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에는 그림 한 점을 팔지 못해 가난하고 병약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모르시는 분이 없을 겁니다.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 귀를 천으로 감싸고 있는데요. 고흐가 자화상을 그리다가 귓불을 잘라냈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지요.

한국에도 이 고흐와 같은 화가가 있어요. 조선 후기 화가인 최북인데요. 그는 산수화를 잘 그렸지요. 최북은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은 절대로 그리지 않았다고 해요.

어느날 높은 벼슬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자 붓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 그 청탁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최북은 눈을 한쪽 잃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그림만 그리는 진정한 화가로 남을 수 있었지요.

최북의 산수화에는 사람이 없는 것이 특징이고 또 산은 그리는데 물은 잘 그리지 않았다고 해요. 최북은 기이한 행동으로 자신은 불우한 삶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예술 정신은 정말 위대하지요. 사람들은 그를 한국의 고흐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조선조 후기에 시각장애인 화가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현재도 장애인 화가들이 많습니다. 한국미술인협회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화가만 해도 1,000여명이 넘습니다. 이들의 작품 활동은 결코 경제 활동이 되지 못합니다. 장애인 작품이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이 하나 세워지면 건물 밖에는 조형물이 자리하고 건물 안 모든 벽은 그림으로 장식이 됩니다. 장애인 작품도 일정 비율 구입하는 쿼터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장애인 화가 작품이 선택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장애문화예술인 활동을 육성하는 장애인문화예술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장애인문화예술정책은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에게는 빵만 주면 된다고 보는 거죠.

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사람일 뿐입니다. 장애인은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닌 장애인으로 장애를 먼저 보기 때문에 장애인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장애의 문제로만 국한시킵니다.

우리 역사 속에 고흐와 같은 화가 최북이 있었듯이 지금도 역량있는 화가들이 많습니다. 그 화가들이 작품으로 인정받고 예술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장애인복지가 한단계 발전할 것입니다.

이제 장애인복지를 문화예술로 아름답게 꽃피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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