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주량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소주를 기준으로 대답을 하게 된다. ‘저는 소주 몇 병정도 합니다.’라는 대답은 사적이던 업무 때문에든 상대방과 만나는 자리에서 나오는 인사말 중 하나가 되어 버렸을 정도다. 그런데 이것은 알고 있을까? ‘주량’ 속에 숨을 또 다른 의미를 말이다.

‘주량’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음주를 해도 되는 나이의 사람들은 ‘술 먹고 취하는 양’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도 그 강도가 다르다. 시쳇말로 ‘꼬장’을 부리는 사람들은 ‘주량(酒量)’이 아니라 ‘주량(酒凉)’으로 설명해야 한다. 술 먹는 양이 아니라 ‘술 먹고 슬퍼지는’ 것이 더 어울린다.

자신에게 맞는 적정 주량은 바로 어느 정도 술을 마신 후 약간 ‘알딸딸’한 정도가 진정한 의미의 주량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 마시고 나면 다음날 숙취 때문에 고생하는 일도 없어지고, 가볍고 개운한 몸으로 일어나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주량은 어떤가? 술 마신 후 약간 ‘알딸딸’이 아니라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술을 마셔야 하는 ‘만취(滿醉)’ 상태를 주량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날 어떤가?

머리는 손오공이 쓴 테처럼 꽉 조여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속에서는 미식거림과 속 쓰림이 같이 찾아와 심할 경우 전날 먹은 것들을 확인하러 화장실로 뛰어다니기 바쁘다. 여기에 더해 그 날 따라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직원들의 진한 화장품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면 빈사상태까지 가게 된다.

술 마신 후 다음날 찾아오는 숙취는 주량에 따라 다르다는 말은 옳지 않다고 봐야 한다. 굳이 정의(?)를 내리면 ‘주량’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주량, 즉 술자리에서 ‘알딸딸~’한 정도를 마시고 그리운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귀가하면 다음날 숙취는 찾아오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지만…

숙취는 자신이 간을 혹사시켜 생기는 증상으로 보면 된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어지간해서 별로 아프다는 기색 없이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다. 대신 간에 큰 무리를 끼치는 음주가 잦으면 숙취라는 증상을 나타내 자신의 상태를 주인에게 알린다.

잦은 음주로 인한 숙취가 있다면 일단 그 순간부터 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함께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간 건강을 챙겨봐야 한다. 간 건강은 한번 잃으면 다시 찾을 수 없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세월처럼 간 건강 역시 두 번 다시 찾기 힘든 존재이기 때문이다.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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