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칼럼]엄마, 왜 내가 다문화야?
[김범수 칼럼]엄마, 왜 내가 다문화야?
  • 김호중
  • 승인 2009.09.2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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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대학교 대학원장
사회복지학부 교수
초대 다문화가족센터 소장

최근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다문화가정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몹시 짜증을 내면서 엄마, 왜 내가 다문화야? 나는 00인데“, ”왜 나한테 이름을 안 부르고 다문화라고 하는 거야! 아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잖아!”라며 계속 울고 떼를 쓰더라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선생님이 “오늘 수업 후에 조사할 것이 있으니 다문화 애들 잠깐 남아있어”라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그 어머니는 아이를 다독이고 위로해야 하는데 정말 무슨 말로 위로해야 좋을지 몰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그 아이는 장난기가 많은 친구들로부터 가끔씩 다문화라는 호칭으로 놀림을 받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위의 상황과 비슷하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받지 않게 배려를 한 경우도 있다. 담임선생님이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이름을 부르며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다문화가정 아이를 불러 관련 자료에 나와 있는 것을 상담한 사례다. 격려와 지지를 해 주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왜 선생님이 그 아이를 불렀는지 눈치 채지 못하게 했다. 이 선생님의 경우 자연스럽게 상담을 하며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지난 4월과 5월 두 달간 삼성 ․ 사랑의 열매 지원으로 설립된 평택대학교 다문화교육관에서는 28회에 걸쳐 836명을 대상으로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교육 대상자였다.

한 학기 교육을 마치면서 다문화인식개선 교육을 담당한 강사들 사이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는 다문화교육이 필요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아동들보다도 교사와 학부모에 대한 다문화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다”는 평가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왜냐하면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들이 집에 가서 부모에게 전한 파장이 크더라는 것이다.

평택대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학부모까지 확대하게 된 것은 다문화교육을 받고 간 초등학생이 집에 가서 “엄마, 나 오늘 다문화교육을 받았어요”라고 하면서 다문화교육관에서 경험한 내용을 부모에게 전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다문화에 대한 정보나 이해가 전혀 없던 학부형들이 자녀에게서 다문화교육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학부형들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 “대체 아이들이 받은 다문화교육이 뭐냐”고 알고 싶다면서 교장선생님께 다문화교육을 받게 해달라는 건의를 한 것이다. 학교 측이 건의를 받아들여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다문화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초등학생들에게 다문화교육을 할 때 반드시 선생님이 인솔해 함께 참여하다보니 선생님들도 자연스럽게 다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다문화아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 대해 혼혈아동, 코시안 자녀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순화된 말로 바꾸어 호칭하고 있다. 한때 일부 기관에서 코시안이라고 부르는 호칭에 대해 그들은 많은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다문화, 다문화가족,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호칭하고 있지만 이런 용어로 자신들을 범주화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구분하는 것에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문화,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용어는 편의적으로 제3자를 지칭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교실에서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집단으로 범주화하여 “오늘 수업 후 다문화 잠깐 남아있어”라든가, “다문화학생 잠깐 이리 나오세요”라는 식으로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아이와 다르게 구분하는 호칭으로 인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받는 상처가 얼마나 클지 안타깝기만 하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고 다문화가족,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서 그들을 편의상 다문화, 다문화가족으로 범주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는 어디까지나 정책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용어일 뿐이다.

다문화사회가 되면서 그들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일이나 정책들이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문화, 다수에 의한 소수의 차별문화가 형성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건강한 민주주의 이념은 다수를 위한 사회이면서 소수의 의견과 권리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다문화가정도 마찬가지다. 다문화시대 조금만 배려를 한다면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참고 : 이글은 2009년 8월 22일 중앙일보에 "다문화 학생 남으세요" 상처주는 말들, 이라는 제목으로 요약 수정 보완되어 게재된 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