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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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가거나 유명한 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뮤지컬을 직접 관람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맥주도 한잔 하며 문화를 느껴라. 그리고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라.”
세계로 나가 각 나라를 경험하고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을 펼치기 위해 떠나는 장애청년드림팀이 지난 21일 발대식을 갖고 6대륙 체험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장애청년드림팀의 1기로 도전에 나섰던 안승준(남·29·시각장애1급·강원명진학교교사)씨가 후배들을 위한 120만원의 기부를 위해 발대식에 방문한 것. 안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TV에 출연해 노래솜씨를 뽐내 받은 상금을 드림팀을 위해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좋은 곳에 쓰고 싶었는데, 내가 직접 참여해서 좋은 경험을 했던 장애청년드림팀 후배들에게 기부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 생각해서 하게됐다.” 크지 않은 금액으로 작은 뜻을 전한 것에 장애청년드림팀이 크게 생각해 줬다는 안씨는 자신의 체험기를 전했다.

안씨가 영국에 1기로 출발하던 2005년 당시에는 해외연수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 신문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장애청년드림팀을 접하게 된 그는 자신에게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당시 안씨는 정식교사는 아니었지만, 보조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에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바다를 건넜다.

영국의 첨단과학기술을 체험하기 위해 떠난 팀에서 안씨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첨단과학기술이 아닌 장애인을 향한 세심한 배려와 문화였다. 영국에 도착한 장애청년드림팀이 한 박물관을 방문하게 됐었다. 유물에 대한 자부심이 큰 만큼 접촉에 대해 예민한 영국, 그가 박물관에 들어서 유물에 손이 닿자 관계자 화를 냈다.

하지만 안씨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안 관계자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입체지도와 음성지도, 더불어 유물을 직접 만지며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안씨는 “그곳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다르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마다 특징이 있듯이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 다리가 짧은 사람과 같이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원래 목적이었던 영국의 첨단과학기술을 접했을 때도 작은 충격은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국에서 제작된 기술 중에는 한국에서 수출된 물건도 있었다. 안씨는 “영국은 유니버셜 디자인이 돼 있지 않으면 수입을 하지 않는다”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왼손잡이를 위한 물건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아직 부족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연수를 통해 많은 체험과 생각을 하게 된 그는 앞으로 연수를 떠날 장애청년드림팀 후배들에게 “외국에 나가 박물관을 가거나 유명한 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뮤지컬을 직접 관람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문화에 젖어 맥주도 한잔 해보길 바란다”며 문화를 직접 경험해볼 것 제안했다. 더불어 쉽지 않은 기회에 사전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해 그것을 알차게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나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부분을 만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고 당부했다. 이것이 해외연수를 즐길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부러’가 아니라 ‘만남’을 통해 느낀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준비이다.”

안씨는 현재 강원명진학교에서 교사로 수학과 직업교육으로 안마와 침을 가르치고 있다. 장애학생들을 가까운 곳에서 직접 가르치고 있는 그는 “장애인을 볼 때 장애가 아닌 능력으로 먼저 봐줬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안마사라는 유보직종이 있지만 그것 마저도 비장애인들이 역차별이라며 대응하는 것을 보며 고생하는 학생들을 마주할때면 그는 장애인에게도 직업적 기회가 보장된다면 특별히 유보직종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직업에 대한 선택권이 많지 않은 학생들을 보며, 능력이 있지만 안마와 침술을 배우고 직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며 안씨는 냉혹하기만 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생각을 위해 안씨는 직접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2007년 시행의 결실을 맺은 공무원시험 점자시험지 제공을 위해 그는 선배, 친구들과 모임을 함께하며 이를 요청하기도하고 항의방문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안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공공장소에서 건전안마무료시연회를 펼치기도 했고, 실내를 암전해놓은 카페에서 시각장애인이 서빙하는 인식개선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큰 목소리, 큰 힘이 아니어도 청년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목소리를 찾아 움직였다”는 안씨는 “조금씩 하다보면 변화되는 것이 보이고, 점자시험지 제공의 결실을 얻어 시각장애인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며 뿌듯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학생들과 함께 봄 소풍을 계획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던 이야기를 전했다. 놀이공원으로의 소풍을 결정하고 사전조사를 나갔던 안씨는 화가 난 채 돌아와야 했다. 대부분의 놀이기구가 장애인이 탑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 상황에서 대처하기 힘들다는 이유의 단서는 ‘시력이 약하면…’. ‘상체 또는 하체에 힘이 없으면…’이라는 것.

안전사고를 위함이었지만 안씨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이를 접했을 학생들이 마음아파할 것을 걱정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한 안씨는 ‘만약 그곳에 장애직원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을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로 “장애인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공부한 사람들 보다 내 친구들이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방법은 더 잘 알고 있다”며 장애인을 공부하고 머리로 이해하려면 되지 않는 것이 함께 생활하다보면 몸에 익숙해지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안씨는 이를 위해 ‘일부러’가 아닌 몸소 느껴 준비할 수 있도록 ‘만남의 기회’가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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