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숨’의 한 장면. 사진 제공/ 전주국제영화제 ⓒ2010 welfarenews
▲ 영화 ‘숨’의 한 장면. 사진 제공/ 전주국제영화제 ⓒ2010 welfarenews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국내관객들에게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이 있다. 함경록 감독의 ‘숨’이라는 영화다.

지난 2008년 세상에 알려져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김제 영광의 집’ 사건을 바탕으로, 성폭력과 구타가 행해지는 장애인시설에서 중증지체장애인인 주인공 ‘수희’가 한명의 장애인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의 일상과 감정들을 차분하지만 세밀하게 보여주며 장애인들의 삶과 권리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영화 ‘숨’의 함경록 감독. ⓒ2010 welfarenews
▲ 영화 ‘숨’의 함경록 감독. ⓒ2010 welfarenews

함경록 감독은 1998년 단편 ‘주머니 속에’를 시작으로 여러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이후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프로젝트 ‘숏!숏!숏! 2007’을 연출한 뒤,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장편데뷔작인 ‘숨’으로 로테르담영화제와 후쿠오카영화제 등에 초청된 젊은 감독이다.

장애인에 대한 폭력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택한 이유에 대해 함 감독은 “전주의 장애인센터나 이주여성센터 등의 복지시설에서 영상제작수업을 진행했고, 현재도 하고 있기에 그리 먼 주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영화 ‘숨’은 장애인시설 내의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정작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나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이에 함 감독은 “성폭력 등을 묘사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그 순간에 관객의 눈길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화가 말하는 근본적인 이야기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기에 자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고자 했던 감독의 이야기는 뭘까.
함 감독은 “이 영화는 사건을 고발하려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거의 모든 장면에 ‘수희’가 등장하지만 카메라는 어쩌면 다분히 관조적인 느낌으로 그녀를 응시하기만 할 뿐이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때론 대사나 상황을 바꾸게도 했다는 ‘수희’ 역의 배우 역시 전문배우가 아닌 실제 장애인을 섭외했다.

“극적인 치밀한 구성으로 잘 짜인 영화를 만들다보면 오히려 현실적인 일상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는 감독의 말이 그대로 영화에 녹아있다.

영화에 출연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며 그들 개인의 삶과 권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는 함 감독은 “시설 속에서 보호를 받는 것도 좋지만, 장애인이 원하는 인권은 밤 10시에 야식을 먹는 것”이라며 “이런 비극적인 사건들이 단순히 한 개인의 잘못이기보다는 전체적인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나의 충격적 사건자체 보다는 이런 사건 앞에서 한 여성이 겪게 되는 개인의 삶에 집중해주길 바란다’는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Elbowroom(엘보우룸)’이다.
팔꿈치 정도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 혹은 활동범위를 뜻하는 단어이다.

함경록 감독이 바라는 장애인의 인권 그리고 주인공 ‘수희’가 바라던 삶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장애인들이 하나의 개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작은 여유는 때론 너무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의욕에 찬 젊은 감독, 그리고 많은 장애인 배우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숨’은 조만간 해외 여러 나라에 초청돼 상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고 한명의 여성으로서 ‘수희’가 느끼는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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