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부모연대는 대전지방검찰청 정문에서 지적장애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2010 welfarenews
▲ 13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부모연대는 대전지방검찰청 정문에서 지적장애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2010 welfarenews
지난 7월 충남 공주에서 지적장애 여중생이 한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로부터 집단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장애계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이번에는 대전에서 지적장애 여중생을 상대로 집단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터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B군 등 3명은 지난 5월 중순께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된 C양(14)을 서구 둔산동 모 건물 남자화장실로 유인해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잡고 대전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수사한 끝에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위반으로 B(17)군을 포함 대전지역 고등학생 16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모연대는 B군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 친구들에게 C양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줘 6월 중순까지 30여일간 B군을 비롯해 4개 고등학교 학생 16명이 C양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실이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피해학생이 적극적인 저항한 정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해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폭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불구속 처분”을 내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부모연대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은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의 특성을 이용한 악질적인 범죄를 저질러왔는데 그 때마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명확히 진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무도 구속되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졌다” 면서 "피해 여학생이 지적장애로 호의와 성추행에 대한 상황인식이 떨어져 저항하지 않은 것을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겠느냐"며 경찰의 잘못된 판단이 처벌까지 피해가는 수단이 됐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들은 또 “피해 학생은 장기간에 걸쳐 병원에서 심리 치료를 받은 뒤 전학을 갔지만 가해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서 “최소한 주동자는 구속되는 것이 원측이 아니겠느냐”며 지적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로서 이 사건이 유야무야되는 것을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대전지역 인권단체와 시민연대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대전장애인부모연대는 이날 대전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해자들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이 향후 사회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조사와 판결이 이루어지도록 진정서를 작성해 법원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회견문을 게재한다.

장애인신문대전 충남 황 기 연 기자, 기사제보 hky2379@hanmail.net

[기자회견문]

장애 청소년에 대한 집단 성폭력,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지적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지적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그동안 우리가 지적 장애인들의 피해 호소에 귀담아 듣지 못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 전, 또 경악할 만한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여학생을 또래의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강간한 사건입니다. 피해학생이 가해자의 수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할 정도로 많은 수의 가해학생들이 장기간에 걸쳐 성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경찰조사로 밝혀진 가해자의 수는 무려 16명입니다.
이처럼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도 아직 누구하나 구속된 사람이 없습니다. 집단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오랜 기간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단순히 치기 어린 청소년들의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피해자가 받은 상처가 너무 심하고, 우리 사회에 던져준 충격이 너무 큽니다. 이번 사건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지금까지 지적장애인에 대한 다른 사건들처럼 무마된다면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들이 계속 재발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벌어진 많은 지적장애인의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항거불능 상태의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들은 호의적인 친밀감의 표현과 성적인 스킨십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판결들입니다. 우리는 가해자들이 이러한 장애인들의 특성을 성폭력에 악용한 것으로 보며 그러하기에 오히려 더욱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개의 지적장애인들은 친밀감과 성적인 스킨십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적장애인의 부모들은 아이가 자라면 친밀감을 나타내는 스킨십을 자제합니다. 부모가 만지는 것과 타인이 만지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부모조차도 아이를 만지는 것을 조심하여 앞으로 아이가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 입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아이들이 지적장애인이거나, 발달장애인 혹은 지체장애인입니다. 장애인의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험난한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우리아이들도 언제나 이런 피해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유야무야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적장애인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도 어디 하나 호소할 데가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장애인의 부모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의 장애인단체들, 양심적 시민사회와 함께 이 사건의 처리과정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며, 이 사건이 장애인과 가족들의 법감정에 맞게 엄정하게 조사되고 처리되어야 함을 촉구합니다.

2010년 10월 13일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전지역 장애아 부모들이 검찰청과 법원에 제출할 진정서를 작성하고 있다 ⓒ2010 welfarenews
▲ 대전지역 장애아 부모들이 검찰청과 법원에 제출할 진정서를 작성하고 있다 ⓒ2010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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