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 속 오른쪽 하단, 작은 동그라미 안에 수화통역사가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수화창’ 이라고 부르는 작은 동그라미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소통의 창구다. TV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제공되고 있는 편의인 수화통역을 위해 수화창 속 수화통역사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와 분위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생생한 표정까지 전하기도 한다.

최근 만난 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는 “청각장애인들의 소원 중에 하나가 화면 가득 수화창이 나오는 방송을 보는 것이다”라며 “작은 수화창을 보고 있노라면 TV에 방송되는 영상을 볼 수 없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노인들에게 수화통역과 방송화면을 동시에 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작은 글씨의 자막역시 작은 수화창과 마찬가지이며, 청각장애노인 중에는 교육을 받지 못해 문맹인 경우가 있어 자막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처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수화창이 있으니까’, ‘자막이 나가고 있으니까’라며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되지 않나’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은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물론 수화통역서비스가 제공되는 방송이라면 수화창이 작더라도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선거와 관련한 안내방송만 보더라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한 지방선거 TV광고에는 수화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은 선거를 안내받을 수 없었다.

지난달 25일 취재를 위해 찾았던 청각장애인 선거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색적인 애국가를 만날 수 있었다. 큰 화면에 반은 태극기가 자리했으며 반은 애국가를 수화통역하고 있었다. 그리고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의 청각장애인들은 크게 들어간 수화통역을 보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었다.

화면 가득한 수화창이 있는 방송을 보길 원했던 청각장애인들의 ’특별한’ 소원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소외돼 온 청각장애인들에게 우리가 보여야 할 열린 시각을 촉구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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