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메신저로 입 냄새 상담을 한 환자가 찾아 왔다. 처음 메일을 보낸 뒤 메신저에서 친구가 되고 이런저런 상담을 하다 치료를 결심하고 찾아 온 것이다.

처음 내원해서 만났을 때는 메신저라는 공간에서 텍스트로만 보아지던 그런 이미지와 정반대여서 많이 놀랐다. 물론 메신저로 상담한 환자들이 내원할 때 이런 느낌이 많아 되도록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이 환자는 100% 정반대 이미지여서 많이 놀랐다.

이 환자가 처음 내원 했을 때 받은 느낌은 ‘단아함’이었다. 말도 조심스럽게 하고 주변에 늙은 망아지 같은 살찐 노총각이 하나 있는데, 곧바로 소개 시켜 주고 싶을 만큼 정말 100% 괜찮은 여성이었다. 그런데,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다 보니 그 동안 마음고생을 참 많이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입 냄새가 심해진 것은 작년 5월 경부터였다고 한다. 이 환자가 입 냄새 때문에 가장 많이 고통 받은 부분은 사람들과 만나서 무언가를 설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직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실력이 좋다보니 일거리도 많아지고 또 이걸 직접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아지더라는 것이다.

디자인 에이전시를 다니다보니 자연히 고객사 담당자와 많이 만나게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객사 사람들의 눈치가 이상해지기 시작해서 문제가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자신에게서 입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 회사 사장이 같이 외근을 나가자고 해도 일 핑계를 대고 움직이지도 않고 다른 동료들과의 자리는 물론, 심지어 고객사 미팅까지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피했다고 했다. 그래서 메신저로만 사람들과 얘기를 했더니 어느 순간 자기가 ‘은둔형 외톨이’가 돼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 이렇게 계속 피해만 다니자니 회사 사장으로부터 받는 질책과 꾸지람도 갈수록 커져 갔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내가 쓴 칼럼을 봤다는 것이다.

내가 쓰는 칼럼을 보고 처음 메일로 상담한 것이 지난해 11월. 무려 8개월 만에 큰 용기를 내고 찾아온 사람이니 그 동안 고통 받은 마음은 오죽할까... 우선 힘내라는 말부터 시작하고 치료에 들어간 상황이다.

은둔형 외톨이. 요즘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각종 보도를 통해 접하고 있다. 입 냄새 때문에 심적 고통과 대인 기피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이번 경우처럼 더 심각한 경우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씁쓸했다.

입냄새는 불치병이 아니다. 그러니 입냄새가 난다고 느껴지면 심해지기 전에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 후 치료를 받는 것이 대인관계 유지,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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