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공직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퇴임을 한다면 아주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 되는데요. 그것을 장애 속에서 이뤘다면 더욱 귀한 일일 겁니다.

뇌성마비장애를 갖고 국내 처음으로 의사가 돼서 보건소에 근무해온 김세현 씨가 광주 북구보건소 소장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김세현 소장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수련의 과정을 받아주지 않아 다시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얻게 돼죠.

그는 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재계약을 할 때마다 어려움이 많았다고 해요. 하지만 김 소장은 하루에 200여명의 환자들을 진료하며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했어요.

환자들도 처음에는 뇌성마비 의사를 못미더워했지만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자 환자들이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죠. 그런 신뢰가 의사 김세현을 명의로 만들었고 소장 자리까지 오르게했습니다.

김세현 소장은 퇴임하며 장학금으로 1,000만원을 쾌척했구요. 의료봉사를 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해요.

뇌성마비 때문에 의사를 할 수 없다는 사회 인식에 과감히 도전을 했기 때문에 이런 멋진 의사 생활을 할 수 있었겠죠. 도전이 맺어주는 결실이 정말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30여년 전의 대학입시에서 수많은 장애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접어야했습니다. 바로 장애 때문이었습니다.

필자도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한의대 진학이 좌절됐습니다. 그때는 안 된다고 하면 아무소리 못하고 뒤돌아서던 어리석은 시절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만약 그때 한의대에 진학했더라면’ 하면서 피우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이 남습니다.

김세현 소장 처럼 기회만 주면 장애 속에서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미국 존슨홉킨스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이승복 박사는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된 후 의대에 진학했고 수련의 과정까지 잘 마친 후 의사가 됐습니다.

이승복 박사 처럼 중증장애인도 의사가 될 수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가 심하면 의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세현 소장의 퇴임을 보면서 장애 때문에 직장생활을 일찍 끝내는 일 없이 끝까지 본분을 다해 아름다운 퇴임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성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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