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제로 인해 탈시설을 못하게 된 장애인 사례

씨도 안 먹히는 이야기, “엄마, 나 시설에 가기 싫어요.”

9살 때부터 시설에서 생활했으니 20년이 넘었네요.
처음엔 다른 시설에 있었어요. 기숙사도 있고, 학교도 있었는데, 병동에 들어가서 생활해야 했지요, 당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누워서 신문지 깔고 똥 싸고 그랬으니까.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7년 정도 있다가 초등학교만 겨우 마친 상태에서 나와야 했어요. 시설에서는 나이가 다 찼으니 나가라고 하더군요.

잠깐 집에 와있었지만, 부모님은 또 시설을 알아보시더군요. 엄마에게 “시설에 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는데, 씨도 안 먹히더라고요. “너 시설에 안가면 어디서 먹고 살거니?” 그 한마디에 말문이 막히더군요. 부모님은 어부였고, 집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던 데다가 아래 동생들이 있으니 집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거든요. 그래도 시설에는 가고 싶지 않아서 가출을 했어요. 길거리에서 자고, 노숙하는 아저씨들에게 밥도 얻어먹었지요.

그럭저럭 버틸 만은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수동휠체어의 바퀴에 있는 쇠가 닳아서 손이 다 찢어졌어요. 피는 나고, 집에 가면 시설에 보내질 것 같고……. 하지만 결국 사춘기 반항은 여기서 끝났어요. 돌파구가 없었으니까. 그 때 들어온 곳이 지금의 ㅅ시설이지요.

부모님은 별로 가진 게 없었지만, 나를 이 시설에 보내려고 입소금을 무려 2천만 원이나 내야 했어요. 처음에는 4천만 원을 불렀다고 하데요. 집에서는 “많은 돈을 냈으니 얌전히 살아라.”라고 말했고요. 처음 몇 달은 기억도 잘 나지 않아요. 뭘 먹고 살았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내가 뭘 했는지……. 너무 지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랬겠죠?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어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어찌어찌 아무생각 없이 살다보니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긴 하더라고요.

나를 고치려 들지 말고, 사회를 고쳐야 되는 거 아닙니까?

8년 전 쯤, 처음 그룹홈이라는 걸 들었고, 자립생활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어머니는 얌전히 살라고 했지만 부모님도 동생들도 각자의 인생이 있듯 나의 인생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나도 남들처럼 돈 벌어서 연애도 자유롭게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었어요.

일산에 있는 직업학교에 지원했는데, 고등학교 졸업 이상만 입학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난 초등학교 밖에 안 나왔잖아요. 사정사정 했지요. 초등학교밖에 못나왔지만, 여기서 하는 일은 잘 할 수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요. 다음날 땜질하는 테스트를 하고, 필기시험 보는데 중학교 이상이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오더군요. 나는 초등학교밖에 못 나와서 이런 문제 못 푼다고 했더니, “누가 중학교 안 다니라고 했냐?” 그러는 거예요.

내가 다니고 싶지 않아서 안 다닌 것도 아닌데, 배우지 못한 게 죄도 아닌데. 못 배웠으니까 배우고 싶어서, 남들처럼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싶어서 그래서 간 거였는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그렇게 원망을 했어요.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봐요. 사람들 중 반이 장애인이었다면 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요상하게 쳐다보지 않을 거라고. 혹 모두가 장애인이고 몇몇만 비장애인이었다면 오히려 비장애인이 창피를 당했겠지요?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회는 장애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요. 사회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배우지도, 일하지도, 연애를 하지도, 평범하게 살지도 못하고 시설에 사는 거예요. 나를 고쳐야 하나요? 사회를 고쳐야 하나요?

