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나를 취재하러 오는 언론인들은 공식적인 취재가 끝나고 난 뒤 이런저런 자신의 건강을 많이 물어본다. 이런 저런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술자리’ 얘기다.

기자들과 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들 한다. 친한 홍보맨들에게 기자들의 술자리 얘기를 많이 듣는데, 엽기적인 상황도 천차만별이었다. 선배가 권하는 폭탄주를 거부하다 끝내 빨대를 들고 마신 일, 기자와 홍보맨이 둘이서 끝장을 보자고 시작한 술이 밤을 새운 뒤 잠시 회사에 들어갔다가 그 다음날 점심때 다시 한 일...

무섭다 못해 전율 속으로 빠져드는 술 얘기. 숙취 클리닉을 운영하며 수많은 에피소드를 듣지만 기자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전과를 듣다보면 쉬지 않고 술을 마시는 얘기가 가장 많다.

월요일 출근해 선배들과 한잔. 다음날은 점심때 홍보팀 직원들과 반주로 시작해서 끝장을 보고, 수요일은 간담회를 핑계로 또 밤 늦게까지 마시고... 친한 기자의 말처럼 기자란 직업은 술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푸념하는 것이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지금이야 그렇게 먹는다 치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간은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는데, 거기에 쉬지 않고 술을 들이부어대니 아무리 튼튼한 간 건강을 가지고 있어도 끝내는 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을 왜 모를까?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의사들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 있다. 인턴, 레지턴트 때 의사들 술 먹는 거 보니 거의 사람 잡는 수준이라며 우리들에게 도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다. 의사들도 술 먹을 때는 다른 업종 사람들이 울고 갈 정도의 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 번 더 뜯어보면 의사들이 마시는 술은 주기가 정해져 있다. 술을 마실 때는 끝장 날 정도로 화끈한 경기를 펼치지만 이렇게 마신 뒤 최소 사흘에서 나흘 동안은 술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간 기능이 다시 회복되고 알코올을 분해할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또 다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게 전문의들의 음주법이다.

평생 좋아하는 술을 마시려면 이 정도의 요령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술도 쉬어가며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빚쟁이들이 빚이 쌓이듯 간 기능도 계속 나빠지게 된다. 제발 부탁이니 술을 한번 마시면 며칠 동안은 쉬어 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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