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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수채화 같은 경관에서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가운데 문화의 계절답게 산야에는 구절초 꽃으로 향내음이 오감을 편안히 쉬게하는 대청호 문화전시관 1~2층에서 지난 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제6회 도약을 위한 디딤돌 대전 묵향회전”이 열리고 있다.

따스한 봄날 처마끝자락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어느새 저만큼 고요 속으로 파묻혀 속내모를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 있잖습니까. 붓을 잡으면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벼루에 스며들었다 토해내는 진한 묵향이 코끝을 타고 전신에 퍼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은은히 풍기는 묵향을 결코 잊을 수 없어 손에서 붓을 내려놓을 수 없다고 말하는 대전 묵향회 성낙후(58.충북충주 전신마비)씨, 그는 한때 잘나가는 모 건설회사에 근무하던 중 지난 85년 교통사고를 당해 10년 세월의 병원신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으로는 물 한모금도 해결할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성씨는 한 때 우울증에 시달려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세월에 이끌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대전 묵향회를 알게 되었지만 성씨는 손발이 축 늘어지는 장애로 인하여 붓을 잡을 수가 없었다. 부인의 도움으로 손에 보조기를 끼우고 서예에 도전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부인 최윤경씨는 남편을 위해 학원에서 하루 종일 연습하고 집에 돌아와 자세가 뒤틀리는 남편과 씨름하다시피 해가며 연습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한 획을 써놓고 두 부부는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담담하게 그때를 회상한다.

성씨는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자신과 붓과의 고단한 싸움 끝에 산 더미 같이 쌓인 습작의 경계를 넘어 이제는 어느 누구한테라도 서예든 그림이든 선물로 내 놓을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다. 또한 성씨는 2006년부터 민화작가 반열에 오른 부인 최윤경씨의 권유로 한국화와 채색화를 시작했다. 그는 손에 보조기를 착용하고도 손놀림이 자유스럽지 못해 부인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 화판을 옮겨줘야 작업이 가능하다, 때문에 부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하루에도 몇 시간씩 등 뒤에서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도와주는 아내의 보살핌에 힘입어 성씨는 그동안 “대전장애인기능경기대회 그림부문 금상”을 비롯해 대전시 장애인문화예술대회 회화부문 특별상, 한국고불서예대전 입선, 한국서화협회 충남대회 입선, 김생서예대전한문부문 입선 등 작가로서의 품격을 갖췄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대전 묵향회는 회원들에게는 분명 희망이요 꿈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비록 5~6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에 엉덩이를 부딪치며 자리다툼이 벌어지지만 이곳은 순수한 사람들의 사람 사는 냄새가 풍겨 사회를 향해 번지고 있다.

대전묵향회는 좌절을 딛고 희망을 창출하는 꿈의 제조기란 애칭답게 회원들의 작품 활동을 보면 모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한 글자를 써놓고 뒤돌아서면 앞 글자를 잊어버리는가 하면 오른쪽이 모두 마비된 장애인도 왼손으로 붓을 쥐고 연습하길 수천 번, 버젓이 이번 전시회에 작품을 내걸었다.

대전묵향회는 작업실(서실)이 없어 6년을 이곳저곳 떠돌이 수학을 하면서도 남진한 작가, 최인환 작가, 백승식 작가, 정춘자 작가, 김문옥 작가 등 서예 강사 5명을 배출시키는 성과를 걷었다. 서예 강사는 작가인정 공모전 기준에 따라 점수를 취득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공모전에서 받은 점수는 합산하지 않는다. 대한민국고불대전 공모전의 경우 작가인정 기준이 15점인데 대상이 6점, 우수상 4점, 특선 3점, 입선 1점인 점을 감안할 때 작가인정을 받기까지는 5~6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대전묵향회로서는 경사요 값진 수학이다.

대전묵향회는 희망제조기란 소문이 퍼지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재정도 없고 공간도 없는데 작품활동을 희망하는 회원은 160여명으로 늘었으며, 카페회원만도 280여명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묵향회는 최근 들어 해체위기에 놓여있다. 지금껏 사용하던 작업실을 비워달란다. 이들이 겪은 설움은 참담하다. 지난해는 어느 사용을 못하는 지하 주차장을 주민의 동의를 얻어 1개월 동안 수리를 해 몇일 사용하던중 몇몇 몰지각한 주부들이 장애인들이 출입하면 집값 하락한다며 항의하는 바람에 쫒겨나는 수모도 당했다.

대전묵향회 최인환 회장은 “이번 전시회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회원보기가 부끄럽고 자괴감에 빠진다”고 말 한 뒤 “어렵게 성취한 서예 강사의 꿈만은 접개할 수 없다며, 국비로 운영되는 평생교육원이 설립되어 장애인들이 안정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세월과 자신과 붓과의 싸움에서 얻어낸 작가인정에 의한 서예 강사로 초, 중등학교 방과 후 교육을 통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대전시가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묵향회는 이번 전시회에 이어 오는 11월 3~9일까지 유성구 지족역 전시관과 11월 11~17일까지 한밭도서관 1층 전시관에서 두 세차레 더 전시회를 갖고 대전지역 장애인의 문화적 발전을 앞당겨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장애인신문대전 충남 황 기 연 기자, 기사제보 hky2379@hanmail.net

이 그림은 지난 9월 7일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선발전  대회에서 전신마비 장애인 성낙후씨가 장애인이 스키타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대상에 올랐다가 무릅부분이 미숙하다는 지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10 welfarenews
▲ 이 그림은 지난 9월 7일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선발전 대회에서 전신마비 장애인 성낙후씨가 장애인이 스키타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대상에 올랐다가 무릅부분이 미숙하다는 지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10 welfarenews
이 그림은 성낙후씨 부인인 최윤경씨가 그려낸 천사도이다. ⓒ2010 welfarenews
▲ 이 그림은 성낙후씨 부인인 최윤경씨가 그려낸 천사도이다. ⓒ2010 welfarenews
대전 묵향회가 비좁은 서실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걸고 연습과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2010 welfarenews
▲ 대전 묵향회가 비좁은 서실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걸고 연습과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2010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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