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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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1월 10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40~50년간 일했지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라는 자리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일하는 하나의 민간단체이면서 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는 공공적인 성격도 띄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로서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는 기관 및 단체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단체들이 사회복지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협회의 역사는 60년이 됐습니다. 6·25전쟁 때 집 잃고 부모 잃은 어린이들을 돕는 시설이 만들어지면서, 시설들의 연합체 또한 생겨났는데 그것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모체입니다.

당시 저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경험을 많이 해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습니다.

1970년 보건복지부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으로 일할 때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때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사회복지사업법상 법정단체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약 30년 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관여하고, 회원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하나의 법정단체로 만들어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사업의 중추적인 기관으로 발전시키려고 했는데, 아직은 그런 위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위상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많이 변화했습니다. 국민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욕구 또한 아주 다양화되고 문제 또한 복잡해졌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 정책과 사업이 발전해야 됩니다.

국가에서는 사회안전망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먹고 사는 문제’, ‘아플 때 치료하는 문제’ 등을 해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단체에서 사회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고, 그런 식으로 사회복지가 발전해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엔진에 해당되는 사회복지시설이 중요합니다. 많은 사회복지시설들이 사회복지사업을 직접 수행하고 있고, 그동안 많이 발전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좀 더 선진복지사회에 맞는 형태로 발전돼야 합니다.

얼마 전 경상북도 포항시에 있는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10명은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선진복지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단순히 시설을 현대식 건물로 짓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체계 등을 현대화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화재 시 얼마든지 대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을 발전시키려면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더 전문화돼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수준은 내용적인 면에서는 선진국과 비슷할 정도로 꽤 발전했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보험제도, 공공부조제도 등 틀은 거의 다 만들어졌습니다.

틀은 만들어졌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집은 지었는데 도배도 안 돼 있고, 냉장고도 없고, 냉장고가 있다고 해도 그 안에 음료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도와줘야 할 대상자 중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많고, 도움의 내용도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고, 복지에 대한 재정도 아직 부족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나아간다면 선진복지국가 또는 선진복지사회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1년이 우리나라가 선진복지국가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있는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괜찮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부실한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모범적인 면도 있습니다. 복지관 프로그램의 경우 각국 전문가들이 보고 ‘잘한다’고 평가합니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이런 면을 배우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사회복지 모델을 해외에 수출하는 종합상사, 종합무역상사 같은 역할을 한 번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국,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가 먼저 시작했던 사회복지 모형 중 잘된 점을 전수시키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사회복지 모델을 수출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격과 국제적인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요즘 정치권에서도 복지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국가가 발전하는 단계에서 복지가 쟁점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먼저 하고 사회복지가 늦게 발달했기 때문에 미진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데 왜곡하거나 잘못 아는 경우입니다.

복지의 본질적인 가치는 사람사랑입니다. 본질적인 가치를 실현해서 나눔공동체를 만들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사랑의 가치나 나눔공동체를 만드는 가치는 여, 야, 좌파, 우파 따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당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야당에서는 저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는 정치적 정파에 따른 시각이 문제고, 이념에 따른 시각이 문제인 것이지 본질적인 가치는 따로 있습니다.

나눔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형편이 되는 사람이 좀 도와주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도움 받고 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재정 책임을 지고 어느 한쪽은 얻어먹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생각을 어떻게 바로 잡느냐는 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입니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층에게 ‘최저생계비 이상의 지원을 해서 적어도 기초생활은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난하고 질병으로 고통 받는 시절에서 해방되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제는 과거 빈곤의 역사와 멍울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고, 벗어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통과된 날이 1999년 9월 7일로, 사회복지의 날로 제정됐습니다.

사회복지라는 것은 가난하고 어렵고 병으로부터 고통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말합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본래 사회복지사업을 북돋아주기 위한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되며, 그것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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