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위가 한풀 꺾일 때도 됐는데 아직도 찜통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올 여름은 더운 정도가 아니라 숨이 턱턱 막혀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려고 한다. 출퇴근길에 ‘땀으로 샤워한다’는 말이 아주 딱 맞는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 날씨에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아랫배의 고통까지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수시로 찾아오는 아랫배의 통증으로 인해 더위를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 때문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여름에 가장 힘든 점으로 꼽는 것이 ‘화장실 체류’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 질환에 한번 정도 시달려 본 사람들이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것이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딱 한 줄로 정의하면 ‘변비와 설사 증상이 같이 찾아오는’ 질환이다. 한 동안 변비 때문에 고생하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면 몸에서 뭔가 좍좍 빠져 나가는 듯한 설사가 찾아와 환자를 미치게 만드는 질환이다.

예전에 쓴 칼럼에서 ‘죽지는 않지만 죽을 맛’이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썼는데, 이 표현은 아무리 많이 써도 물리지(?) 않는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이 질환에 걸리는 순간 여름은 남들보다 몇 십 배 더한 고통의 연속이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그나마 사무실이나 실내에서는 에어컨 때문에 살 것 같은데, 에어컨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화장실에서 변비 때문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 보면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여기에 더해 설사까지 찾아오면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일기예보에서 나오는 ‘무더운 여름’을 몸으로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 주 처음 내원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 가장 큰 애로 사항이 뭐냐고 물어보니 화장실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여 불편한 마음에 흐르는 ‘식은 땀’과 후덥지근한 더위가 몰아치는 화장실에서의 ‘극한의 여름 체험’ 속에서 나오는 ‘끈적끈적한 땀’을 토로했다.

계절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완치 후 섭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다시 내원한 환자가 하던 말이 세삼 떠오른다. 이 환자는 “겨울에는 얼어붙은 화장실에서 작년 한 방송사에서 만든 다큐 ‘북극의 눈물’을 체험 할 수 있었는데, 여름은 ‘아마존의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질환 증상은 틀리지 않은데 계절적인 변수에 참 적절한 표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를 미루게 되면 이렇게 지옥을 넘나들 만큼 무시무시한 고통을 낳게 되므로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전문의와 상담 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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