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은 각 지위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결혼한 남자는 한 집안의 가장, 부모의 자식, 회사의 직원, 사회복지기관의 후원자 등 다양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 알려진 역할에 대하여 일정한 기대가 주어지기 때문에 의무와 책임을 짊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건장한 사람에게는 힘쓰는 일을, 똑똑한 사람에게는 지적인 작업을,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애인이나 결혼상대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을 만나면 그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가?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장애인 직업시설인 청음공방을 다녀왔다. 이날 이 대통령은 청음공방작업장에서 전기 대패로 작업을 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이 소음환경에서 일 더 잘하고, 지적장애인들이 단순반복되는 일에 더 생산적 일 수 있다며, 장애인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격려했다. 이때 이명박 대통령은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힘들고 거친 일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들은 통상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기능이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진다. 일의 가치에서 뒤처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목발에 의지하는 장애인들에게 중노동을 기대하고, 언어장애인에게 스피치역할을 기대한다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장애인들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역할기대가 편견을 낳게 되고, 문화로 자리잡게 되면 차별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라디오연설에서 “정부는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장애인이 만든 제품의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주는 정책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물론 일할 수 없는 장애인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필 것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에게는 내년 7월부터 기초장애연금을 지급하고, 2011년부터는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일단 장애인 맞춤형일자리창출과 관련한 대통령의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전에 우리는 국가에 의한 장애인의무고용은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장애인고용현황 자료를 인용한 장애우권익연구소에 따르면 ‘08년 장애인 의무고용 민간기업 고용률은 1.70%(83,765명), 전년대비 0.19%(13,011명) 증가했고,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05%로 전년대비 0.09% 증가했으나, 기타공공기관은 1.46%로 민간기업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또한, 중증장애인은 전체 장애인근로자 중 17.8%(1만5,933명)로 경증장애인이 우선 취업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비율은 11.1%로 민간기업의 18.2%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라고 발표했다. 1991년 시행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장애인의무고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2%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올해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의무고용률은 3%로 상향조정되었다. 이는 국가 스스로 장애인에 대한 역할기대가 매우 낮음을 반증한다.

장애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 기준을 3D업종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또 장애인 스스로도 본인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장애를 극복하고 국가지도자가 된 분들이 많은 만큼 장애인의 역할과 그 기대는 생애적 관점에서 제도적으로 접근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매주 라디오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보다 국민과 가까워지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정부 먼저 장애인의무고용률을 달성하는 불도저가 대통령이길 바란다. 이것이 ‘대통령 역할에 대한 우리의 기대‘며 라디오에서 그 스타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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