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을종 사무총장은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을 걷고 집행하기 때문에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지만, 국민성금은 세금과 별도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별도의 기부금이기 때문에 공무원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며 국민성금의 중요성을 전재희 복지부장관의 말을 빌어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서울시내 일부 자치단체가 ‘사랑의 열매’ 모금액 일부를 구청의 임의 계좌로 접수한 뒤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고 세계일보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천구, 구로구 동작구 등이 이와 관련되었는데, 특히 양천구의 경우 지난해 ‘따뜻한 겨울 보내기 사업’ 명목으로 모금한 9억200만원 중 60%가 넘는 5억5300만원을 양천사랑복지재단 계좌로 거두는 등 최근 3년간 11억 원을 중산층 노인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한다.

민간단체가 이러했다면 이번 일처럼 행안부의 경고에 그칠 일이 아니라 담당자 문책, 형사고발과 더불어 기관경고 등의 불이익으로 이 분야에서 사실상 퇴출됐을 것이다.

모든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직사회의 성역은 날로 굳어지고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지자체가 복지분야 민간영역을 넘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즉,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일부 복지재단들이 그렇다.

양천구 복지재단의 이번 사건과 더불어 동작복지재단의 경우 관내 구립어린이집을 20개 가까이나 직영하고 있어 민간단체의 원성이 자자하다. 즉 지자체가 민간위탁시설을 민간단체가 생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아니라 민간단체와 경쟁하여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구청과 경쟁해서 기관운영을 위탁받을 민간단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지난 1998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출범했다. 출범배경은 불신과 비효율성이다. 즉 민간단체들이 연합하여 국민성금을 모집하고 배분하는 과정에서의 잡음과 투명성에 문제 있었고, 정부주도 성금모금의 강압성과 비효율성이 공동모금회를 탄생시킨 것이다.

모금회의 지난 10년 성과는 정부의 23년 보다 13배나 신장됐음은 효율성차원에서 검증됐다고 평가된다. 또 민간사회복지관련기관이 모금회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절차나 사업제안내용에 있어 까다롭기 그지없을 만큼 전문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포기하고 탈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만큼 어렵다.

그런데 관에서 받은 국민성금을 마음대로 지급했다는 것은 성금기부자와 모금회 설립철학을 모독한 처사다. 지자체의 국민성금모집과 운영이 소외된 이웃에게 걸림돌인지 사정당국의 엄중한 대처와 혁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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