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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원고 승소 판결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이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실질화하기 위한 과제 및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6개 단체는 ‘국민청구권으로서의 복지서비스 신청권 실질화를 위한 대토론회-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현황과 과제’를 지난 22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충청북도 음성군수를 상대로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했던 윤국진(뇌병변장애 1급)씨가 참석해 자신의 ‘실패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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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에 대해 청주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30일 ‘음성군수의 거부처분이 절차법상·실체법상 하자가 없으며, 대도시의 자립생활에 관한 서비스를 조사하고 연계해줄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윤씨는 사회복지서비스와 별개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거복지사업을 통해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윤씨는 “시설에서 나오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일을 못하니까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살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앞으로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나처럼 힘든 일 없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소송을 진행한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는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주거 지원, 초기 정착금 지원, 활동보조서비스 등이 필요하다. 이를 법적으로 청구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검토한 결과, 사회복지사업법에 명시돼 있는 신청권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법전 속에서 잠자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가 처음으로 활용됐다. 개별 규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해 행정청의 이해가 부족해 일반 민원으로 처리되기도 했고, 법원에 따라 다른 견해를 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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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청주지방법원에 갔을 때 휠체어가 원고석에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으며, 장애와 복지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며 “복지는 국민의 권리며,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복지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복지는 국가의 조치라는 관점이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는 ‘당사자 중심의, 원스톱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훌륭한 전달체계’라고 평가하며,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이 활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청제도와 절차에 대한 원활한 정보제공이 이뤄져야 하며, 나아가 국민에게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직권신청규정(당사자가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더라도 행정청이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확인해 직권으로 복지서비스 제공 신청을 하는 제도)이 활발하게 작동되도록 추동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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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내용·국가의 책임 등 명확화 및 전달체계 구축 중요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찬영 교수는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의2 제1항에는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 권리를 뜻하는 것인지 단지 신청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규정인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은 실체적 권리라기보다 수속적 권리며, 실체적 권리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어 실질적인 권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사회복지서비스를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입법적 과제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서비스 법규정으로 명문화 및 기타 구체적인 서비스를 결정하는 사회복지서비스판정위원회(가칭) 설치 ▲대상자의 범위를 모든 사람으로 확대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책임 명확화 ▲자치단체 간 의뢰와 이송 장치 마련 ▲자치단체별 요구되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 관련 조례 제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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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학교 법학부 김명연 교수는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와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은 기본권으로부터 도출돼야 한다. 장애인생활시설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찬섭 교수는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가 파편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바우처 방식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는 사실상 국고보조방식으로 재정이 지원되고 사회서비스관리원이 이를 관리하고 있는데 기초자치단체가 바우처 방식의 서비스에 대해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기초자치단체가 원스톱 서비스의 주체로서의 기능을 하려면 관할 행정구역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관할 구역 안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신체적장애에 치중돼 있는데, 정신적장애의 탈시설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이 시작이다.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에 대한 권리는 전국적으로 집단 신청을 내는 등 운동으로 풀어나가야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노인의 자기결정권 등 권리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계기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혜지 교수는 이번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사례가 노인복지에 미치는 의미에 대해 살펴봤다.

최 교수에 따르면, 노인은 장애인과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오작동으로 인해 시설입소가 더 쉬워진 결과를 낳게 됐다는 것.

최 교수는 “노인을 위한 유엔원칙에는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독립적인 삶의 유지에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을 개인의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노인이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통해 스스로 선택한 방식대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자기결정권 행사의 현실적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어 “국가나 지자체가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제반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가족으로부터 도움 받을 수 없는 의존적 노인의 경우에도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최교수는 노인의 경우 보건복지서비스의 접근성 증진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저소득-비수급권자 노인은 본인부담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돌보미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실질적으로 제한되는데, 이를 보편적 권리로 접근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상 서비스의 질 등에 대한 전반적인 모니터링이 명시돼 있지 않아, 전달체계를 새롭게 수립할 시 함께 고민해야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은 “법조계에서는 국내법과 국제법 중 어느 것이 우선이냐에 대해 논의되기도 하는데, 국내법에서 나아가 국제법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이해부족… 사회법원 필요성 제기돼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를 비롯한 여야 의원이 참석했다.

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과 윤수현 사무관은 “복지부로 돌아가 고민하고 활성화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노길상 수석전문위원은 사회복지서비스 외 관련법 개정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은 기본적인 권리라는 말에 동의한다.”며 “이것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전달체계는 물론 관련법들이 서로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허윤정 전문위원은 “한쪽 법에서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다른 한쪽 법에서는 보장하지 않고 있는 등 개별복지법의 한계를 보완하지 못하고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달체계가 중요하다.”며 “같은 맥락에서 조만간 사회보장기본법과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 박철한 정책실장은 사회법원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정책실장은 “사회복지는 전문적인 소양과 철학, 깊은 이해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의 개별규정에 대한 해석 역시 부족한 면이 있다.”며 “가정법원, 특허법원과 같이 사회복지 전반에서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특별법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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