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성공적인 영화를 향해 순항했다. ⓒ2010 welfarenews
▲ 올해로 11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성공적인 영화를 향해 순항했다. ⓒ2010 welfarenews

지난달 29일에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7일 폐막했다.

이미 개막 전부터 수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은 이번 영화제는, 지난 4월 15일 예매를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총 209편의 상영작 중 58편의 영화가 온라인 매진이 되었다.
또한 영화제의 분위기가 절정을 이루던 지난 주말에는 평균 관객 점유율이 92%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수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이번 영화제는 공식기자회견부터 ‘관객을 위한 영화제’라는 운영방침을 전하며 관객 라운지 신설, 사랑방 확대 운영 등 영화 마니아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 확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비롯해 클래지콰이, W&Whale 등이 펼치는 야외공연과 자전거 대여소 운영, 프리마켓 설치 등을 통해 관객들의 편의와 동시에 문화적인 감수성을 채워주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현장의 모습은 진정 ‘관객을 위한 영화제’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아보였다.
굳이 말한다면 ‘비장애인 관객을 위한 영화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영화제의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전주국제영화제가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관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에 장애인을 위한 고민은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국제 규모의 영화제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영화든 모든 관객은 영화티켓을 구입하고 상영관에 입장해서 실제 관람을 하기까지 불편함이 최소화 되어야 한다.
이것은 관객을 위한 예의이자 의무이다. 만약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객은 관람의 즐거움 대신 스트레스와 실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프 서비스 센터’로 들어가는 유일한 출입구는 높은 계단 위에 자리하고 있다. ⓒ2010 welfarenews
▲ ‘지프 서비스 센터’로 들어가는 유일한 출입구는 높은 계단 위에 자리하고 있다. ⓒ2010 welfarenews

우선 영화티켓구매를 위한 티켓부스를 살펴보면, 이번 영화제에는 총 4곳의 부스가 마련되어있다.
이 중 메인 상영관과 거리가 있는 전북대 내의 티켓부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의 거리’에서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이 거리에 설치된 3곳의 티켓부스까지 휠체어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특히 거리 중앙에 마련된 ‘지프 서비스 센터’는 그 이름처럼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장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는 높은 계단 위에 있다.
만약 지체장애인이 짐을 맡기거나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면 서비스는커녕 실망감만 갖고 돌아갔을 것이다.
나머지 2곳도 높은 턱과 심하게 고르지 못한 지면으로 장애인의 접근성은 무시되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해도 장애인의 영화 관람은 멀기만 하다.
위에서 말한 ‘지프 서비스 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전주 CGV’의 경우도 입장할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는 계단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근처의 ‘전주시네마’도 마찬가지였다. 휠체어 이용 관객이 이곳을 찾았다면 주변사람들이나 자원봉사자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확보되지 못한 곳은 비단 티켓부스와 상영관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셔틀버스와 올해 관객을 위해 신설했다는 관객 라운지 등 대부분의 시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김현태 운영팀장은 “대부분의 상영관을 비롯한 영화제 관련 시설들이 영화제 소유가 아닌 대관한 장소”라며, “극장이 입주한 건물들 중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비한 곳은 지은 지 오래된 건물로써 기본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운영팀장은 “특히 ‘서비스 센터’의 경우 기존 건물의 높은 계단으로 규정에 맞는 경사로를 설치할 경우 거리 통행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서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며 “만약 지체장애인이 관련 시설을 찾았을 경우 자원봉사자들의 손에 의지하려는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서비스도 부족했다. 외국영화의 경우 모든 관객을 위해 한글자막이 제공되지만 국내작품 중 한글자막이 추가된 작품은 9일간의 영화제기간 중 단 한 편에 불과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많은 홈페이지에서 채택하고 있는 음성지원 서비스조차 없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김 운영팀장은 전반적인 관람환경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추후에는 좀 더 전문적인 조언을 통해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대답했다.

대안영화, 독립영화와 같은 주류에 속하지 않는 영화들을 소중히 여기는 전주영화제의 기본 취지에 맞게 앞으로는 더 많은 장애인들도 불편함 없이 영화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전반적인 개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