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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장애인권리협약 실효적 이행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12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렸다.

장애인권리협약이란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줄여 말하는 것으로 2006년 12월 13일 UN(국제연합, United Nations) 총회에서 채택됐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여성장애인과 장애어린이의 권리 보호, 교육권과 일할 권리 보호, 장애인의 이동권과 문화접근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 모든 생활 영역에 걸쳐 장애인의 권익을 보장하는 50개 조항으로 이뤄져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 2009년 1월 10일 발효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아시아·태평양 인권재판소 설립 추진단이 주최했다.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은 “이제 국제적이나 국내적으로 장애인 정책 방향이 ‘시혜’에서 ‘권리’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권리협약 실효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본다”며 “이 자리를 통해 장애인권리협약의 보편적 이행을 촉진하고 장애인 권리 보호와 신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혔다.

심포지엄은 ▲장애인권리협약의 보편적 이행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장애인권재판소(이하 장애인권재판소) 설립에 대한 검토 ▲한·일 양국의 사례비교에 대해 발제 및 토론이 이뤄졌다.

장애인권리협약 지켜줄 ‘장애인권재판소’ 마련 필요성 부각

▶제1부 ‘장애인권리협약의 보편적 이행’에서는 UN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아키야마 아이코(Akiyama Aiko)씨, 하버드대학교 법대 마이클 스테인(Micheal Stein) 교수, 인권위 국제협력팀 조형석 팀장이 발제를 맡았다.

아키야마씨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장애법에 대한 문제점을 크게 3가지로 나눠 지적했다. 첫째는 장애 및 장애인에 관한 일치된 정의가 마련돼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키야마씨는 “아제르바이잔, 방글라데시, 중국 등 다수의 정부가 장애를 비정상으로 연관시키고 있다”며 “또한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피지, 인도네시아, 일본, 키리바티, 라오스, 몽골, 뉴질랜드, 파키스탄, 베트남 등이 장애를 개인 신체의 문제로 정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키야마씨에 따르면 장애를 사회적 관점에서 정의하고 있는 나라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으로 소수였다.

둘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자폐증을 장애로 포함하지 않으며, 정신적 장애에 대한 정의에 있어서 몽골은 발달장애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심리적·사회학적 장애로 해석하고 있다.

셋째는 많은 정부의 법률들이 장애인권리협약 요구사항과 불일치 한다는 점인데, 특히 한국의 방송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이 여기에 해당됐다.

아키야마씨는 “먼저 한국의 방송법에 수화 통역이 의무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 수단으로써의 수화접근성에 관한 장애인권리협약 조항과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건강가정기본법은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독립적인 생활과 공동체 참여에 관한 장애인권리협약 조항과 다르다”고 말했다.

아키야마씨는 장애인권재판소에 대해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한 사례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지역에 보여주고, 궁극적으로 국가 법령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테인 교수는 “장애인권재판소는 ‘연성법(Soft Low: 한 사회가 가진 윤리, 도덕, 종교적 교리 등과 같은 것으로 구체적으로 규제하지는 않으면서도 당위성을 수반하는 법이라고 볼 수 있음)’으로 지역 내 인권위원회와 협력하기 좋을 것”이라는 시점을 제시했다.
스테인 교수는 “장애인권재판소는 차별에 대한 구제 처리하기 좋은 장소가 될 수 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장애인권리협약을 보완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형석 팀장은 장애인권리협약 제4조 제2항 ‘국가의 일반 의무’에 따라 사회권과 관련해 가용자원이 요구되는 경우 점진적인 실현을, 자유권적 성격의 권리 및 차별금지에 관해서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국가인권기구는 국가의 의무와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비교해 각 조항마다 국가의 의무에 대한 내용을 확인해 국가에게 권고하고 감독해 이를 강제해야 한다”며 “이중 차별에 관한 시정과 최소핵심의무의 강제는 장애인의 생존권 및 사회참여를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판단되므로 국가인권기구는 실태조사를 통해 생존권과 최소핵심의무를 연동해 이를 국가에게 권고하고 장애차별이 즉각적으로 시정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팀장은 “인권위는 우리 정부에게 장애인권리협약 및 선택의정서의 가입을 권고했으며, 앞으로도 장애인권리협약과 국내법적 정합성 여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관련 법규 보완 및 정책에 대한 권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가인권기구는 국내와 국제인권분야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기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조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인권이사회와 인권조약기구에 있어서도 전문성을 갖고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2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장애인권재판소 설립에 대한 검토’에서는 동경법률사무소 이케하라 요시카즈(Ikehara Yoshikazu) 변호사, 뉴욕대학교 법대 마이클 펄린(Michael Perlin) 교수가 발제했다.

이케하라 변호사는 장애인권재판소의 핵심 요소로 장애인권에 관한 사법적 또는 준사법적 기능, 최종 단계에서 지역 조약에 기초, 각 국내 사법부 보다 우월적 지위 또는 유럽인권법원과 유사한 지위, 장애인 및 변호사 등으로 구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할권을 꼽았다.
이어 장애인권재판소의 필요성에 대해 국내적·이론적·지역적 측면으로 나눠 설명했다.

이케하라 변호사는 “각국의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이 기존 법률에 의해 이미 다뤄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며, 기존 법률이 이미 장애인권리협약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고 지적하며, “국내 사법부가 장애인권 문제에서 적극적인 의지가 없으면 장애인권 증진 및 차별 근절을 수행할 수 없다”고 국내적 측면에서의 장애인권재판소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론적으로는 국제인권법이 ‘법치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법치주의에 따라 인권·장애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 측면에서 한 나라에서 차별로 간주되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 차별로 간주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고, 국제사회·지역은 법치주의를 달성하는 사법제도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케하라 변호사는 “장애인권리협약 운영은 지역간 사법 시스템이 없다면 아시아·태평양에서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의 다양성으로 인해 차이가 크게 될 것”이라며 “장애인권재판소는 장애인권의 기준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으며, 다른 지역과 동일한 기준으로 장애인을 위한 다계층 안전장치 제공, 지역재판소는 공동체 정신과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 재판소보다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역적인 측면에서의 장애인권재판소 필요성을 전했다.

