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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2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진행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는 “자립생활 패러다임이 서비스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및 자립생활 관련 서비스들이 국가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금까지 27개 자치단체에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가 제정됐는데, ‘자립생활 지원’ 조례라는 원래 취지에도 불구하고 ‘자립생활센터 지원’에 치중돼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진정한 자립생활의 기본은 주거지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립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체험홈, 자립생활가정, 임대주택 건설시 일정 부분 이상은 편의시설을 갖춘 주택을 마련해야 되는 기준, 자기 주택을 개조하는 비용지원, 시설장애인에 대한 체험홈 또는 우선 지원 기준 등을 포함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드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해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변 교수는 “최중증장애인 월 300시간 보장, 2·3급 장애인에게 서비스 확대, 자부담 지원 등의 요구가 무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 교수에 따르면 울산광역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추가예산을 통해 월 최대 300시간, 마산·창원시 등 경상남도 10개 시는 월 최대 288시간 지원하고 있다. 두 지자체는 3급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서울시와 대조적인 사례를 보이고 있는 것.

변 교수는 “조례라는 것은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기준”이라며 “장애등급이 2·3급이여도 필요한 경우 지원할 수 있는 평가지표(인정표)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탈시설과 자립생활은 뗄 수 없는 관계기 때문에 탈시설 조항은 주거지원의 일부로 포함될 수도 있으나, 그 의미는 부각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조례와 관련해서는 광역단체 조례와 기초단체 조례가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계획 ▲자립생활 전달체계 구축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재검토 ▲지적 및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논의를 주장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 ⓒ2010 welfarenews
▲ 주제발표를 맡은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 ⓒ2010 welfarenews

서울특별시의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관한 ‘서울특별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는 서울시장애인조례 제·개정 추진연대 안진환 연구위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 우송정보대학 사회복지학과 이채식 교수,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허진 대표, 서울특별시 장애인복지과 한영희 과장, 서울특별시의회 이상호 의원이 참가했다.

“시설퇴소자 우선 지원, 시설에 가는 돈 지역사회 정착금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

안진환 연구위원은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지원은 그럭저럭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의 지원체계로 주거지원, 고용지원, 이동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의 총액을 늘리기 보다는 합리적인 분배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안 연구위원은 “2010년 현재 지역사회재활시설 종사자 급여기준(4급 1호봉)을 연봉으로 계산해보니 서울시 및 25개 자치구의 보조금을 받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이미 2,000만원을 돌파했다”며 “2010년 자립생활센터지원사업 예산규모는 15억원이고, 지원기관은 25개소에 불과하다. 전국 170여개의 자립생활센터가 금쪽같은 국비 15억원을 두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덤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2008년도 서울시 장애인복지관 보조금 지원 규모를 보니 37개소에 460억원 이상을 주고 있다. 보조금의 80%는 인건비다. 복지관 세출예산의 규모를 보면 소비자인 장애인을 위한 사업비에 비해 사무비, 재산조성비, 사업비, 차량운영비, 기능보강, 식당운영 등에 대한 지출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지원정책으로 고용을 꼽았다. 그는 “2,400만원 연봉을 받는 직업재활 종사자들이 240만원짜리 연봉을 받는 장애인을 무더기로 배출하면서, 장애인의 값싼 노동을 고용으로 떠들어대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안 연구위원은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에 담겨야 될 내용으로 ▲조례의 목적에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영위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명시 ▲정기적 자립생활실태조사 실시 ▲활동보조서비스 개인별 추가 제공 ▲시설퇴소자 우선 지원 규정 ▲주거서비스를 독립된 장으로 구성 ▲자립생활발전지원기금 조항 마련 ▲신규임용 공무원(현직 지방공무원) 또는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활동보조서비스·인권교육 24시간 이수 정례화 ▲서울시자립생활지원위원회 설치를 제시했다.

안 연구위원은 시설퇴소자 우선 지원 규정에 대해서 “입소자위로금은 전부 시설장에게 들어가고 있는데, 이를 지역사회 정착금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서비스를 자원에 의해 한정한다는 것 자체에 반대”

박경석 대표는 “모든 서비스를 기능적으로 나누고 자원에 의해서 한정한다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고 강력하게 표명했다.

