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연

그대 있음에,
고무신 적시지 않고도
장에 가신 어머니께서
아들의 운동화를 보듬고 오신다

그대 있음에,
반대편 사람이 누군지 모르면서도
양보해야 빨리 갈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그대 있음에,
사랑의 편지 한 번 띄우지 않고도
맑은 물 속에서 인연을 맺는다

그대 있음에,
물질을 주지 않고도
꼬부랑 할머니와 목발 짚은 사람을 업고 건너는
사랑을 베풀 수 있다

그대 있음에,
더불어 살아가는 광경이 보기에 아름다워
보드레한 물소리에 어깨춤 춘다

-솟대문학 통권 3호, 1991 가을-

황병연
남. 1961년생. 지체장애.
한국밀알기독문학상 최우수상(1991)
시와시인 등단(1992)
솟대문학 추천완료(1992)
수레바퀴문학상 대상(1998)
노천명문학상 본상(2003)
사람과환경등단작가문학상 우수상(2007)
한하운문학상 대상(2008)
저서:시집「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번거로운 일이다」「햇살도 이슬처럼 젖어 있구나」「사랑으로 타는 성냥개비」「사랑은 삐삐로 암호는 007」「삐삐 배꼽사랑」「너 자꾸 한눈 팔지마, 사랑이 골백번 찾아오는 것은 아니야」「당장 영혼에 참사랑까지 주지 못해 미안해요」「그리움에 목 매달고픈 밀레니엄 참사랑을 위하여」
「꽃집 정아」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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