이케하라 변호사는 오는 10월 방콕의 UN ESCAP 회의실에서 장애인권재판소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펄린 교수는 “지역 인권법원 및 위원회의 존재가 국제적 인권의 집행에 필수적은 요소가 되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그러한 기관이 전혀 없다”고 문제점을 제시했다.
그와 동시에 “최근 동남아시아 인권법원 창설 촉구 등을 미뤄볼 때, 장애인권재판소 설치 시점이 적당하다고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아시아적 가치’로 불리는 것과 보편적 인권사이의 충돌인데, 인권법원이나 위원회의 결여는 아시아에서 장애인권을 집행하는 데 주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시아적 가치는 일반적으로 유교를 지칭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질서 및 사회적 조화, 집단지향, 사회와 국가의 집합적 관심을 강조한다.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지 않은 것은 ‘덜 아시아적’인 것이 되고 ‘서구화’가 된다는 것.

펄린 교수는 “아시아적 가치 논쟁 지지자들은 ‘서구적인 인권조약이 존중된다면 대중은 악화될 것이다’, 즉 내전에 빠지고 반란자들에게 취약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그들이 가치를 두고 있는 관례에 종사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펄린 교수는 “아시아적 가치 논쟁은 문화적 상대주의의 한 형태다.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전반적인 인권을 촉진하기 위해 범세계적인 인권 기준을 덜 준수하는 것과 정치적 의지의 결여로 특정한 권리를 준수하지 않거나 문화적 상대주의의 탈 이면에 숨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의 보편성은 우세해야 한다. 아시아적 가치를 근거로 정신장애인의 기본인권을 부인하는 것은 문화적 상대주의라는 탈 뒤에 숨으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펄린 교수는 장애인권재판소가 보편적인 인권을 추구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 침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3부 ‘한·일 양국의 사례비교’에서는 법무법인 소명 박종운 변호사, 가나가와 대학교 법대 야마자키 코시(Yamazaki Koshi) 교수가 발제를 통해 각각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이야기 했다.

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모·부성권 및 성, 가족·가정·복지시설 및 건강권 등을 살펴봤다. 박 변호사는 “현재 한국에서 장애인 차별 관련 판례는 헌법의 정신, 일반적인 법 원리, 개별법의 규정을 기준으로 차별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진하다고 볼 수 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판결례들이 나오게 된다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일삭 속에서 규범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홍보와 교육뿐만 아니라 사례를 발굴해 새로운 판결례를 창출해내고 이를 언론 및 관계기관에 널리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야마자키 변호사가 이야기한 일본의 사례 중 하나는 ‘발달장애인 수용 사건’이었다. 발달장애인(원고)은 공동체로부터의 비공식 지원으로 가까스로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피고)에 의해 고향에서 830㎞ 떨어진 기관에 수용됐다.

원고는 “원고를 수용하는 것은 헌법 제13조(모든 국민은 개인으로서 존중돼야 한다. 그들의 생존권, 자유권 및 행복추구는 공공복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률과 그 밖의 정부 업무에 가정 먼저 고려돼야 한다)에 따른 자율성과 헌법 제22조(모든 사람은 공공복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의 주거를 선택하고 변경하며,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에 따른 주거 선택 및 변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고는 “공동체의 지원으로 살 수 있는 장애인을 수용하는 것은 그의 사회적 복지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않기 때문에 발달장애인법 제16조(지방자치단체는 필요 시 발달장애인의 복리를 위해 다음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을 기관으로 보내 사회복지시설에 발달장애인의 보호를 위탁한다)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피고는 “원고가 수용을 동의했다. 수용 직전에 원고가 공동체 생활 이후 일시적으로 이전 요양소에 돌아갔을 때 좀도둑질을 하고, 몸을 씻지 않고, 여성 발달장애인과 성관계를 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공동체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었다”며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보호를 위탁한 기관을 감시할 권한이나 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야마자키 변호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일본 법원은 ‘원고를 기관에 보내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에 속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법 하에 있는 사회복지기관을 감시할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법원은 장애인권리협약 또는 그 밖의 국제인권조약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야마자키 변호사는 “법원은 원고가 그의 수용을 동의했다는 상황을 세밀히 조사하지 않았다. 수용은 설명되지 않았고 어떠한 대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법원은 공동체에서 생활할 어떠한 합리적인 편의도 고려하지 않았고, 광범위한 행정적 재량권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권리협약이 이 사건에 적용된다면 행정적 결정은 불법이었고, 지방자치단체는 원고가 합리적인 편의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간 당사자들을 감시할 의무를 갖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마자키 변호사는 이와 같은 사건을 미뤄볼 때 “일본 법원은 장애인권리협약을 적용해 기존 시스템을 개조하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일본 의회 및 정부는 ‘견제와 균형’으로 인해 사법부를 간섭하는 것을 회피하려고 하고, 국제 사법 시스템으로부터의 어떠한 비평 없이 인권조약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계점을 꼽았다.

그는 “장애인권재판소가 설치 생긴다면 일본 법원은 장애인권재판소로부터 비판 받을 것이며, 장애인권리협약의 의미를 심도있게 고려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장애인권재판소는 전문 사법기관이 돼 그의 영역에 있는 모든 국내 법원의 결정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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