그는 일본 후생노동성 자립지원법 홍보자료의 복지서비스 흐름도를 예로 내놓았다.
박 대표가 제시한 복지서비스 흐름도에는 지급결정 감안사항에 장애정도 구분, 사회활동·개호인·거주 등의 상황, 서비스 이용 의향 등이 포함돼 있다. 박 대표는 “복지서비스는 사회활동을 촉진시키기위한 제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증장애인에 대해 좀 더 초점을 두고 지원해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대상 자체가 중증장애인에게 한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의 권익옹호는 중증과 경증으로 나뉘지 않는 것처럼, 내용에 따라 중증장애인에게 한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센터장은 장애인 당사자가 돼야 하며, 운영위원회 구성에서 관련공무원의 참여는 선택상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주거지원 방향에 대해서는 “탈시설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은 복지영역 내에서 책임지고 가야지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를 기다릴 문제는 아니다”며 “자연스럽게 유도해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자립생활센터 고유사업 보장 및 장애인 당사자성 인정해야”

이채식 교수는 일본의 자립생활센터 운영 방식에 대해 살펴봤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자립생활센터 대부분이 비영리기구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운영기준 또한 법적·행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단, 고유사업(자립생활프로그램, 동료상담, 권리옹호, 체험홈 운영)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립생활센터의 전문인력은 국가의 권장사항으로 사회복지사 및 케어매니저라는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거나, 장애인 당사자가 전문인력이라는 의미에서 동료상담가를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립지원법’의 필수요건으로 ‘시·군·구 자립생활지원협의회’를 운영해 관련분야의 의견을 받아 자립생활계획에 반영하도록 돼 있는데, 이 협의회 구성원에 자립생활센터가 참여하도록 돼 있다.

이 교수는 “일본과 같이 △자립생활센터 고유업무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성 인정 △대상자들의 욕구와 의견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서울시장애인조례제·개정추진연대 안진환 연구위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 우송정보대학 사회복지학과 이채식 교수,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허진 대표, 서울특별시 장애인복지과 한영희 과장, 서울특별시의회 이상호 의원. ⓒ2010 welfarenews
▲ (왼쪽부터) 서울시장애인조례제·개정추진연대 안진환 연구위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 우송정보대학 사회복지학과 이채식 교수,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허진 대표, 서울특별시 장애인복지과 한영희 과장, 서울특별시의회 이상호 의원. ⓒ2010 welfarenews

“정신장애인은 ‘부모 없는 자식’ 같은 상황”

허진 대표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신체·감각장애인 분야는 소비자중심의 자립생활이 패러다임으로 정착돼 가고 있지만, 정신장애인 분야는 아직도 의료중심의 관점이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의료문제는 선진화됐지만 삶의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정신장애인은 장애계에서도 행정계에서도 ‘부모 없는 자식’ 같은 상황에 있다”고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정신장애인 중심의 자립생활센터가 없고, 정신장애인 특성에 맞는 공식적인 동료상담가가 배출돼 있지 않다는 것.

허 대표는 “영국에서는 발달장애인도 다른 유형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과 짝을 지어 활동하며 당사자로서의 자기결정권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서울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에서는 정신장애인 부문이 소외되지 않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은 증상은 심하지만 기능이 좋은 경우도 있고, 증상은 완화됐지만 기능이 약화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회복된 사람도 경험부족과 이미 놓쳐버린 시기로 인해 사회적 장애에 머물러 자립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관심과 이해를 당부했다.

허 대표는 ▲정신장애인 실태조사 ▲정신장애인 특성에 맞는 활동보조서비스 조사 ▲시범사업을 통한 자립생활센터 설치 및 정신장애동료상담프로그램 지원 기금 마련 ▲정신장애인의 참여를 요구했다.

서울시, “주거지원 별도 제정은 법령의 통일적 해석 저해”

한영희 과장은 주거지원 조례제정 범위는 국토부의 장애인특별공급주택 중 중증장애인에 대한 우선 배정 등 법령 개정, 서울시 주택조례 개정 등 주택정책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과장은 “자립생활가정 제공 및 중증장애인 우선 공급 등 주거지원에 대한 부분은 주택법,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주택조례 등 타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유사한 내용으로 별도의 조례를 제정한다는 것은 중복된 법률 제정으로 법령의 통일적 해석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법 규정 조례에 담지 못할 이유 없어… 자립생활 정책은 탈시설 작동과 ‘의지의 문제’”

이상호 의원은 앞서 말한 한 과장의 주장에 반박했다.
주거지원은 장애인복지법 제27조(주택 보급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주택등 주택을 건설할 경우에는 장애인에게 장애 정도를 고려하여 우선 분양 또는 임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택의 구입자금·임차자금 또는 개·보수비용의 지원 등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적합한 주택의 보급·개선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에 이미 제시돼 있다는 것.

이 의원은 “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조례에 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두가 자립생활의 필요성에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로 ‘탈시설’이라는 핵심의 부재와 토목사업을 꼽았다.

이 의원은 “이제는 단순히 자립생활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탈시설을 제대로 작동해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르네상스는 어느 법에 있어서 몇 백억을 쓰고 있느냐”며, 주제발표를 맡은 변경희 교수의 ‘의지의 문제’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 의원은 “정부는 시설과 복지관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시설이 장애인을 사회복귀 시키고 있는지, 복지관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와 같은 현실에서 장애인은 사회로 복귀한다고 해도 복지관을 ‘여행’하고, 다시 재가장애인으로 살다가, 시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용이 없다면 시설예산을 전환하는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탈원화운동 중요성 인식과 신체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끼리의 폭넓은 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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