정당 노태우 후보와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는 민자당 김영삼 후보에 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1995년 이를 번복하고 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네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다.
그는 이듬해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의 야권 공조를 앞세워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건국 후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과 인권신장, 통일운동에 평생을 헌신해 독재 종식과 민주주의 정착, 한반도 평화 조성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통령 재임 기간, 6·25 전쟁 후 최대 국난이었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최고의 정보화사회를 구현했으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해방 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남북화해협력 시대를 열었다. 그 공로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또한 1999년 9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는 등 장애인 및 사회소외계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정책의 기반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친인척 비리와 인사편중 시비, 대북 햇볕정책을 둘러싼 보수층과의 갈등으로 임기 내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퇴임 후에도 대북 비밀송금과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건으로 측근들이 기소되고 현실정치 개입으로 정치권과 마찰을 빚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세 아들인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