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리 청소년들을 인솔하여 저개발 국가에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파키스탄 지진난민촌 구호활동, 러시아 시베리아 고려인 정착지원, 캄보디아 교육센터지원
라오스 유치원 지원 등

평균 20세 정도였으니까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 친구들은 대부분 해외봉사를 자비로 갈 정도였으니 잘사는 축에 든 아이들이었다.

한 두번 쯤은 해외유학 또는 어학연수를 정기적으로 다닐 정도였다.

똑똑한 아이들이었고 개구장이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친구들이 몸으로 겪어야 할 힘든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聆뺑� 싶었다.

그런데 현지 아이들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교육환경을 보는 순간 아이�� 태도는 달라졌다.

잘사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왔다는 자존심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인류애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왔는지.

참으로 예쁘게 과업을 완수해나갔다.

현지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고, 말은 안통했지만 말너머의 눈빛으로 잘 소통했다.

항상 봉사활동이 종료된 이후 소감문을 제출받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문구 중 상당수 소감문에 들어있는 내용은 "한국에서 태어난것을 감사한다. 그리고 부모님감사합니다"였다.

그 중 일부는 선진국에 어학연수갔을 때, "한국인이라는게 부끄러웠고, 한국에서 태어난것을 원망한다"고까지 생각한 아이도 있었는데 그런 정체성의 혼란이 해외봉사를 통해 치유된 것이다.

최근 아이돌그룹 2PM의 재범이란 친구가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면서 작성했던 한국비하의 글이 논란돼 결국 팀은 해체되고 재범은 미국으로 출국하고야 말았다.

이 상황을 보면서 생각했다.

재범의 모습와 가계는 한국사람이지만, 그의 국적과 문화 그리고 정체성이 미국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

그에게 한국인이기를 강요하는 것이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것일까?

분명 재범은 다문화가족이다.

다문화가족이 110만명을 넘어 우리나라도 다민족 국가로 접어들고 있는데,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아동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만약 재범처럼 잘나가는 청년이 피부색다른 스타라면, 가수 인순이씨가 겪었던 차별과 상처를 또 받지 않을까?

백인과 한국인간 태어난 혼혈스타는 추앙받고, 흑인이나 동남아계 혼혈스타는 절망하고 있는것은 우리안에 문화적 사대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재범이 잘 한 일도 없지만 네티즌들도 마찬가지다.

익명의 공간에 숨어 공격만 했지, 오히려 그가 한국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지혜와 용서는 털끝 만큼도 없었다.

그저 배아파 배타적 칼만 들이댄 것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라면 아직 어린 다문화아동들에게 가해질 뭇매가 보이기 때문이다.

타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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