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 패배자)라고 생각 한다”라는 발언이 일파만파다.

“미수다”와 관련해 KBS가 줄소송에 휘말리� 있다. 지난 14일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11일 유모(30) 씨가 KBS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이어 12일 1건, 13일 9건의 제소가 추가로 접수됐다. 이에 따라 13일까지 총 11건의 손해 배상 청구가 언중위에 접수되었는데, 12일 접수된 건은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13일 접수된 청구들은 각각 500만원에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소송결과와 별도로 “미수다”가 정면으로 현행법을 위반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키는 호감도를 나타내는 상대적 기준일 수 있지만 절대적이어선 안된다. 특히 선천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키에 대한 발언이 큰 상처일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미수다”의 방송내용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5항에서는 “누구든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언어표현, 희롱, 장애 상태를 이용한 추행 및 강간 등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 바, 키작은 장애인의 수치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 방송법을 위반했다. 즉 이 법의 제5조인 방송의 공적 책임을 망각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여야 하고(1항), 방송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3항)”라고 규정돼 있다. 또 이법의 제6조 5항에서는“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미수다는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으로 충분히 문제의 발언을 편집할 시간이 있었지만, 그대로 내보내고 어린 대학생과 진실공방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 모습에 실망을 감추지 아니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반응이 지나친 과민반응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최근 저신장 장애인을 대표하는 “한국작은키모임”의 성명서를 보면, 철없는 대학생의 발언이 얼마나 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는지 알 수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저신장 장애인들의 삶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인간 존엄의 근간을 우롱한 KBS방송국을 규탄하며, 자라나는 저신장 장애 아동들은 물론, 지금도 재활․자립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들과 전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였고 “‘공정ㆍ공익’ 의 슬로건을 건 자칭 국민방송이 외국인들을 내세워 앞장서 장애인차별을 조장하고, 저신장 장애남성을 사회의 대표적인 패배자로 낙인 찍어버린 짓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차이는 곧 차별이 되는 인권 후진국임을 전 세계적으로 시인하고, 한국인의 인권수준을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시킨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장애’라고 직접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남성 평균 신장이 180Cm이상이 아닐진데, 일반 남성들이 루저(loser)라면, 평균 신장보다 작은‘저신장 장애인’은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가?”라며 저신장 장애인들에게는 더욱 큰 수치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발언임을 분명히 했다.

KBS측에서는 제작진을 교체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는 듯하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참에 “미수다”가 살아남으려면, 제작진이 받아야할 교육이 있다. 즉, 장애인 등 소수계층에 대한 인식개선교육이다. 나아가 KBS의 모든 프로그램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방송사 전체직원에 대한 교육으로 확대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방송은 특성상 선정적이고 자극적 상황을 연출해야 시청률이 오른다. 그래야 산다. 그러나 자기가 살고자 힘없는 국민에게 상처주고 짓밟아선 안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오는 18일 연예오락특별위원회에 상정해 “미수다”를 심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와 관계없이 상처입은 시청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KBS의 공개사과와 선제적 재발방지책이 제시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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