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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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있는 미인가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생활실태를 확인한 결과 여전히 착취당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미신고시설인권실태민관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이 지난해 5월부터 11월말까지 전국 장애인 미인가 시설 22개소(인천 3, 경기 13, 강원 1, 충북 1, 경북 1, 경남 1, 전북 2) 거주인 695명을 대상으로 인권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대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발표했다.

시설거주인에 대한 설문조사는 입·퇴소 자유, 일상생활과 자기결정권, 교육 및 프로그램, 외부와 소통 등 총 14항목 104문항으로 구성·진행했다.

▲입·퇴소의 자유 중 입소 경위에 대해 답한 295명 중 ‘부모나 형제 등과 생활하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입소한 경우가 30.2%, ‘가족의 강요 및 강제입소’가 30.9%를 차지해 자발적으로 입소한 경우(51.9%)보다 타인에 의해 입소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시설입소의 주된 경로는 교회 등 종교단체를 통하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있는 이의 소개 등이었다.

시설 퇴소의 자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30.2%가 ‘보호자나 시설장의 허락을 받아야마 퇴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경제권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행사하는 경우는 극히 적었고, 대부분 시설 측이 시설거주인의 동의 및 의사와 무관하게 기초생활보장수급액과 장애수당 등을 생활비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신이 기초생활수급 또는 장애수당 대상자인지를 알고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 응답비율이 47.8%, 47.9%로 나타나 애초에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얼마큼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 명의로 국가에서 돈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주인을 대상으로 관리 방법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 44.7%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답했으며, 29.5%가 ‘자신의 동의하에 시설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는 응답자는 5.7%에 불과했다.

장애수당 역시 전체의 50.4%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답했으며, ‘자신의 동의하에 시설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3.0%, ‘자신의 동의 없이 가족하고만 상의해 시설에서 관리하고 있다’ 10.8%,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 5.4% 순이었다.

또 개인통장·도장·현금카드 관리와 신분증 관리는 시설이 관리하고 있는 경우가 각각 35.8%와 58.4%로 압도적이었고, 두 번째로는 ‘누가 관리하는지 모른다’는 대답이 각각 28.0%와 21.5%로 높았다.

▲폭력, 감금, 감시 여부 등에 대해서는 폭언을 경험한 이가 9.2%, 폭언 및 폭력 목격 5.5%, 폭력 경험 3.9% 등 아직까지도 시설 내 폭력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방장 또는 실장 등 시설거주인 중 중간관리자에 의한 위계질서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 216명 중 72명(33.3%)이 ‘있다’고 대답해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에 대한 2차 인권침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시설에서 정해진 생활규칙이 있다고 답한 시설거주인은 146명(64.3%)으로 생활규칙을 어길시 ‘잔소리를 듣는다’ 72명(31.7%), ‘굶거나 갇히거나 맞는 등 체벌 당한다’ 29명(12.8%) 등의 답변이 있었다. 특히 과거에는 폭력 및 감금 등 노골적인 방식이 많았던 데 비해 현재는 정신병원 입원시키기, 굶기기 등 교묘한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성추행·성폭력의 경우 “신뢰관계의 형성이 없는 가운데 짧은 조사기간 등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노동 및 직업훈련에 있어서는 259명 중 119명(45.9%)이 시설 내 청소, 세탁, 식사준비, 활동보조, 가내수공업, 농·축산업 등의 일을 하고 있었고 10명(3.9%)은 보호작업장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86.1%의 응답자가 ‘아무 대가를 받지 않는다’고 답해 거주인의 기능회복이나 사회성 향상을 위한 노동이 아닌, 착취의 또 다른 방식인 것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의료 및 사망과 관련해 ‘아플 때마다 병원을 가거나 치료 받느냐’는 질문에 244명 중 163명(66.8%)이 ‘그렇다’고 답변했지만, 이중 58명(23.8%)만이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있었다. ‘아프다고 여러 번 말해야 겨우 치료받는다’고 답한 시설거주인은 28명(11.5%),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어 참아야 한다’ 15명(6.1%) 등이었다.

조사단은 “일부 시설에서 본인의 의사 및 증상과는 별개로 관리와 통제의 용이함을 위해 일괄적으로 정신과약물을 투여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통제가 안 되는 경우 정신병원에 입원되는 것으로 조사된다. 정신병원 등 장기입원과 관련해서는 의료기록부 관리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영리목적에서 정신병원과의 연관관계가 의심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탈시설과 자립생활 권리와 관련해 ‘시설에서 나가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43.4%가 ‘나가고 싶지 않다’고 응답해 부정적인 반응이 더 높았다. 하지만 주거지 및 생활비 등 ‘지원서비스가 제공되면 탈시설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42.3%가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자립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것은 ‘거주지’가 우선이었으며, 두 번째가 ‘생활비 보조’, ‘일자리’, ‘활동보조인·간병인·가사도우미’ 순이었다.

