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방자치단체는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황인현(남·뇌병변장애 1급)씨가 서울시 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9년 12월 16일 김포향유의집(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생활하던 황씨는 자립생활을 원하며 해당 지자체인 양천구청에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냈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의2(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에 따르면,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그 친족 그 밖의 관계인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은 신청인의 관련된 사항이나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회복지서비스에 관한사항 등 복지요구를 조사한 뒤, 사회복지서비스 실시여부와 유형을 결정해 통지해야 된다.

양천구청은 2010년 5월 26일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처리결과 회신을 황씨에게 보냈다. 그 내용으로는 ‘황씨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바 부양의무자인 황씨의 아버지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황씨는 수급자가 될 수 없고, 따라 실비입소자에 해당해 서울시 및 정부의 무료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황씨는 2010년 7월 9일 회신이 사회복지사업법이 규정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라고 보고 이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양천구청은 “원고 자의로 입소한 자이므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할 신청권이 없고, 이 사건 회신은 원고의 신청에 대한 거부의 의사표시가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에 관한 안내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설령 이 사건 회신이 ‘처분 등’에 해당한다하더라도, 원고는 향유의 집에 자의로 입소한 자이므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라는 요건 왜 별도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에게는 사회복지서비스제공 신청권이 있다.”며 “원고의 주거지원 등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에 대해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므로 거부처분으로 봐야하며, 원고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 받게 되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회신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양천구청 관내 11개의 장애인공동생활가정 및 서울시 주관의 장애인자립생활체험홈사업을 위한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일 것을 입소자격으로 요구하지 않는 사실 ▲서울시는 체험홈뿐 아니라 자립생활가정 등 장애인의 탈시설 및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미뤄 볼 때 “복지요구조사 미비라는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실체적 하자 여부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양천구청이 회신함에 있어 원고에게 제공할 수 있는 주거지원시설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은 보호여부 결정에 관한 피고의 재량권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형량요소를 누락한 것이므로 형량의 흠결로서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되므로 이 사건 회신은 실체적으로 보아도 위법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탈시설과 자립생활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실제적 효력을 잃고 있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및 변경신청권이 작동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
지난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됐지만,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임성택 변호사는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내용을 살펴보면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복지를 조사하고, 맞춤형 계획을 작성해서 실행하고, 점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양천구청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사회복지서비스는 중요하고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사문화돼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권리로 인식되기 보다는 여전히 시혜적인 조치 제도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천구청 관련 담당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최종결정이 내려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답변도 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2010년 9월 30일 청주지방법원은 박현·윤국진씨가 음성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음성군수의 거부처분이 절차법상·실체법상 하자가 없으며, 대도시의 자립생활에 관한 서비스를 조사하고 연계해줄 의무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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