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토다케씨.
저는 당신의 조국 일본의 이웃나라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송원옥이라고 합니다. 현재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며 졸업 후 특수교사가 되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예비교사입니다.

당신의 책 '오체불만족' 정말 잘 읽었습니다. 1997년에 이 책을 지으셨더군요. 당신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초등학교시절 당신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텔레비전에 방영된 것을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팔, 다리 없이 양치질, 공부, 식사는 물론이고 농구, 야구 등 운동까지 무난히 해내는 당신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장애를 가졌는데 어떻게 저렇게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사실 예전엔 두 팔, 두 다리가 없어도 거의 일반인과 동등하게 생활하는 당신이 어린 마음에 신기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고 난 지금은, 당신이 주어진 장애를 극복하고 일반인도 하기 어려운 일에 익숙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좌절과 노력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허가를 받기 위해서 교육위원회에서 뭉툭한 팔과 뺨 사이에 연필을 끼고 글씨를 써 보였고, 접시의 가장 자리에 스푼과 포크를 놓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음식을 입에 넣고 먹는 시범을 보였죠. 가위의 한쪽은 입에 물고 또 다른 한쪽은 팔로 눌러 가면서 얼굴을 움직여 종이도 자르는 등 혼자서도 뭐든지 할 수 있으니 학교 입학 허가를 해달라고 하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신체적인 어려움보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더 커 보였고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들어간 학교에서 당신은 학교생활을 무척 재미있게 지내더군요. 당신은 평소에 관심받기와 튀는 것을 좋아해서 일반인과는 다른 당신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러 친구들의 시선을 오히려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장애'라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는 것에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또래들과는 뭔가 다르고 뒤쳐진다는 생각에 크게 좌절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을 초월하여 장애를 오히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당신이 정말 멋져보였습니다.

당신은 초등학교 시절 인생의 스승인 다카기, 오카 두 분의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다카기 선생님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자. 대신에 도저히 혼자 할 수 없는 것은 모두가 도와주자.' 라는 생각으로 당신을 지도했다면, 오카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할 수 없다면 오토다케 만이 할 수 있는 다른 일로 보충하자.' 라는 태도로 당신을 대하셨습니다.

다카기 선생님은 장애인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상식을 깨기 위해 휠체어에만 의존하는 당신에게 엄격하게 보행훈련을 시켰고 그 결과 오늘날 당신은 어디든지 혼자서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오카 선생님은 몸이 불편하여 청소를 잘 할 수 없는 당신에게 워드프로세서를 통해 각종 수업자료를 만들게 함으로써 무조건 도움을 받는 존재에서 당당한 학급의 한 구성원으로, 나아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습니다.

다카기 선생님이 보행훈련을 무척 힘들어 하는 어렸을 적 당신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다시 휠체어에 올라가라고 했다면, 오카 선생님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지 않고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몸을 움직여서 걸을 수도 없었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도 지내지 못하고 낙오자로 살았을 지도 모릅니다.

두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예비교사로서 앞으로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특수교육과에 입학해서 전공수업을 듣고, 학과행사에 참여하고, 때때로 자원봉사를 나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면 장애학생에 대한 나의 교육관이 자연스레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특수학교에 자원봉사를 나가 장애학생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장애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남들보다 뭔가 뒤처지고, 항상 서툴고 잘 못하며, 신체적 ․ 정신적 어려움이 많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래서 반드시 도와주고 보살펴야만 하는 불쌍한 존재로만 여겼습니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줬습니다.

내가 맡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뭐든지 무조건 도와주고, 못하면 대신해주는 등. 그러다 보니 힘도 들고 큰 보람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교사가 되고 나서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항상 보살펴야 할 생각을 하니 '내가 왜 특수교사가 되려고 하는가.' 라는 고민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사실 제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당신의 부모님과 두 분의 선생님과 달리 저는 장애인을 조건 없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 일반인과는 다른 동정의 대상으로 그들을 대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장애가 있고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 나는 인생이 즐겁다.' 라는 당신의 말에 나의 무조건적인 동정의 태도가 장애 학생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무시하고 도전의식까지 꺾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큰 사명감과 책임감이 부여되는 직업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카기 선생님과 오카 선생님의 당신에게 자립을 길러주고자 하는 가르침이 현재의 당신의 모습을 만들어내는데 큰 기여를 했듯이 이제부터는 저도 조건 없는 보호보다는 자립의 측면에서 장애 학생들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너무 방임적인 태도도 아니고 너무 조건 없는 보호도 아닌, 충분한 지원속에서 자립을 이끌어 주는 일이 쉽진 않지만 앞으로도 조금씩 용기를 내보고 노력해보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장애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장애인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됩니다. 물론 당당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당신의 눈물 어린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곁에서 도와줬던 친구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당신의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고 또래 사이에서 밀어내려 했다면 당신의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좌절하여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모두가 어울려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미국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보고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잘 갖춰진 미국이 참 부러웠습니다. 곳곳에서 열리는 라이브 쇼의 맨 앞줄에는 반드시 휠체어 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놀이기구를 탈 때는 바로 옆까지 휠체어가 있는 등 장애인의 배려가 '오락'이라는 부분에까지 확실히 갖춰진 것입니다.

하지만 더욱 부러운 것은 장애인에게 시설 등 물질적인 측면을 충분히 제공해주되, 그들을 특별한 시선, 동정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당연히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모든 일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에서도 최근 장애인에 대한 시설적인 배려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는 아직 부족합니다. 아직까지는 장애인을 우리와는 다르게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입니다.

4월 20일은 한국에서 '장애인의 날'입니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날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저도 대학 입학해서 학과에서 관련 행사 준비하면서 알았으니까요. 물론 장애인의 날을 통해 우리 주변의 장애인을 한번쯤 관심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좋은 날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미 우리 사회가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나누어 차별하고, 오직 도와줘야만 할 대상, 비주류의 집단으로 분류하고 있진 않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빨리 우리 사회가 '장애인은 우리와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 단지 장애라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장애인의 날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공적인 기념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장애를 하나의 '개성'으로 인식을 한다면 아마 장애인의 날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당신의 친구들이 규칙까지 바꿔가며 OX게임에 당신을 참가시키려고 했던 것 기억나시죠? 다른 친구들처럼 당신도 게임에 참여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친구들이 말해줘서 친구들에게 당신은 무척 고마웠나 봅니다. 그 때를 떠올리며 당신이 쓴 이 구절이 저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구절이었습니다. 어쩌면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이 가장 외치고 싶은 말일지도 몰라 마지막으로 적어봅니다.

'눈앞의 상대가 곤란을 겪고 있으면 언제라도 도움의 손실을 내민다. 항상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현대의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어쩌면 이렇게 당연한 감각을 점점 잃어만 가는 것은 아닐까? 서로 돕는 사회가 붕괴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그러고 보면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구세주! 혹시 장애인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신체는 책 제목처럼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 그러나 인생은 대만족(大滿足)을 느끼면서 사는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저도 제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대만족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당신의 책을 읽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용기,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감동을 주는 일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중에 한국에 오신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차 한 잔 꼭 대접하고 싶습니다.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오토다케씨.

2010년 어느 봄날. 한국에서 당신의 애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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