“종교시설 표방, 사회복지시설로 규정돼야 한다.”

시설인권연대 조백기 사무국장은 “장애인 미인가 시설 대부분 부모 형제와 일가친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형태가 가장 많았으며 직계존속과 인척에 이르기까지 시설운영이 소규모 가업형태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운영에 필요한 재정마련은 대부분 거주인의 입소비와 생활비(수급비 및 장애수당), 후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었으며, 식비를 충당하기 위해 거주인에게 농축산물을 재배 및 판매하게 시켜 그 수익금을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조 사무국장은 “문제는 시설장 가족의 생활비는 물론 인건비, 심지어 자녀 학원비까지 거주인의 수급비 등에서 충당하고 있는 등 운영비를 쌈짓돈처럼 활용하고 있었으나,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며 “결국 이런 문제는 거주인에 대한 교육 및 사회복지서비스의 부재로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인가 시설이 그린벨트 지역 내 무허가 가건물 형태로 지어져 자연재해에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재위험 등에 노출돼 있으며, 시설 거주인을 ‘수용과 격리’의 대상으로 인식해 건물의 주출입구는 물론 창문 등도 쇠창살로 폐쇄돼 있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거주인의 안전문제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실태조사에 대한 발표에 이어 장애인 미인가 시설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는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정종화 교수는 ▲중증장애인 지역사회 보호 5개년 계획 추진 ▲미인가 시설의 금품 모금으로 인한 운영은 불법 간주 및 과중 처벌하는 등 장애인복지법 벌칙 개정안 추진 ▲시민인권모니터링 추진단 구축 ▲관련법에 따라 시설거주인의 수당 횡령 등 부정사용 및 회계처리에 대해 엄중 처벌 ▲성년후견인제도 구축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의 실효성 있는 적용 및 사회적 공개 방안 구축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현재 장애인 미인가 시설에서 살고 있는 시설거주인들의 실태와 신상을 조사해, 개인의 의지와 필요성을 알아낸 뒤 지역사회에서 생활 가능한 사람은 우선적으로 공동생활가정 등으로 전원해 보호해야 한다.”며 “중증장애인의 경우 인근 시설로 전원 또는 지역사회로의 거주 전환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책임을 가족에게만 일임하지 말고, 온 지역사회가 힘을 합해 지역사회에서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들로 민간단체를 포함한 민주적인 이사진 구성, 철저한 관리·감독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이번 조사의 대상 시설들처럼 미인가 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종교시설을 빙자한 경우, 사회복지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바에야 사회복지시설로 규정하고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종교 측에서도 세속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면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자정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김동호 과장 역시 입장을 같이 했다. 김 과장은 “종교시설을 표방하고 있는 시설들은 선교 또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입소 장애인을 보호하거나 함께 생활하고 있으므로 사회복지시설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법정전환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미 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관리안내’를 통해 장애인복지법상 요보호 대상자, 특히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을 보호하고 시설의 형태와 기능을 보여주고 있는 시설은 사회복지시설로 규정돼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용도상 법정 전환이 어려운 시설은 ▲새로운 부지를 마련해 법정시설을 신축하는 방안 ▲공동생활가정으로 전환하는 방안 ▲입소 장애인의 타시설 전원조치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2011 장애인복지(거주)시설 사업안내’ 통해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도모할 계획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활성화를 거론했다. 염 변호사는 “사회복지사업법에 규정돼 있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실질화시켜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별화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실질화시키기 위해서는 주거지원 및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충분히 이뤄져야 되고 취업지원, 기술교육, 의료 등 정보제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복지부는 ‘2011 장애인복지(거주)시설 사업안내’를 통해 미인가 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호 과장은 “미인가 시설의 법정전환 또는 폐쇄 이전에 시설에 있는 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지자체로 하여금 ‘인권보호상담제도(가칭)’를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2011년 미인가 시설에 대한 감시활동은 복지부가 지원하고 있는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위탁받아 산하 지역조직을 활용해 관내에 있는 미인가 시설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역재활시설 유형 중 거주기능을 하고 있던 공동생활가정과 단기보호시설을 시설과 함께 거주시설 유형으로 통합시키고, 소규모 시설에서 좋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게 인력배치 기준 등 각종 운영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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