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가장 유사한 의학 체계로 중국의 중의학(中醫學)이 있는데, 함께 한 긴 역사만큼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양자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한의학의 독창적인 체질의학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고대 중국에서도 체질의학이 존재했지만 실질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도태되었고 반면 한국에서는 임상의학으로 꽃피었다. 이른바 ‘사상체질(四象體質)’은 소설이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문외한이더라도 소음, 태음, 태양, 소양에 대해 얼핏 명칭을 알만큼 알려진 이론이다.

진료를 하다보면 ‘제가 무슨 체질인가요?’, ‘체질 좀 바꾸고 싶은데요’, ‘제 체질에 좋은 음식은 뭐고 피해야 할 것은 뭔가요?’ 등등의 질문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 체질이란 것이 ABO식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맞추는 것처럼 쉬울 땐 쉽고 재밌어 보지지만, 전문가라고 해서 만만히 덤벼들어 쉽게 대답해 줄 만한 것이 아니다.

또, 주위에서 어릴 때는 빼빼 말랐다가 나이가 들면서 살이 많이 찌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도 흔히들 보았을 것이다. 그럼 이 경우 체질이 변한 것일까?

한의사들이 말하는 체질과 환자들이 말하는 체질에는 개념의 차이가 있어 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화 안 되는 체질을 바꿔주세요, 땀 많이 흘리는 체질을 바꿔주세요, 손발이 차고 순환이 잘 안 되는 체질을 바꿔주세요’라는 말을 수시로 듣지만 여기서 말하는 체질이 사상체질에서 말하는 체질과 같을까?

앞의 예에서 말하는 체질은 본인이 오랫동안 체질처럼 가지고 있던 만성적인 증상을 의미한다. 즉 여기서의 체질이라는 말의 쓰임은 ‘체질’보다는 ‘증상’에 가깝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환자들이 체질을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바꿀 수 있는 것이 정답이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체질은 바꿀 수 있는가? 사상의학의 대전제 중 하나가 체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어나면서 타고난 체질은 변하지 않는 것으로 살아가는 동안 체형이나 체격의 변화, 성품과 잘 걸리는 병은 체질이 발현되어 나가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일정 기간의 현상이지, 그 자체가 바로 체질은 아니다.

또 정상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체질 외의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현상이라면, 이는 체질이 아닌 바로 잡아주어야 할 증상일 뿐이다.

또 하나 이러한 체질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체질을 판단하는 것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우리 몸의 겉과 속, 병증을 살펴본다. ‘겉’은 몸을 보고 구별하는 것으로 용모와 체형을 보고 판단을 하고 ‘속’을 보고 아는 것은 심성, 즉 성질과 재간, 항심(恒心), 심욕(心慾)을 보고 파악을 한다.

마지막으로 병증으로 아는 것은 평소 건강할 때의 생리적 증상과 보통의 병세와 위중한 병세를 보고 파악을 한다. 크게 이 세 가지를 파악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체질을 봐야 하므로 쉽게 체질을 예단해서는 곤란할 수 있다.

체질의학에 있어 요즘은 북한에서 개발한 지문을 통해서 파악하는 등의 독특한 방법도 나오고 있고 얼굴에 있는 이목구비의 크기 비율로 파악하는 프로그램도 나왔으며, 통계학을 이용한 설문을 통해 체질을 파악하는 등 체질의학의 객관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사상체질이 아닌 8, 16, 64로 더욱 분화된 형태의 체질 이론도 소개되니 참고하길 바란다.

자향한의원 거제점 이상복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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