나는 결국 엄마에게 부탁해서 ㅅ시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 후로 제가 사는 시설에서 비리를 저지른 운영자도 감옥에 보내고, 운영진들도 바꾸도록 만들면서 저는 자립생활을 더 가까이 접하게 되었어요. 저와 같이 시설비리를 없애기 위해서 싸웠던 많은 동료들은 자립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와 몇몇만 시설에서 나가지 못했어요. 바로 수급권 문제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다시 한 번 시설에서 자립홈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집을 얻어서 살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작년(2010년) 9월에 김포시 양촌면에 휴먼시아 아파트를 신청을 했습니다. 신청을 하기엔 조건이 맞지는 않았으나, 되면 좋은거고 안되면 말고 그런 생각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방1칸에 거실이 넓은 15평이었습니다. 제겐 계약금과 입주금이 없는 상태여서 한편으로는 안됐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됐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된다면 계약금 260만원과 입주금 1045만원에 대한 것이 문제가 되어서 걱정을 했고, 안된다면 그동안 돈을 모아서 다시 신청을 해야겠다.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청한지 보름이 지나 문자가 왔습니다. 그 문자는 아파트가 되었으니 계약금을 입금해 달라는 문자였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유를 느끼고, 통제도 안받고 아침에 늦도록 자겠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기뻤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구석엔 계약금과 입주금에 압박에 떨고 있었습니다. 우선 급한 것 계약금을 내야 된다는 생각에 은행과 제 주변에 사람들한테 말을 했습니다. 계약금이 260만원 인데 선뜩 빌려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마음도 이해가 가겠더군요. 제가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수입이 있는것도 아닌데 누가 선뜩 260만원 이라는 돈을 저한테 빌려주겠습니까?

며칠 후 전화가 왔습니다. 계약금을 내주겠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계약금을 내주시면서 입주금을 어떻게 마련하시겠냐고 말씀 하시더군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주금은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입주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될지를 몰랐습니다. 지금은 계약금을 내야 되겠다는 것에 돈을 빌려서 수납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3달 후 문자가 왔습니다. 아파트 사전점검이 있으니 와 달라는 문자였습니다. 그래서 사전점검 때 가서 은행 대출해서 입주금과 살림살이를 해결하려고 했었습니다.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800만원까지 된다고 하더군요. 보증금이 1045만원인데 나머지를 어떤 식으로 빌려야 될지를 몰랐습니다. 전세자금대출조건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만 35세가 넘어야 하고 다른 한가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야 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나 전 두 가지가 해당이 안됐습니다. 지금은 시설안에서 수급자로 되어 있지만, 시설에서 나가면 부양의무자에 대한 재산을 다시 조사해서 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 그 나머지를 동생한테 마련해달라고 했고, 부모님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동생은 1000만원을 마련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쇼핑도 하고 전자제품과 가구를 알아보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때가 사람다운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어떻게 저희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아시고 아침 일찍 시설로 찾아오셔서 앞으로 엄마아빠가 25평정도 얻어서 너하고 같이 살면 되지 않겠냐고 하셨습니다. 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반대해 온 부모님이기에 퇴소하겠다는 나에게 웬일로 반대를 안하시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의아함도 잠시, 부모님은 당신들이 은퇴하시면 시골에 아파트를 얻어 같이 살자고 하셨습니다. 제 꿈은 바로 눈앞에서 다시 물거품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될줄 알고 동생한테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결국 동생이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 설득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울면서 나가고 안 나가고는 너의 뜻이지만 현실은 다르고 지금은 현 복지 시스템으로는 아직까지 부족 하시다면서 2년 후 정년퇴직하고 집은 사서 너하고 같이 살고 싶다고 지금은 나가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면서 ‘새장에 새를 갇으면 새가 나가려고 날개를 하듯이 사람도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비유를 쓰시면서도 제가 나가는 것은 반대했습니다. 저는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전세대출자금도 안되고 저희 부모님도 반대하시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안되는데 내가 이러면서까지도 내가 나가야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무턱대고 나가면 나간 다음 먹고 살아가야 할 일도 막막하고 직장 구하기도 힘든데 다시 시설로 들어가자니 시설에서도 받아줄지도 모르고 난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아파트를 포기 해야만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나를 위해서 포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해약을 하려고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아파트 계약금을 100% 돌려받을 수 있는지 검색을 했습니다. 그 결과는 거의다가 계약금에서 80%만 받는다고 나왔습니다. 그 다음날 아파트 해약 하러 갔습니다. 다행히도 계약금을 100% 돌려 주셨습니다. 물어봤더니 장애인은 100% 돌려준다고 합니다. 그 이후론 저는 부모님과 대화가 단절된 상태이고, 외출 외박도 하기 싫은 정도입니다. 중증장애인이 시설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서 살기 위해선 시설생활수급자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연계가 될 수 있도록 기초법이 바꿔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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