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21일 공개된 그의 2009년 1월14일분 일기가 마치 현정부는 물론 온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해석되고 있다.

이날 한권의 책으로 엮여 편찬된 2009년도분 일기에는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 /남북관계 /아내 이희호 여사에 대한 사랑 /자신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주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용산참사에 대한 안타까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어 대북정책 등에 대해 강경일변도인 MB정부에 대한 일침 등 여러날에 흩어져 있는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고통받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인생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라고 유언을 남기는 듯 하다.

김 전 대통령은 1월14일 일기에서 "인생은 얼마만큼 오래 살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얼마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았느냐가 문제"라며 "그것은 얼마만큼 이웃을 위해서, 그것도 고통 받고 어려움을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라고 적혀있다.

이어 1월20일에는 경찰의 용산 철거민 해산작전에 대해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마음아파했다.

이에 앞서 1월16일에는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는 말로 속내를 가감 없이 표현했다.

다음날인 1월17일에는 일부 국민들이 '다시 한 번 대통령 해달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 답답하다. 슬프다'는 인터넷 기사에 댓글로 남긴 것에 대해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몸은 늘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헌신, 노력하겠다"고 마지막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5월29일에는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죽음)과 겹친 것 같다"며 "앞으로 정부가 강압 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처럼 현정부를 공격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일기가 장례기간 중 공개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의도된 흡집내기'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故 김 전 대통령이 올해 1월1일부터 6월 초까지 작성한 일기로 엮여진 책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21일 3000부 가량이 인쇄돼 전국 분향소에서 배부됐다.
(아시아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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